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경부·호남선 완전복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햇볕 있는 날 지붕을 고쳐야한다』-. 장마철이면 으레 겪는 수해에 대한 항구적인 대책이 미흡하다.
철도주변을 정화하는 데만 신경을 쓰고 철길의 침수나 유실에는 근본적인 대비가 없었다. 수리시설이나 제방도 마찬가지다.
수리시설을 제대로 준설하지 않은 채 방치, 홍수가 나면 『넘칠 수밖에 없다』는 안일한 생각이 수많은 인명과 재산피해를 몰고 온다.
예방보다는 사후수습 위주의 재해대책은 하루 빨리 개선되어야 한다는 교훈을 또 다시 남겨준 것이다.

<철로>
저지대의 낡은 선로는 갑자기 쏟아진 폭우에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경부선이 끊긴 충남연기군 전의면∼전동면 구간은 장마 때면 으례 범람하는 하천과 불과 1㎞거리에 있다. 강물이 넘칠 때 대비한 배수로 등 시설은 제대로 돼있지 않았다.
강둑이 50m쯤 터지면서 쏟아진 강물은 강둑보다 낮은 철로쪽으로 8백m쯤 흘러가다 배수로가 없어 빠지지 못하고 철길을 휩쓸어 버렸다. 철길 밑으로 뚫린 폭4m의 비좁은 배수로로는 넘치는 강물을 미처 빼낼 수가 없었던 것. 더욱이 40여 년이나 지난 낡은 선로는 노반이 약해 침수와 함께 10여 군데가 붕괴됐다.
현재 보수가 시급한 전국의 낡은 선로는 1백여㎞가 넘는다.
또 경부선연변 10여 개소가 크고 작은 산사태를 일으켜 선로가 막힌 것은 철로의 보수와 함께 절개지 등의 수방 대책을 소홀히 한 때문으로 지적되고 있다.

<고속도로 산사태>
충북 청원군 옥산면 경부고속도로가 산사태가 나면서 5시간 동안이나 상·하행선이 두절된 것은 고속도로변 옹벽시설과 배수시설에 허점이 많았음을 드러낸 것이다.
도로공사는 그 동안 고속도로를 관리하면서 대부분의 예산을 잦은 노면보수에 투입, 산사태의 위험이 있는 고속도로주변 야산이나 언덕을 뚫어 길을 낸 곳 등에 대한 사방 사업에는 거의 손을 쓰지 못했다.
이 때문에 조금만 비가와도 고속도로에는 흙더미가 쌓이기 일쑤였다.

<하천·제방>
중부지방이 3백여mm 안팎의 비에도 많은 수해를 당해야 했던 것은 평소 하천·소류지·저수지 관리에 얼마나 소홀했었나를 단적으로 나타내는 것이다.
특히 금강·만경강·동진강 등 평야지대의 젖줄역할을 하는 강물이 장마철이면 연례행사처럼 수해상습지대로 변하게 된 것은 우리나라 하천의 특징이 되다시피한 ▲하상이 농경지보다 높고 ▲배수로 폭이 좁아 30∼60m밖에 안되고 ▲배수문의 대부분이 낡아 제구실을 못하기 때문이었다.
이번 대전지방의 침수소동 역시 금강이 갑자기 불어난 물을 미처 소화하지 못해 이곳으로 흘러드는 대전시내 각 하천의 물이 넘쳐 일어났다.
특히 하류지대에서는 수문이 모두 제 구실을 못해 불어난 하천 물이 하상보다 낮은 농경지를 그대로 휩쓸어 침수피해가 더욱 컸다.
보은지방의 수해는 평소에도 충분히 예견, 미리 피해를 줄일 수 있었던 것이었다.
보은읍내가 물바다를 이루게된 직접적인 원인은 내북면 장속저수지·산외면 아시저수지·회북면 수문저수지 등 3곳의 저수지가 쏟아진 3백mm의 집중폭우를 견디지 못한 채 그대로 터져 버렸기 때문이었다.
이곳 3개 저수지는 보은일대의 농경지에 없어서는 안 될 생명수였으나 제방이 3m 정도밖에 안됐고 수량을 조절할 수문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수량조절이 되지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나마 평소 제방의 관리가 허술해 제방은 불어난 물을 감당 못한 채 50여m씩 무너져 내리고만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