「위기 관리 체제」서「국가 보위 체제」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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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작년 5·16사건으로 졸지에 막을 열었던「최규하 시대」는8월16일의 하야로 홀연히 막을 내렸다. 헌법 제48조에 의해 대통령 권한대행이 된지 2백95일, 지난해 12월6일 10대 대통령으로 당선 된지 2백54일 만이다.
최대통령은 지난해 11월10일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앞으로의 정치전개에 대한 소견을 밝히는 특별담화에서 새 대통령은 현행 헌법에 규정된 잔여 임기를 채우지 않아야 한다는 검을 강조했다. 그리고 10대 대통령으로 취임하면서는 스스로의 정부를 위기관리정부로 규정했다.
말하자면 출범서부터 자신의 임무를 과도기에 위기를 관리하고 임기 전에 물러나야 하는 새시대로의 교량 역으로 한정했던 것이다.
때로는 과연 그러한 역할에만 그치겠느냐는 데 대해 의혹도 받았지만 이번의 하야로 이리한 의혹은 결과적으로 불식된 셈이다.
최대통령은 재임 중 자신이 공약한 위기관리에 힘썼고, 그 과정을 통해 후계지도세력과 지도자가 부각됐다.
새 시대는 민주복지국가의 건설을 지표로 하고, 국가보위가 공고한 바탕 위에 사회정의가 구현되고 민주주의가 토착화하며 개발혜택의 균형배분을 지향하고있다.
9개월 여의 최대통령재임 시기에는 사북사태 등 노사분규의 격화, 학생소요·광주사태 등 극단적 분열· 혼란으로 국가존립의 위기가 조성되었다.
이에 따라 국가보위체제가 이를 극복하고 새 시대를 예비하고 그 기틀을 마련하였다.
이와 같은 새로운 시대에의 이행은 국민의 여망 속에 이루어지고 있다.
새로운 지도력은 실천력과 양심, 사심 없는 결단과 판단으로 불과 2개월 여의 국가보위체체를 통해 국민적 지지기반을 구축하였다.
이에 따라 과도적, 방황과 혼란이 계속될 이유와 명분은 사라졌다.
최대통령은 소요와 광주사태 등 혼란이 이제 완전히 수습되어 안정의 기반이 확고하여 졌을 뿐 아니라 새시대의 개막을 염원하는 국민 여망이 확연하여 졌으므로 그의 공약을 앞당겨 실천한 것이다.
최대통령은 이제 그 자신이 후보승낙인사에서 말한바와 같이『헌정이 중단됨이 없이 대한민국의 보위와 국민의 생존권을 수호하면서 안정과 질서 속에 평화적인 정부이양을 기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한다는 것이 본인에게 부여된 역사적 사명』이라고 믿어왔다. 최대통령은 이러한 그의 소임이 끝을 맺었다는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홀연히 용퇴했다. 즉 국가보위와 안정과 질서, 그리고 평화적 정부이양의 기틀이 굳건히 다져진 때를 맞아 그의 공약을 앞당겨 실행했다.
학생「데모」와 소요· 광주사태 등 극단적인 혼란은「5·17」조치로 안정과 질서를 회복하였음은 물론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가 추진한 획기적인 사회개혁과 안정화대책의 주효로 민주복지국가의 건설을 향한 국민적 합의기반과 태세가 확립된 것이다.
이제 국가민족이 나아갈 진로가 분명히 제시되었으며, 그 기틀이 잡혔으므로 과도적 체제와 기간을 최대한 단축하는 것이 오히려 국가적 안정과·국가목표의 달성, 정치발전을 촉진시킬 수 있다는 애국적인 판단에 의하여 용퇴를 결심하게 됐다.
청와대당국은 대통령의 퇴임동기에 대해 ⓛ최대통령이 지난봄 학생들의 소요와 광주사태에 대해 국정의 최고책임자로서 정치도의상의 책임을 통감해 왔다는 점 ②80년대의 새 정치여건을 이룩할 익사적 전환기에 처해 국가이익과 장래를 깊이 생각했고 ③이런 대국적 견지에서 임기 전 언제라도 .사임함으로써 평화적 정부이양의 전통을 세우고 이것이 정치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고 믿어왔다는 점등을 들어 『소신에 입각해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과도기를 최대한 단축할 것을 요구하는 국민여망에 부응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최대통령의 사임으로 앞으로 모든 정치일정의 추진은 개헌질서를 존중하는 가운데 합헌적 절차에 의해 순조로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과도적 기간을 최대한 단축하고 강력한 지도력이 발휘될 수 있는 새로운 영도체제를 구축한다는데 최대통령의 사임의의가 있는 만큼 박충동 총리서리의 대통령 권한대행기간이 최대한 단축될게 틀림없다.
새 헌법에 의한 대통령의 선거는 상당한 시간이 요하므로 이때까지의 권한대행체제를 계속시키는 것은 혼란을 가중시킬 수밖에 없기 때문에 현행 헌법에 따라 통일주체국민회의에서 새로운 대통령을 가능한 한 조속히 선출해 사회안정을 확보하고 정치일정을 강력히 추진하게될 것이다.
최대통령이 위기관리의 소임만을 마치고 물러남에 따라 이제 개헌안의 성안과 확정, 사회정화의 정착, 정계의 개편,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선거 등 새시대의 구축도 새 지도자의 책임으로 이월됐다.
이로써 10월중에 있을 개헌안 국민투표는 개헌안을 발의할 새 지도자에 대한 국민의 신임을 확인하는 정치적 의미를 더하게 했다.

<성병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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