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의 내수기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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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속적인 수출신장은 튼튼한 내수기반이 뒷받침됨으로써 가능하다는 것은 새삼스러이 강조할 것도 없을 것이다. 그것은 지금까지의 수출「드라이브」정책이 설명하고 있는 바이기도 하다.
요즘 주요 공산품의 수출가격을 보면 내수가격보다 훨씬 저렴한 선에서 결정되고 있어 내수시장을 희생으로 한 수출정책의 단면을 드러내고 있다.
각종 수출지원제도에 안주하며 수출상품의 가격경쟁력을 유지한다는 것은 단기적인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참다운 의미의 수출경쟁력 배양에는 역효과를 가져오며 산업 자체의 구조적 취약점을 더욱 심화시키는 것이다.
광범위하게 국민부담을 주면서 값싼 수출상품을 해외시장에 내놓는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국내의 물가상승을 유발하여 수출경쟁력 약화를 초래하며, 이는 다시 수출상품의 가격유지를 곤란케 함으로써 더 큰 내수시장의 희생을 강요하게 되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말하자면 내수기반의 확대를 저해하는 수출「드라이브」정책은 수출경쟁력 자체를 저해시키는 가장 치명적인 요인이 된다고 할 수 있다.
때문에 국내경제의 불안정을 조성하는 가격체계의 왜곡은 시정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우리의 수출상품 가운데 90% 이상을 점하는 공산품 가운데는 심지어 내수가격의 5분의 1밖에 안 되는 것도 있을 만큼 가격격차가 극심한 것이 현실이다.
이는 적자수출의 보전을 내수에서 찾으려는 응급수단으로 나온 것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타력 의존적 수출이 계속될 경우, 자원과 인력의 낭비는 물론이고 상대적으로 협소해지는 내수시장의 여건은 해외경기의 변동을 흡수할 수 있는 탄력성을 앗아가게 한다.
끊임없는 직접 지원책에 매달리는 수출산업구조는 국민경제의 부담을 가중시킬 뿐만 아니라 외국의 수입규제조치까지도 스스로 불러오게 된다.
내수기반의 확충을 새삼 거론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재 논란의 초점이 되고 있는 일부 중화학공업의 투자효율성 문제도 수요측정의 정확 여부에 있다는 것을 간과하면 안 된다.
국내시장은 고사하고 해외시장의 수요전망도 불투명한 채 막대한 투자를 감행한다는 것은 자원배분면이나 통화관리면에 부정적 작용만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제부터의 산업 및 수출정책은 정확한 수요 판단을 기초로 성안되고 집행되어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예컨대 수출지원책만 해도 가득률 중심의 중점적 지원이 필요하다.
우리 나라 전 산업의 외화가득률은 60%선에서 고착된 채 거의 상승이 안되고 있다.
빈약한 자원보유현상에 따라 원자재의 해외의존도가 높은데도 영향은 받겠으나 그보다는 제값을 못 받는 수출에 책임이 있다.
그리고 수출가격이 싼 것은 내수시장이라는 배후가 없이 해외수요를 기대함으로써 산업의 가동율·고용유지를 위해 적자수출이라도 감내해야 하는 구조적 모순에 기인하고 있다.
이처럼 제반 측면을 검토해 볼 때 내수시장의 조건은 산업존립의 관건을 쥔 절대적 요건임을 인식해야 한다.
이 요건은 조세, 금융정책을 활용하여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며 그에는 과감한 정책적 단안이 뒤따라야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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