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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적 비화|세습체제 굳힌|「김일성 왕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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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북괴는 오는10월, 10년 만에 개최되는 노동당 제6차대회에서 김정일 후계체제를 공식화 할 것 같다.
북괴는 이를 위해 당 규약을 개정, 당 주석 제를 신설하여 김일성이 이에 추대되고 김정일에게 당의전권을 갖는 총 비서직을 물려줄 계획이라는 일부 보도마저 있다.
아들에의 권력승계는 공산주의자들이 불가오류의 교의로 내세우는「마르크스-레닌」주의원칙에 정면으로 위배될 뿐 아니라 서독의 급진적 사회주의자「호르스트· 쿠르니츠키」의 『김일성은 공산주의자라기보다 총통으로서 어느 누구에게도 책임을 지지 않는「아시아」적 전제군주』라는 비판의 정당성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도 「사대상승」 이 아닌「왕위계승」식의 권력의 사적 세력화를 어거지로 추진하는 이유는 김일성 1인 독재체제의 내재적 모순 때문이요, 부단한 권력투쟁 끝에 이룩한「김일성 왕조」를 사후에도 안전하게 유지하여 「흐루시초프」나 모택동이 당한 것 같은 격하나「부관참시」의 변을 면해보려는 몸부림 때문이라 하겠다.
올해 40세인 김정일이 김일성의 후계자로 부상하기 시작한 것은 1973년9월3일부터 17일 사이에 열렸던 당 중앙위 제5기 제7차 전원회의에서 후계자로 결의된 때부터이고 이를 계기로「대를 이은 혁명」이론과「대를 이어 충성하자」는 구호가 선전·강조되었다.
「존경하는 지도자 김정일 동지」에서 시작하여「인류가 낳은 걸출한 영웅, 공산주의의 미래의 태양」,「향비의 햇발, 당 중앙의 탁월한 향도」둥 갖가지「애칭」이 붙여졌는가 하면 그를 찬양하는 노래마저 보급됐다.
74년 2월16일부터 그의 생일축하 행사가 대대적으로 벌어졌고「2월의 명절」이라 하여 휴무 일로 되었으며 그 사진과 초상화가 김일성의 것과 나란히 걸리는 등 권력조작극이 치밀하게 전개돼갔다.
이와 함께 업적조작이 병행됐으며,73년 당 중앙위와 비서 국이 검토, 파견키로 한 「3대 혁명소조」를 김정일이 지휘하게되었는데 이 같은 김정일 후계체제정립과정에서 임춘추 (중앙인민위 서기장) 전문섭(상장·김일성 경호책) 허담(부총리 겸 외교부장)등의 발언권이 강화되고 오극렬(군 총 참모장)둥의 서열이 격상되었으며「3대 혁명소조」에 속하는 청년당원들이 크게 진출하여 김정일 지지기반이 확대·강화됐다.
반면 김일성의 실제 김영주와 그 계열인 유장식(당 대외사업부장) 등이 거세되었고, 김정 일 에게 비관적인 이용무(군정치부 총국장) 김속규(부주석) 양형섭(정치위원) 등이 숙청·실각되는 등 권력변동이 뒤따랐다. 그러나 김정일의 후계자 옹립작업은 한때 벽에 부딪친 적이 있었는데, 그것은 77년11월9일 일본의 반전활동가 소전실과의 함흥대담에서 밝힌 김일성의 발언에서 드러났다.
그 때 김일성은『나는 아직 젊다. 앞으로 얼마든지 활동할 수 있는데 후계자 문제를 논의할 까닭이 무엇인가. 더욱이 혁명가는 후계자 문제를 거론하지 않는 법이다』고 갈라 말했고, 그 해 6월20일 「르·몽드」지의「당드레·퐁텐」 주필에게도『정일이는 아직 어리고 더 교육을 받아야한다』고도 했다.
얼마간 잠잠했던 김정일 후계문제가 이번에 정식으로 거론되는 것은 그동안「베일」속에서 권력이양작업이 계속 추진되어 왔으며, 여러 장해 요인을 제거, 후계체제확립 마무리작업이 끝났음을 뜻한다고 할 수 있다.
당6차대회에서 김정일이 제2인자로 등장하게 되면 권력장치에 큰 변동이 일어날 것이나, 당규약과 당기구가 어떻게 개정·개편될지 확언하기는 어렵다. 다만 예측할 수 있는 것은 69세인 김일성이 더 노쇠하기 전에 점차적· 단계적으로 가급적「스무드」하게 권력이양을 진행하되 1차 적으로 행정권이 아닌 당권의 대폭적인 이양이 있으리라는 사실이다.
이를 위해서는 당 주석자리를 신설할 가능성이 있는데 이는 중공형 권력구조로서 문화혁명 당시 모택동이 당 주석이었으나 실권은 총서기인 등소평이 장악하고 있었고 현재는 당 주석 화국봉 밑에서 실제적 당권행사는 총 서기 호요방이 하고 있는 것과 같은 「패턴」 이 될 듯하다.
김일성은 당 주석으로 상징적인 존재에 머무르고 현재 그가 장악하고 있는 총 비서직을 김정일에게 넘겨주어 전반적 당 사업을 지도·통괄토록 할 것이다.
그러나 김일성은「국가주석」으로서 대외적으로 국가주권을 대표하고 국가주권의 최고지도기관이라는 중앙 인민 위의「수위」 행정적 집행기관인「정무원」을 지도하며 국방위위원장으로서 일체무력을 지휘· 통솔하는 등 절대권력자로서 계속 군림할 것은 분명하다.
아무튼 전대미문의 이 공산왕조세습제에 의한 보다 전투적인 성격을 띨 김정일 체제 출현은 대남 혁명노선추구의 변수로도 작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으로 예견된다.
이상두

<동서문제연구소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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