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로 기업 매출액이 늘었다|증권 업계, 상반기 영업 실적 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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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금년 상반기 중 우리 나라 기업들은 「인플레」에 힘입어 매출액은 크게 늘어났으나 순익은 작년과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증권 업계가 조사한 12월 결산 상장 회사의 80년 상반기 영업 실적에 따르면 총 매출 규모는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41·4%가 늘어났으나 총 순익 규모는 지난해와 같은 수준에 머물렀다.
이에 따라 매출에 대한 이익율도 낮아져 지난해 상반기의 3·7% (78년 4·11%)에서 올해는 3·16%로 떨어졌다. 또 매출 증가 중에는 실제 팔리지는 않고 대리점 등으로 출고되어 상점에 쌓여 있는 것이 많으며 이익에도 외상 매출과 재고 자산을 실제 이상으로 계상한 것이 많아 실질적인 기업 퇴출과 이익은 나타난 것보다 더 적을 것으로 보인다.
업종별로 보면 건설 및 무역업이 매출 면에서 59·9%와 69·7%라는 높은 성장율을 보였고 그 다음이 화학·고무업종(40·3%) 제지(34·2%)순으로 나타났다.
순익 면에서는 광업(△18·7%) 음식료 제조업(△10·6%) 섬유(△30·6%) 비철금속(△24· 8%) l차 금속(△40·1%) 등 대부분의 업종이 순익 면에서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감소현상을 보여 불황에 어려운 기업 사정을 그대로 반영했다.
또 지난해 42·0%라는 높은 이익 신장율을 보인 건설업의 경우 올해에는 거의 순익 증가가 없는 반면 화학(29·3%) 무역업(27·2%)의 순익신장이 두드려졌다.
음 식료품의 경우 실물기준의 매출증가는 오히려 전년보다 줄어들었으나 가격인상 등 가격 경기에 힘입어 이익은 전년 수준을「마크」했다.
특히 조미료 제조업과 몇년 사이 불황을 모르던 맥주 제조업도 매출 면에서 지난해 수준을 약간 하회하고 있으며 순익도 크게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불황에 강하다는 면방업은 금년 들어 두드러지게 나타난 매출 신장의 둔화로 이익이 크게 줄어들었으며 모직·합섬 등은 외상 매출의 과다로 매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이익이 격감했다.
올해 특기할만한 신장을 보인 업종은 「타이어」 제조업으로서 한국「타이어」와 삼양「타이어」가 지난해에 비해 2배 정도 매출 신장과 이익 신장을 기록했는데 이는「타이어」제조업이 선진국에서 사양화됨에 따라 수출이 급격한 증가를 보였기 때문이다.
「시멘트」 등 건설 자재는 국내 경기 및 수출저조를 반영하듯 영업 실적이 좋지 않았으며 대부분의 합판 업계는 순익 및 매출 면에서 「마이너스」의 성장을 기록했다.
자동차·전자 등 기계 조립 업종은 대부분의 기업이 지난해 매출 수준을 넘어서지 못했으며 전자업계의 경우 가전 3사가 다같이 지난해보다 적은 매출·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러한 기계 조립 분야의 불경기는 그대로 제지 등 1차 및 비철금속의 불황을 몰고 왔다.
건설업의 경우 지난해 수준보다는 다소 밑도나 60%라는 최고의 매출 신장을 기록, 성장산업으로서 면모를 과시했으나 적자 공사 등의 무리한 발주 등으로 이익 증가율은 지난해 42% 신장에서 0%로 떨어졌다.
종합 상사가 주축이 된 무역 업종은 환율 인상 등 가격 경기에 힘입어 매출·순익 면에서 지난해보다 크게 나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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