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참패’ 새정치련 후폭풍

새정치민주연합이 31일 ‘7·30 재·보궐 선거 참패’에 따른 거센 후폭풍에 직면했다.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 등 당 지도부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갖고 ‘지도부 총사퇴’를 의결했다. 이에 따라 새정치연합은 당분간 박영선 원내대표가 이끄는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옛 민주당과 안 대표 측의 전격적인 합당으로 출범한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 체제’가 4개월 여 만에 허물어진 것이다.

김한길 공동대표는 이날 최고위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들겠다. 이겨야 하는 선거에서 졌다. 죄송하다"며 "모든 책임을 안고 공동대표직에서 물러난다. 앞으로는 백의종군의 자세로 새정치연합이 부단한 혁신을 감당함으로써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작은 힘이나마 돼 보겠다“고 밝혔다. 안철수 공동대표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표로서 모든 책임을 지겠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이날 최고위에서 김 대표는 모두발언을 통해 사퇴 의사와 함께 그간의 소회를 밝히며 눈물을 보였다고 한다. 안 대표 역시 “넉 달 동안 최고위원들께 많이 의지하고 배웠다”며 “선거결과는 대표들 책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평당원'으로 돌아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제대로 잘 했으면 좋았겠다"고 후회의 말을 남긴 뒤 "평당원으로 돌아가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에 앞서 두 공동대표는 이날 새벽 단 둘이 비공개 회동을 갖고 선거 참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동반 사퇴하기로 결정했다고 당 관계자들이 전했다.

유기홍 수석대변인은 최고위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당헌·당규에 따라 박영선 원내대표가 당대표 직무대행을 맡아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향후 당을 이끌어가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밝혔다. 새정치연합 지도부는 이날 당헌·당규에 '당 대표 권한대행에게 비대위 구성 권한을 준다'는 내용의 부칙을 추가하기도 했다. 박 원내대표는 8월 4일 긴급 의원총회를 개최하고, 비대위 구성 방안 등에 대한 논의에 착수할 예정이다.

조경태 최고위원은 “총체적으로 전략공천을 실패하고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우리가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한 부분이 참패의 원인이라고 생각한다”면서 “파괴적인 창조를 통해 국민과 당을 생각하는 그런 비대위가 꾸려져야 하고 공정한 조기 전당대회를 치를 수 있도록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 안팎에선 비대위가 꾸려지더라도 차기 당권을 노리는 주자들 사이에서 갈등이 나타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안 대표 측 사람들의 대거 탈당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당이 선거 참패에 따른 상황을 추스르고 안정되기 까지 심각한 계파갈등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윤석 기자 american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