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사 양산…특색 없는 일본의 대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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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내년도에 대학 문이 크게 넓어진다. 약10만 명 정도 입학정원이 늘어날 전망이다.
이 때문에 대학의 질이 떨어질 것을 우려하는 사람이 많다.
이웃 일본에서도 2차대전후 고등교육 인구가 20배로 급격히 늘어나는 바람에 「고학력·저 학력」이 문제점으로 지적되어 자주 논란이 되고있다.
또 일부에서는 일본을 가리켜 역「피라미」형의 사회 구조라고 말한다.「장수는 많지만 병졸이 없는 사회」라 고도 한다.
「나가이·미찌오」 (영정도웅) 전 일본 문부상과 「무라이·스께나가」(촌정기장)전 조도전대 총장의 대담 (「보석」지9월호)을 통해 오늘의 일본 대학교육이 안고있는 문제를 간추려 본다.
현재 일본에는 약2백만 명의 대학생이 있다.
이는 대학진학 적정인구의 약35%에 해당한다. 3명의 젊은이가운데 1명이 대학생이다. 이들 중 80%가 사립대학에 재학하고 있다.
사립대학들은 점점 심화되는 재적 난을 극복하기 위해 학생 수를 해마다 늘리고 있고 부모들의 교육열도 이에 가세해서 일본의 대학생수는 늘고있다.「와세다」대학의 경우 연간 60억「엔」의 정부보조와 학생 등록금 25억「엔」으로 운영을 하고있다.
일본은 60년부터 10년 사이에 고도 경제성장을 이룩했다. 이 기간에 대학인구도 3배나 증가했다.
학부모의 소득이 높아지자 자식에게 고등교육을 시키고 싶은 요구도 덩달아 높아진 것 같다.
아직도 대부분의 일본 학부모들은 자신들이 못 가져본 「학사자격증」을 자녀들은 갖기를 원하고있는 것이다.
일본의 사학은 재정난 때문에 학생 수를 늘렸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대학교수는 늘리지 않고 있다.
사립대학가운데는 전임강사 이상의 교원 수보다 시간강사의 숫자가 많은 곳도 있다.
「와세다」대도 시간강사의 비율이 법정규제를 벗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사립대학들은 점점 특성을 잃어가고 있다.
교육투자가 많이 필요한 대학이나 학과의 정원은 늘리지 앉고 인문계열을 많이 증원하는 경향도 눈에 뛴다.
특히 의과대학을 가진 대학에서는 신입생들에게3천만∼4천만 「엔」의 기부금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어 사회의 물의를 빚기까지 한다.
사립대학 총장들이 학교를 정상적으로 특색 있게 운영하려고 해도 재단이사회에서 압력을 넣기 때문에 「대학의 역할」을 기대하기가 퍽 힘들어졌다.
대학교육이 대중화·보편화되고 있는 현실에서 대학이 계속 「지혜의 샘」「엘리트 양성의 산실」로만 자리를 지킬 수는 없는 일이다.
대학 재정의 안정, 교수확보율의 신장만으로 대학이 특색 있게 유지될 수도 없다.
고도화 된 산업사회가 요구하는 인재를 입맛에 맞게 양성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본동경의 「전자학원」「어학센터」 등 전수학원에는 상당수의 대학졸업생들이 단기 「코스」로 입학, 교육을 받고있다.
대학에서는 4년 동안 똑같은「메뉴」의 정식만을 공급했지 특색 있는 일품요리를 먹는 방법을 가르쳐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학생들에게 식성에 맞는 일품요리를 먹는 방법을 특색 있게 가르치는 경우는 극소수의 일부사립대학에 지나지 않는다.
「지혜의 샘」이라고 지침 되는 대학교수들이 연구를 하지 않는 것도 대학이 안고있는 문제중의 하나다.
20년 전만 해도 대학교수는 어떤 사회문제가 생기면 처방도하고 「코멘트」도 했다.
그러나 요즘에 와서는 대학교수들이 연구활동에 소홀해지고 있는 것 같다.
현재 11만 명의 대학교수가운데 5년 동안 단 한편의 논문도 쓰지 않은 교수가 25%나 된다는 사실은 주목해야 할 일이다.
최근에는 대학보다도 공공기관·연구단체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연구활동이 활발해졌다.
일본대학이 안고 있는 문제 가운데 가장 시급히 해소해야할 일은 ▲대학의 특성화 ▲질적인 향상 ▲그리고 직업교육에 대한 재검토 등이다.
특히 직업교육을 위해서는 수업연한이 짧지만 실질적인 내용을 전달할 수 있는 단기대학의 확충이 전실하며「학부보다는 학력」이 중시되는 사회풍토를 시급히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궁사 산처럼 우뚝한 한 개의 일류대학보다 여러 개의 우수한 대학을 육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들이다.

<동경=김두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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