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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만들기 쉽지 않네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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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1면

"쉽지가 않네예. 허허 이것 참."

지난 13일 광주광역시 로버트 할리(44.한국명 하일)의 자택에서는 온 가족이 모여앉아 로봇조립을 놓고 씨름 중이었다.

오는 20일 서울 대학로에서 열리는 '가족로봇경연대회'에 출전하기 위해서는 배달돼 온 6족(足) 로봇을 완성해야 한다.

가족로봇경연대회는 전국에서 4백50여 가족이 신청할 정도로 매년 '과학의 날' 행사 가운데 최고의 인기를 구가한다. 길이 2m.폭 11.5㎝의 주행로를 따라 8팀이 예선을 벌여 1위로 들어온 팀이 본선에 오를 수 있다.

6개의 다리로 달리다보니 속도뿐 아니라 방향성까지 뛰어나야 본선에 오를 가능성이 커진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가로.세로 모두 11㎝의 완벽한 로봇조립이 우선이다.

온가족을 동반하고 어렵게 서울까지 올라간 대회에서 예선탈락했다가는 로비(15).케빈(12).브래들리(7) 세 아들의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 같아 할리씨도 팔을 걷어붙이고 세아들과 함께 로봇제작에 심혈을 기울였다.

자, 이제 완성이다. 처음 작동해보는 로봇도 그럭저럭 말을 잘 듣는 편이다. 올해 대회에서는 1등 상도 있지만 '예쁜 로봇상'도 있어 외장 또한 간과할 수 없다.

사실 할리가 이번 대회에 참석키로 한 배경은 대회 성적보다는 아이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지금은 한국인으로 귀화했지만 자신이 어렸을 적 부모로부터 받은 미국식 교육방식을 아이들에게도 물려주기 위함이다.

할리는 "미국에는 학원이 없기 때문에 주로 가정에서 부모로부터 교육을 받는다"며 "특히 과학을 포함한 자연학습은 아버지가 직접 자료를 수집해가며 가르쳐줘 지금까지 머리 속에 박혀있다"고 말했다.

어렸을 적 백과사전과 자연을 접하며 조류학자가 되겠다고 결심했고 조금 커서는 아버지가 사주신 망원경에 심취, 천문학자가 되겠다는 꿈을 가졌다.

광주와 전주의 외국인학교 설립자로서, 방송인으로서 서울과 지방을 자주 오가고 있지만 주말이면 가족과 함께 자연을 찾는 산 교육을 빼먹지 않는다.

밤이면 함께 망원경을 들여다보며 별자리에 얽힌 옛날 얘기를 들려주고 모형 비행접시를 만들어 날려보기도 한다. 현미경을 컴퓨터에 연결해 사진도 찍고 모니터로 볼 수 있는 장치를 달아 온가족이 세포의 구조에 몰두하기도 한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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