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적인 수출증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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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79억8천1백만「달러」를 기록한 상반기의 수출실적은 그동안 크게 염려되던 수출둔화현상의 회복추세를 시현하고 있다.
올 목표 1백70억「달러」의 46.9%에 이르렀으므로 예년처럼 하반기에 증가할 수출수요를 기대하면 금년도 수출은 별 차질이 없을 것 같은 전망이다.
수출의 선행지표인 수출신용상내도액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어 다행이다.
그러나 상반기의 수출구조를 놓고 볼 때 앞으로 낙관을 불허하는 요인이 없는 것도 아니다.
수출물량의 감소, 채산성의 악화 등에다 신규품목이나 신시장의 개척이 답보상태에 있다는 사실은 수출전선에 부정적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것이다.
이는 당장 하반기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수출증진을 위해서 정부당국·유관기관·업계가 모두 점검해야 할 문제점이라고 생각한다.
올 들어 수출금액은 그런 대로 순조로운 추이를 보이고 있다고 하지만 그것은 세계적인「인플레이션」으로 인한 명목상격의 상승에서 오는 몫이 큰 것이며 물량은 품목에 따라 오히려 감소현상을 나타내고 있다.
즉 수출대종상품인 섬유류의 경우, 금액상으로는 18억2천5백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3.4% 증가했으나 가격상승을 감안하면 물량은 줄어들어 국내직유업계의 가동률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합판은 금액·물량이 함께 감축되어 그 여파로 동명목재의 도산 등을 불러오기도 했다.
이밖에 농수산물을 비롯, 중공업제품인 전자·전기제품, 금속제품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수출물량의 증가가 부진한 형편이다.
수출액의 증가에 기여는 하고있다고 해도 종국적으로는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오는 수혈수출도 간과하기 어렵다.
물론 채산성이 나쁜데도 불구하고 적자수출을 감행하는데는 국내경기침체에 따른 재고누증을 해결하여 어려운 자금사정에 조금이나마 숨통을 트게 하자는 것과 조업을 계속해야한다는 불가피한 사정이 작용하고 있을 것이다.
또 국제경쟁력이 저위에 있다는 것도 부인할 수가 없다. 그래도 우려되는 것은 적자수출이 한국상품에 대한 저평가를 낳고 적자 분을 국내시장에서 보전하려 함으로써 국내물가의 상승을 결과한다는 것이다.
예컨대「시멘튼·PVC·자동차·TV·철근 등 많은 중화학공업제품의 수출가는 내수가 보다 저렴한 선에서 결정되면서 품목에 따라서는 대폭적인 수출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수출구조의 경직성에서 탈피하자면 새로운 상품이나 시장개척이 있어야 한다.
새로운 상품은 특별한 품목의 개발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상품을 고급화 합으로써 고부가가치를 유도해 내자는 것이다.
신시장 개척도 새 교역상대국에 진출하는 것과 동시에 새 고객을 찾자는 의미다. 그런데 상반기의 수출 내용은 주요 기존시장 및 상품의 신장이 여의치 못했으며 새로운 돌파구를 여는 것도 미흡했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따라서 이제는 지속적인 수출증대를 가능케 하는 수단이 무엇인가를 적극적으로 모색해야할 시점이 아닌가 한다.
국내물가의 안정으로 명목적인 임금상승을 억제하고 생산성을 높임으로써 국제경쟁력을 배양해야 한다.
상품고급화에 주력하여 부가가치를 제고하고 가득률 향상중심으로 수출지원제도도 개편해 나가는 것이 소망스럽다.
현재 주요 선진국을 비롯한 세계의 경기가 침체기에 빠져 있으므로 우리의 수출여건은 결코 좋은 위치에 있는 것이 아니다.
내외여건이 원활치 않는 속에서 수출입국을 지향하려면 그만큼 한국상품의 적응력을 기르는 다각적인 전략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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