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제도도입 무엇이 문제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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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전과전문의 또는 가정의 라고 하면 우리에게는 생소하지만 미국에서는 이미 정착되어 의원분야에 큰 성과를 거두고 있는 의료제도다. 전문의는 한마디로 소아과·내과·외과·부인과 등 모든 과목을 한사람의 의사가 진료하며 또한 가족을 이루는 구성원 전부를 한 명의 의사가 그 가정의 분위기를 이해하면서 진료하는 제도다. 전과의는 우리나라와 같이 농어촌·소도시 등 의료인구가 부족한 형편에서는 바람직한 제도로 평가되어 정부에서도 81년부터 이 제도의 도입을 모색하고있다. 그러면 가정의 제도란 어떤 것이고 시행에 따른 기존 일반의와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알아본다.
전과전문의(일명 가정의)는 전과의 진료·치료를 1인의 전문의가 맡는 제도로 67년 미국의협 산하 시민의원회 「밀리스」박사가 의원제도상의 모순을 시정하기 위한 방안으로 제시해 그동안 수정·보완을 거치면서 자리를 잡아 현재는 가장 이상적인 의료제도로 평가되고 있다.
이 제도가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은▲환자는 자신을 비롯, 가족의 모든 병을 지속적으로 진료하고 상담해 줄 의사를 얻게 되었고▲의사는 기계적인 치료행위에서 벗어나 자신의 수준을 향상시키고 지역사회 주민의 건강증진에 기여할 수 있게 됐으며▲정부는 보다 싼 의료비로 국민보건을 유지할 수 있다는 3자의 목적이 부합됐기 때문이다.
당초 이 제도는 각과를 따로 보는 전문의와 일반개업의들의 완강한 반발을 받았지만, 시험적으로 배출된 진료전문의가▲진정한 의미에서의 건강증진과 환자진료▲포괄진단 및 완벽한 1차 진료를 통한 지역사회 의료기관으로서의 위치 확립▲의대생의 현장교육 및 연구기관▲가정단위의 진료제도로의 전환 등 바람직한 실효를 거둬 필요한 의료제도로 각광을 받게됐다.
미국에서의 전과전문의 양성과정은 의대본과 2년부터 시작돼 3년 간의「레지던트」과정을 거치는 동안 각과에 해당하는 질병의 진단 및 치료를 마치게 되는데, 이렇게 배출된 전과전문의는 거의가 지역사회에 나가 일선치료를 맡고 있으며 일부만이 종합병환에 개선된 전과전문과에서 일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 의대생 중 절반이 전과전문의지망생일 정도로 전과전문의가 인기를 얻고 있는데 이는 전과전문의가 전문의이면서도 갖가지 질병을 두루 치료하고 가정적인 질병상황을 잘 파악해 환자들에게 신뢰감을 주고 또 정부에서 이들에 대한 개업을 권장하는 제도장의 혜택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78년부터 전과전문의에 관한 논의가 일기 시작, 현재 서울대의대「레지던트」과경에 9명의 전공의가 있으며 연세대 의대에서도 내년부터 본과과정에 학과를 개설하기로 결정했다.
한편 보사부는 지나치게 높은 전문의의 비율. 의원인구의 도시집중 등 파행적인 우리나라 의료체계확립과 의료혜택의 균점을 위해서는 가정의 제도의 도입이 바람직한 것으로 판단, 현재 개업하고 있는 일반의 들과의 상충되는 문제를 해결해가면서 81년부터 부분적용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일반의에 대해 보수교육을 실시, 가정의로 전환할 것인가, 아니면 가정의 시험을 거쳐 20번째 전문의과목으로 설정할 것인가는 아직 결정을 짓지 못하고 있다.

<윤재석· 이헌기기자>

<도입찬성론>

<윤방부 교수><연세대의대>

<종합병원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 줄여 농어촌 등 1차 진료에 바람직한 제도>
『1명의 의사가 가정단위로 진료를 하며 모든 질병을 「커버」한다는 것이 한낱 이상적인 생각이라고 단정해 버릴지도 모르지만 의료의 궁극적 목적에 비추어 볼 때 오히려 바람직한 제도죠.』
국내 유일의 전과전문의 윤방부 교수(연대의대)는 높아지는 환자의 종합병원에 대한 의존도와 의사의 도시편중 경향 및 전문의의 연구실적 부진 등 산재한 의료상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열쇠는 전과전문의제도라고 못박는다.
즉 의료보험실시 이후 환자가 종합병원으로 몰리는데 이는 일반개업의 들에 대한 불신 때문으로 해석되며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일반개업의 들의 전과전문의 과정이수가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전문의들이 농촌 및 중·소도시에서 1차 진료를 포괄적으로 담당하게되면 의료체계가 확립된다는 것도 잇점으로 든다. 한편 현재 대학병원 급의 각과전문의들이 환자에 매달려 전문분야의 심층 연구가 소홀한 경향인데 1차 진료기간에서 전과의 들이 완벽한 진료를 하게되면 이들의 고충도 자연 해결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윤박사는 『기존 개업의들의 전과전문의화는 소정의 보수교육을 통해 이루어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그는 무엇보다도 정부차원에서의 제도적 뒷받침이 선무라고 강조한다.

<시기상조 논>

<김재유 박사><서울시의사회장>
전과의 노릇 하는 일반의와 갈등조장 보수 교육시켜 전과의 자격 부여해야
개업의 측의 김재유 박사(서울시의사회장)는 『의대졸업생의 약80%가 전문의를 지망하는 실정에 비추어 전과의의 필요성은 인정한다』고 전제하고 『그러나 현재와 같은 의료풍토에 이 제도가 정착하기에는 시기가 빠르다』고 주장한다.
김박사는『현재 일반의가 사실상 전과의의 역할을 하지 않느냐』고 반문하고 개인의원의 영세성, 그에 따른 의원간의 통합이 불가능한 상황과 외래환자의 종합병원 선호경향이 계속 되는 한 전과의제의 채택은 개인의원을 더욱 위축시키고 의사간에 차등을 그어 부화를 일으킬 소지가 많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환자가 1차 진료는 의원에서 하고 그 다음 진료는 종합병원에 가는 의료전달체제의 확립이 선결조건이며 이를 위해 종합병원은 전문의가, 개인의원은 일반의가 각각 맡아야 될 것이라는 게 김박사의 주장이다.
기존 개업의와의 마찰을 불식시키기 위해 개업 중인 일반의에게도 소정의 보수교육을 마치면 어떤 식이든 전과전문의 자격을 부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교육 후 자격부여 기준도 불분명한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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