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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마침내 국회로까지 번진 철피아 비리의 악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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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지난 5월 말 관피아 수사의 첫 타깃으로 시작됐던 ‘철피아(철도+마피아)’ 수사가 두 달 만에 결국 국회로 확대됐다. 서울중앙지검은 새누리당 조현룡 의원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활동 당시 한국철도시설공단의 한 납품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를 잡고 수사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돈을 받아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 조 의원의 운전기사와 지인은 체포됐다. 또 다른 국토교통위 소속 의원들의 혐의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철피아가 첫 수사 대상에 오른 것은 2011년 2월 KTX 광명역 탈선사고가 ‘레일체결장치’의 결함으로 밝혀지고, 이 밖에도 철도와 지하철에서 대규모 인명피해의 전조(前兆)가 여러 차례 나타나서였다. 이 수사에서 나타난 광경은 점입가경이었다. 레일체결장치를 수입 납품하는 AVT사를 뒤지자 시험성적서를 조작했는가 하면 공단의 담당자들은 이 회사에서 대놓고 뒷돈을 챙긴 게 발각됐다. 그런가 하면 호남고속철도 노반공사 수주 과정에서 대형 건설사들의 담합이 적발돼 국내 담합 과징금 사상 두 번째로 큰 과징금 처분을 받기도 했다.

 철피아 비리는 단지 내부의 뒷거래 수준에서 그치지 않았다. 캐들어가면 갈수록 고구마줄기처럼 연이어 새로운 유착과 비리가 줄줄이 딸려 올라온다. 철피아 비리에 정치권이 개입했다는 정황은 수사 도중 자살한 김광재 전 철도시설공단 이사장의 유서를 통해 드러났다. “정치로의 달콤한 악마의 유혹에 끌려 잘못된 길로 갔다”는 내용이 그것이다. 이후 권영모 전 새누리당 수석부대변인이 뇌물공여 혐의 등으로 구속됐고, 이젠 현역 국회의원이 조만간 소환조사를 앞두고 있다.

 세월호 사고 이후 관피아 척결은 안전 사회로 가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과제가 되었다. 철피아 수사는 이제 막 그중 하나를 시작한 것에 불과하다. 한데 캐들어가 보니 해당 기관 인사들의 비리 관행만이 아니라 관피아의 끝에 정치권이 도사리고 있는 모습이다. 이런 흉한 광경이 다른 관피아에선 얼마나 나올지 걱정이다. 수사 당국은 중단 없는 수사와 척결의지로 정·관·경이 유착돼 저지르는 부정부패를 뿌리뽑기 바란다. 그래야 세월호 이후 우리 사회의 염원이 된 안전사회로 가는 길이 열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