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자민당 계속집권의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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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22일 실시된 일본의 중. 참의원 동시선거는 일부의 예상을 뒤엎고 자민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개표결과 집권자민당은 중의원의 총 의석 5백11석 가운데 안정과 반석인 2백71석을 웃도는 2백84석을 확보함으로써 단독정권을 무난히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참의원에서도 자민당은 과반수 보다 10석이 많은 1백35석을 차지했다.
이 같은 총선결과는 자민당에 69년 이래의 압승을 안겨준 것으로 일본의 유권자들이 불확실한 [변화]보다는 중요한 현실을 현상대로 유지하기를 희망한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내각불신임안의 가결이라는 뜻밖의 사태로 초래된 이번 총선은 정책논쟁 보다는 『자민당단독집권이냐, 아니면 여야연합 정권이냐』하는 정권논의가 최대의 쟁점이 된데 그 특징이 있었다.
돌연한 「오오히라」수상의 서거 후 선거의 초점이 정책보다는 체제선택으로 기울자 보수적인 일본유권자들은 현재의 [안정]을 선택한 것이라 하겠다.
일본은 현재 전 세계가 당면하고 있는 경제 불황에도 불구하고 거의 단일하게 호황을 누리고 있는 나라다.
지난 10여 년 간 풍요한 생활을 누려 온 일본국민은 결국 중요하고 안정된 생활과 이를 뒷받침 해준 자유경제체제 및 자민당체제에 해 압도적 지지를 선거를 통해 명한 것이다.
여기에다 최근의 국제정보의 움직임 또한 한 자민당에 승리를 안겨준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른바 [북방영토」에 대한 소련의 병력증강, 한반도의 경세변화, 미소[데탕트]체제의 시련 등이 일본국민에 준 안보상 불안감이 전통적 보수성향에 촉매역할을 한 것으로 보아 틀림없을 것이다.
[오오히라]내각이 성립된 지 8개월만에 불신임안가결로 붕괴된 것은 한마디로 고질적인 자민당 내 파벌의 결과였다. 이런 파벌싸움은 국민부재의 추태며 당내의 통치능력조차 잃은 중좌라는 호된 비판마저 나왔다.
자민당단독집권이 불가능할 것이란 여론이 높아지고 자민-민사의 보수. 중도정치 구상이 공공연히 운위된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러나 전후 처음으로 현직수상이 그것도 선거전이 한창일 때 서거했다는 충격까지 겹쳐 일본국민은 불안정한 중도연합이나 혁파 지향적인 좌파연합대신 집권자민당의 안정세력 유지를 선택한 것이다.
흔히 우리나라에선 일본 자민당이라고 하면 보수정당으로만 인식되고 있지만, 기실 자민당 자체가 연합정권의 성격을 띠고 있음을 간과해선 안 된다. 노소는 물론 보수파와 진보 파가 고루 망라된 정당인 것이다.
때문에 누가 다음번 수상이 될 것인가를 비롯해서 당권의 향방, 체질개선 문제 등이 모두 우리의 큰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물론 대내적으로는 그동안 지탄을 받아 온 금권. 파벌정치의 지양이란 발전적인 체질개선을 통해 대국민 「이미지」를 쇄신하는 것이 최대 과제일 것이다.
국제적으로는 국가이기주의의 틀을 벗어나 동북아세아의 정치적 안정과 건전한 경제협력에도 경제대국으로서 긍정적 역할을 해야할 것이다.
후계수상이 누가 되건 자민당정부의 대한정책에 기본적인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일 간에는 지금 무역역조시정을 비롯해서 석유공동개발. 북해도 근해의 어장 분쟁 등 현안문제가 산적해 있다. 그 중에서도 우리의 관심이 큰 것은 직접군사문제를 제외한 모든 분야에 걸친 안보협력이라 하겠다.
자민당의 차기정권은 한국의 안보가 일본의 안보에 직결된다는 인식에 바탕해서 보다 발전적인 협력관계유지에 적극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자한다.
우리는 자민당의 안정정권유지를 환영하면서 그것이 한일 간의 한층 호의적이고 긴밀한 성립관계로 이어질 것을 거듭 바라마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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