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간 갈등 심한 현 세계선 계급보다 민족 의식이 중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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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이 장관의 TV 대담 요지는 다음과 같다.
◇교육행정개혁을 위한 포부
중등교육은 일반 기초 교육과 직업 교육을 더 합리적으로 배합해서 거의 모든 청소년들이 직업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면서 그들이 신속한 상황의 변화에 적응해서 일평생 배울 수 있게 일반 기초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1회적인 서구체제>
우리나라의 고등교육도 산업발전과 더불어 양적으로는 크게 팽창했으나 질적으로는 엄청난 문제를 안고있다.
정보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학문이 발전하는 상황에서 대학교육을 개혁하는 일이 중요하며 사회 교육 체제도 제대로 갖추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대학생들의 불만 요인
우리나라 대학생들이 대학에 들어가서 학업에 열중하지 못하는데는 그럴만한 요인이 있다.
대학생들은 대학에 들어가기 전에 지나친 정신적 긴장과 육체적 과로를 해서 충분한 인간교육을 받지 못했다. 그들은 입시경쟁에서 너무 고생을 했기 때문에 대학에 들어가기만 하면 해방감을 느끼면서 공부는 끝난 것으로 착각한다.
우리나라 대학강의의 수준과 질은 고생을 하고 대학에 들어간 학생들을 위해서는 대체로 그렇게 매력적이 못되고 있다.
문교부는 앞으로 교수들이 맡은 강의를 충실히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세계적인 학문연구의 정보들을 쉽게 접할 수 있게 만들며 외국유학도 자주 할 수 있게 하려고 노력하겠다.
◇관념적인 허위의식
우리대학생들은 사회적인 부조리에 의해 자극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또 그들 자신의 「관념적인 허위의식」 때문에 더 불만을 많이 갖게되고 또 더 많이 저항심을 갖게되는 것 같다.
여기서 말하는 관념적 허위의식이란 우리의 역사적·사회적 현실에 대한 올바른 판단을 방해하는 비현실적인 공허한 관념들에 의해서 구조된 의식들을 뜻한다. 충분히 성찰되지 않은 비현실적 관념들에 의해 조종된 고집스런 폐쇄적인 의식을 말한다.
예를 들어 민주화·자율성 또는 인권·사회정의니 하는 개념들이 현실적으로는 무엇을 의미하며 시대적으로는 어떤 의의가 있고 우리나라에서는 어떤 과정을 거쳐 실현될 수 있는가를 깊이 책임 있게 성찰해보지 않고 심층적인 욕구불만의 구실 또는 구호로 삼을 때 그것은 관념적인 허위의식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관념적인 허위의식에 따라 한번 행동하고 이른바 투쟁을 하고 나면 그 허위의식은 더 굳어버려 더 철저히 거기에 사로잡히게 된다. 성숙한 지식인은 행동을 더디하고 이론적 성찰을 더 철저히 해야한다.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민주주의는 인류 역사상에 나타난 특이하고 훌륭한 정치체제에는 틀림없으나 1회적인 역사적 상황과 사회경제적·문화 교육적 조건들을 전제하고서만 운용될 수 있는 성격의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후 독립한 신생국가들과 발전도상국가들이 서구민주주의형식만 모방하려고 했을 때 지금까지 경험에 의하면 예외 없이 정치적인 불안의 악순환에 빠졌다.
서구 자유민주주의를 밑받침한 사회경제적·문화교육적 전제도 없이 그런 민주주의의 형식만 서투르게 모방해온 결과는 이론적으로 기대되는 민주적인 기반의 확대와 국가적 통합력의 강화와는 전혀 반대로 부패와 분열을 통한 불안의 악순환이 초래되었다.
민주주의는 오늘의 상황아래서는 성급한「데모」의 구호가 될 수 없고 오히려 심각한 연구의 대상이 되어야한다.
◇계급의식과 민족의식
우리나라 지식인들의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의식은 현대의 참여문학과 진보적 신학과 사회철학 등을 통해 전달되고 있다.
흔히 지식인들 중에는 이런 문학·신학·철학 등이 이미 공지의 사실로 전제하고 있는 공산주의에 대한 비판을 잊어버리고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만 일반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도 있다.

<행동 앞서 이론성찰>
자본주의는 생산력의 폭발적인 향상을 위해서는 인류역사상 가장 놀라운 잠재력을 가진 합리적인 체제라는 것은 공산주의자들도 잘 알고 있고「마르크스」도 공산당선언에서 언급했다.
그동안 우리들 중에 어떤 사람들은 돈을 많이 벌었고 어떤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적게 벌었지만 우리가 민주적인 민족국가를 건설하는데 이바지하고 있는 한 그동안 축적된 재부는 결국은 우리의 민족자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자본주의 체제아래서는 재부의 획득을 위해 스스로의 창의적인 노력을 통한 노동을 할 수 있으나 공산주의자들이 정권을 잡으면 정치적인 압력에 의한 강제노동을 해야한다.
오늘날 우리나라의 지성인들에 있어서는 조작된 계급의식으로부터 건전한 개방적인 민족의식으로의 전환이 요청된다.
◇인권문제에 대한 이해
신생국가들이나 발전도상국가들에서의 인권이란 주권을 효과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국가의 국민이 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들에게 있어서는 무엇보다도 자주적인 국가를 건설하고 그 국가의 시민이 되는 것이 바로 우리가 보장받아야할 인권인 것이다.
◇세계적인 안목
우리의 대학생들과 일반지식인들은 우리나라의 현실을 좀더 넓은 세계적인 안목에서 바라보고 이해하려고 노력해야겠다.
우리나라안에서의 계층간의 알력이나 지방적인 대립이나 사소한 정치적인 이해관계의 각도에서 우리나라의 현실을 바라보지 말고 오늘의 세계사회와 우리나라라는 각도에서 우리의 현실을 바라보자는 것이다.
대학생들이「이데올로기」적인 고민을 가질 수도 있고 우리나라 정치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세계 속의「우리」로>
그러나 대학생들이 그러한 고민과 판단을 너무 쉽게 행동과 연결시켜버리면 그 행동으로 인해서 대학생들의 의식이 굳어버릴 수가 있다. 그렇게 굳어버린 의식도 내가 앞에서 말한 관념적인 허위의식에 속하는 것이다.
◇전환기의 특징
우리나라는 현재 하나의 전환기를 겪고있다. 역사적인 전환기는 발전의 계기가 될 수도 있고 몰락의 계기가 될 수도 있는 것이 특징이다. 우리는 어떤 일이 있더라도 이러한 중대한 시기에 선동적인 정치인들의 다툼이나 만성적인 부정부패로 인해 멸망의 구렁텅이에 빠질 수는 없다.
우리나라의 모든 대학생들과 지식인은 우리의 조국이 오늘의 시련을 더 넓은 민주적 합의와 더 강한 국민적 통합력을 통해 성장과 발전의 계기로 삼을 수 있도록 협력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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