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 "핵무기 제한 협상 용의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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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모스크바4일AFP동양】소련은 4일 제2단계 미소전략무기제한협정(SALTⅡ)이 미 의회에서 비준되기 전에라도 아무런 전제조건 없이 미국과 동서구 배치 핵무기제한에 관해 협상할 태세가 되어있다고 공식 발표함으로써 동서긴장완화를 위한 대서방 협상 태도를 적극화했다.
소련 공산당 정치국은 「헬무트·슈미트」서독수상이 소련의 전제조건 없는 대미협상제의를 밝힌 다음날인 이날 특별성명을 발표, 「슈미트」수상의 발언을 확인하면서 ①미소쌍무협상은 SALTⅡ가 미 의회에서 비준되기 전에라도 개시될 수 있으며 ②이 쌍무협상에서는 소련의 동구배치 핵「미사일」과 앞으로 서구에 배치 될 미국의 신형 중거리 핵「미사일」또는 이미 서구에 배치 된 「미사일」을 비롯한 핵무기의 제한 또는 감축을 협의토록 한다는 것이 소련의 기존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이 성명은「브레즈네프」공산당 서기장이 이른바「유럽」전략「미사일」에 관해『새로운 구상과 구체적인 제의』를 했다고 지적하고 소련의 SS-20산 최신예 「미사일」도 미국의 신형「미사일」인 「퍼싱」Ⅱ및 「크루즈·미사일」과 함께 미소 중거리 핵「미사일」제한회담의 대상이 된다고 밝힘으로써 처음으로 SS-20「미사일」의 배치제한 문제가 협상의 대강이 될 것임을 분명히 했다.
한편 소련관영「타스」통신도 「브레즈네프」서기장이「슈미트」수상에게 「유럽」중거리 핵 「미사일」제한협정은 SALTⅡ가 비준·이행된 후에나 효력을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밝혔다.

<해설>서구의 「아프간」관심 돌리려는 속셈일지도 소, SS-22단거리 미사일개발, 일부전진배치
「아프가니스탄」사태로 얼어붙었던 미소관계가 속서「유럽」중거리 핵 「미사일」제한협상으로 해빙될 기미가 보인다.
「브레즈네프」가 최근 「모스크바」를 방문한「슈미트」서독수상에게 서구의 신형중거리 「미사일」배치 계획을 연기 혹은 취소해야한다는 종래의 입장을 철회하고, 미국과 협상할 것을 제의함으로써 미해결로 남아있던「미사일」협상이 열리게 될 것 같다.
정치적으로는 소련이「아프가니스탄」사태와 「이란」인질 사태로 잠시 잠잠했던「미사일」문제를 다시 꺼냄으로써「미사일」문제에 사활이 걸린 서구의 관심을「아프가니스탄」으로부터 멀리 돌려보려는 속셈도 엿 보인다.
또 어쩌면 국제정치의 연계성 원리(링키지·디오리)에 따라 「아프가니스탄」문제를 「미사일」논쟁에 연관시켜 정치적으로 유리하게 해결해보려는 소련의 고육지책인지도 모른다.
「나토」는 작년12월 「브뤼셀」에서 열린 외상·국방상합동회의에서 서구를 향하고 있는 소련의 SS-22중거리 핵「미사일」에 대항하기 위해 83년까지 「퍼성」Ⅱ「미사일」1백8기, 「크루즈·미사일」4백64기 등 5백72기의 중거리 핵「미사일」을 배치키로 결정했었다.
그러나 「바르샤바」조약군의 위협을 직접 피부로 느끼면서 소련과의 「데탕트」를 견지해왔던 서독을 비롯한 일부 서구국가들은 자국에「미사일」이 배치되는 것을 은근히 꺼려왔었다.
「나토」가 핵 전력을 강화시켜 대소 핵 억지력을 갖추는 데에는 찬성하나 「미사일」을 자국에 배치함으로써 소련의 SS-20 「미사일」목표가 되는 것은 바라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중·장거리 전략「미사일」의 제한만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소련은 이미 사정거리7백∼8백㎞의 단거리핵「미사일」SS-22의 개발을 시작해 이미 일부는 전진배치 시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동서간의 군비감축이라는 커다란 테두리 안에서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감군 협상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미사일」 경쟁 및 논쟁은 끝없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이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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