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 「넥타이」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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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로마」제국시대의 군인들 목에 감겨있던 길다란 헝겊을「포칼레」라고 했다. 「넥타이」의 원조는 바로 이「포칼레」라고 한다.
「프랑스」 사람들은 「넥타이」를 「크라바트」라고 부른다. 17세기 후반 「프랑스」에「루와이얄·크라바트」라는 연대가 있었다. 이 부대의 병사들은 보자기 같은 헝겊을 목에 두르고, 턱밑으로 헝겊자락을 늘어뜨렸었다. 요즘 여성들의 「스카프」와 비슷한 모양이다. 「크라바트」라는 호칭은 그 병사들의 목장에서 비롯되었다.
18세기, 그림 속에서 보는 서양 사람들의 복장은「크라바트」의 긴 자락이 매듭으로 바뀌고 있다. 목을 칭칭 세번씩이나 감고 턱밑으로 나비 모양의 매듭을 지었다. 그것이 후에「보·타이」가 되었다.
요즘의 「넥타이」 모양은 19세기 중반 이후에 나타난 복식이다. 「포·인·핸드」라고도 한다. 「4두 마차」라는 뜻에서 비롯되었다. 필경 말고비를 연상하고 그런 명칭이 생긴 것 같아 고소를 짓게 된다.
한 여름에도 「넥타이」를 꼬박 죄고 지내는 일은 여간 고역이 아니다. 냉방이 수월하던 시절은 그나마 깍듯이 의관을 갖추고 있는 것도 그럼직 했지만, 요즘은 그것도 아니다.
「빌딩」들은 저마다 창구를 열어놓고 더위를 견디고 있다. 바람이라도 불었으면 좋겠지만 「아스팔트」를 스치는 바람은 오히려 무덥기만 하다. 어딘지 사람들은 후줄근하게 지쳐있는 모습들이다.
관가에는 벌써 「노타이」를 권장하고 있다. 미국의 관리들도 요즘은「넥타이」 안매기 운동을 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프랑스」 사람들도 「크라바트」를 별로 고집하지 않는 것 같다. 영국에선 한때 「넥타이」 찬반론이 벌어졌던 일이 있었다. 반대측에선 「넥타이」는 곧 충성과 기강의 「심벌」인데 그것이 풀어지면 관리의 신뢰도에 손상이 온다고 주장했다.
그보다도 영국 같은 나라에선 「젠틀먼십」이 은연중에 작용했을 것도 같다. 그 뙤약볕에서도 영국의 교통 순경은 삐죽한 모자를 쓰고 근엄한 정장을 한 채 네거리에 서있다. 과연 충성스러워 보인다.
그러나 이런 풍습은 공연한 귀족 취미 같기도 하다. 기름 한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냉방 시절의 정장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반소매에 「노타이」차림으로 일하고 있는 모습은 오히려 근면하고 정결해 보인다. 은행 창구의 풍경도 그렇다. 정장이 정직의 상징인 것처럼 보이던 시대는 지난 것 같다.
요즘은 연중 낮이 가장 긴 때다. 하지를 넘기는 21일은 낮 시간이 14시간45분이나 된다.
태양의 계절이다. 길고 긴 낮 옷소매를 걷어올리고 열심히 일하는 모습은 자신도 그렇고, 남이 보기에도 한결 시원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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