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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은행장 정영한씨|"복지주택 기금 재원 넉넉하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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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요즘 어디를 가나 복지주택부금 이야기입니다. 주택문제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증거겠지요. 먼저 주택정책에 관한 평소의 생각부터 말씀해주시죠.
▲우리 경제가 걸어온 길을 보면 지금의 주택난은 어떤 의미에서 올 것이 온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간의 경제성장으로 의·식의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되었다고 할 때 그 다음이 주의 문제가 부각되는데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급속한 도시화 현상까지 겹쳤습니다.
우선 급한 것은 집을 많이 짓는 일이겠지만 아울러 근본적인 문제인 도시집중현상을 막아야 해요. 서울에 그렇게「아파트」를 많이 지었어도 주택 부족 율은 여전히 40%를 넘고 있습니다.
게다가 중동「붐」속에 국내 건설경기가 매우 활기를 띠었지만 오히려 투기바람에 집 값만 더 올려놓아 서민들 입장에서는 집 마련이 더 어려워지지 않았습니까.
바로 그 점이 문젠 데요. 정부도 늘 서민위주의 주택정책을 강조해 왔지만 그 의도와 결과에 걸맞아 떨어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복안이라도 가지고 계신 지요.
▲나도 셋방살이부터 출발했어요..
한때는 서울시내에 이렇게 집이 많은데 내집 하나 마련하기가 그렇게도 힘든가하는 생각을 여러 번 했어요.
집을 많이 짓는 일도 중요하겠지만 집 없는 사람들의 능력과 실정에 맞는 집을 지어야 한다는 것을 체험으로 배운 셈이지요.
주택은행의 입장으로서도 가급적 서민용 소형주택에 금융지원을 강화해나갈 방침입니다. 특히 조사부의 기능을 강화해서 실수요자들이 주택은행에 무엇을 가장 바라고 있고 또 어떻게 해주는 것이 가장 도움이 되는가를 파악하도록 하겠습니다.
-어떻습니까. 최근 주택은행이 실시하고 있는 복지주택 부금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있지만 서민들이 융자받기에는 너무 까다롭다는 점도 있는데.
▲주택금융의 본질이 장기·저리여야 한다는 면에서 지금 실시하고 있는 복지주택 부금제도는 매우 바람직한 시도입니다. 또 근본 취지가 서민금융에 있으니 만큼 무주택 자와 실수요자에게 우선순위를 보장할 작정입니다.
그러나 실시과정에서 이러한 취지에 어긋나는 점이 발견되면 서슴없이 고치겠어요. 가령 서민용 소형「아파트」의 경우 대부분이 선 순위 담보 때문에 융자자격에서 제외되고 있는 점이 거론되고 있는데 앞으로 연구·보완토록 하겠습니다. 집 없는 사람 집 마련해주자는 제도인데 까다로운 조건 때문에「그림의 떡」이 된다면 무슨 소용 있겠습니까.
가능한 한 「레드·테이프」는 과감하게 생략해 나갈 생각입니다. 물론 은행의 입장으로는 기본적인 채권확보 조치가 불가피 합니다 마는 주택금융은 보다 사회 정책적 차원에서 다루어 나가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후련하게 말씀해 주셔서 마음 든든합니다만 그만한 재원은 있는지요.
▲우선 주택부금과 관련지어서 제한된 재원 때문에 불안하게 느끼시는 분들이 많은 모양인데 그 점은 안심하셔도 되겠습니다. 물론 부금가입자가 예상외로 급증하고 있으나 소정 절차에 따라 융자를 실시할 예정이고 정부당국으로부터도 충분한 뒷받침을 약속 받았습니다.
주택은행의 입장에서는 민간 여신 중에서 주택은행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을 올해의 5%에서 연차적으로 10%선까지 끌어올리자는 계획입니다.
한편 부족한 재원의 해결방안으로 외자도입을 적극 시도할 생각입니다. 가령 76년부터 AID로부터 2천5백만「달리」차관을 교섭해 왔는데 아직도 타결을 못보고 있어요.
한국은행 시절 때의 외환업무 경험을 토대로 세은·「아시아」개발은 등 차관 선을 넓혀 적극적인 주택자금 유치에 힘쓰겠습니다.
한은시절에는 긴축론자의 한 분이셨는데 이제 입장이 바뀌셨군요.
▲(웃음)물론 주택금융도 전체금융의 테두리 안에서 운영되어야하지요.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주택문제해결이 복지정책의 첫 걸음인 점을 감안할 때 그 비중과 우선 순위가 높아질 수밖에 없어요.
기본정책이야 정부에서 결정할 일이고 주택은행으로서는 시민들의 내접마련에 친절한 반려자가 되도록 전력하겠습니다.
조만간 주택상담실을 만들어 대화의 길부터 틀 예정입니다
-서민들의 기대가 여간 크지 않겠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감사합니다.

<이장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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