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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싸움"…도계·생계업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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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닭값 폭락으로 타격을 받고 있는 양계업계 일부에서『산지 닭값은 크게 떨어졌는데 소비자 닭, 고기값은 왜 이리 비싸냐』며 중간 상인들의 폭리를 규탄하고 나섰다.
충남 서산의 차병옥씨(46·서산읍 잠홍리1구 764) 등 일부 양계업자들은 최근 관계 요로에 진정서를 내고『산지에서 한 마리(2㎏)에 1천1백∼1천3백원씩 중간상인에 넘기는 닭값이 서울서는 2배가 넘는 2천3백∼2천5백원에 거래되고 있다』며 중간 상인들의 폭리를 막아줄 것을 호소.
이들은 산지 닭값이 떨어져도 소비지 가격이 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소비가 늘지 않아 소비자뿐 아니라 양계업자들도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같은 문제는 닭고기 뿐 아니라 돼지고기·쇠고기 등 축산물 가격이 폭락할 때마다 제기돼 온 해묵은 과제다.
최근 쇠고기·돼지고기는 가격연동제 실시로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고있지만 닭고기는 유통구조가 정비되지 않아 아직 손을 못 대고 있다.
닭고기 최대 소비지인 서울의 닭고기 소비량은 비수기인 겨울철에 하루 8만마리, 성수기인 여름철에는 20만마리에 달한다.
이 닭고기의 70∼80%,가 시장에서 직접 생닭을 잡아 파는 생계업자 1천1백여명의 손을 거쳐 공급되고 있다.
정부는 이 같은 생계처리가 비위생적이고 시장 환경을 오염시키며 유통 질서에도 문제가 있다고 보고 이미 74년에 축산물 가공 처리법을 개정, 도계 허가제를 규정해 놓고있다.
76년에는 서울 부산 대구 광주 대전 수원 성남 등 7개 도시를 도계 허가제 적용 지역으로 지정, 구체적 실시에 들어갔다.
그러나 서울지역에서는 생계업자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쳐 실시를 보류해왔으며 금년 4월 서울시가 다시 도계 허가제 강행을 공표 했으나 역시 실시가 안되고 있다.
현재 닭고기 유통업계는 정부의 권고로 대규모 도계 시설을 갖춘 도계업자들과 재래식 방법으로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생계업자들이 팽팽한 대결을 보이고 있다.
생계업자들은『정부가 도계장에서 대량 도계 된 닭고기를 팔라고 강요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이 도계장에서 나오는 닭고기보다 현장에서 잡아주는 닭을 원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가뜩이나 경기침체로 장사가 안되고 있는 때에 소비자들이 꺼리는 도계장 닭고기를 팔라는 것은 생계에 위협을 주는 처사』라고 항의하고 있다.
이에 대해 도계업자들은 정부의 시책에 쫓아 엄청난 시설투자를 해놓고도 정부의 우유부단한 태도 때문에 20∼30%밖에 가동을 못하고 있다며 도계 허가제의 강행을 촉구하고 있다.
현재 도계장은 서울에만 영육농산 등 7개소, 그리고 인천 안양 등에도 18개소의 도계장이 있어 서울의 하루평균 수요량 12만수를 공급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일부 양계업자들이 유통문제에 개입, 재래식 유통질서의 정비를 요구하고 나선 것은 생계업자와 도계 업자간의 싸움에 다시 불씨를 던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어차피 도계 허가제를 밀고 나갈 방침을 다지고 있어 한여름의 닭싸움은 판정이 나 있는 셈이지만 그 과정에서 생계업자·도계업자, 그리고 양계업자까지 끼어 들어 상당한 혼란과 진통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신성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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