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의 세계|미국 대학생들 부업 찾아 안간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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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최근 미국의 청소년들 사이에는 『어느 회사의 누굴 아느냐?』는 말이 마치 유행어처럼 오르내리고 있다. 이것은 다름아니라 올 여름방학에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는 일자리를 얻기 위해 「힘을 빌」 사람이 있느냐는 뜻이다.
미국의 청소년들 가운데는 방학이 되면 평소에 가고 싶었던 곳을 찾아가 휴가를 즐기는 학생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다음 학기의 학비를 보태기 위해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는 것이 보통. 작년만 해도 미국 전체로 볼 때 약1천5백80만명의 학생들이 「섬머·잡」을 가졌다. 그런데 요즘 들어 이들의 임시직업전선에 비상이 걸렸다. 일자리가 없는 것이다. 주원인은 현재 미국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불어닥치고 있는 불경기바람.
「텍사스」주 「댈라스」시의 청소년 직업담당관으로 일하는 「러실·다이어」씨는 『전에 경리일이나 창고업무일을 맡아본 경력이 있는 학생이라면 구직에 있어 비교적 나은 편에 속합니다.
「스낵·바」의 종업원 자리도 아직은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공사판 인부나 가게 점원자리는 거의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고 말한다. 한 예로 「필라델피아」의 한 은행에 임시 경리직으로 16자리가 나오자 4백명 이상이 몰리는 과열을 보였다.
이중에서 그래도 특별한 기술을 가지고 있거나 지난해 어떤 곳에 근무해서 안면을 익혀둔 사람은 그래도 나은 편. 기술도 안면도 없는 사람이면 「인내심」이라도 있어야 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크게 작용하는 것이 평소의 안면.
『개인적인 안면뿐 아니라 이용 가능한 모든 수단을 사용, 우선 「문안에 발을 들여놓고 보는」 배짱이 있어야 한다』고 한 학생은 말한다.
여러 직업 가운데 가장 인기있는 것은 예년과 같이 휴양지의 「호텔」·위락시설 등의 임시고용원. 휴가를 즐기면서 돈을 모을 수 있는 일석이조 때문이다.
전 미국에 6개의 대규모 휴양「체인」을 가지고 있는 「식스·플래그」회사는 올 여름에 약1만8천명의 임시직을 채용할 계획인데 현재 전국에서 수십만 통의 신청서가 쇄도중이다.
노동성에서는 약90만명의 일자리를 마련하고 또 각 기업에 청소년들을 임시 고용할 것을 적극 독려하고 있지만 수요에 비해 공급은 태부족. 「미시간」주의 한 노동관계관리는 『지난 3월말현재 전국의 실업율은 6.2%였으며 7, 8월에 가면 7%에 이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니까 그때에 가면 일자리를 찾는 성인실업자와 임시직을 구하려는 청소년들 사이에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거죠. 우리「미시간」주만해도 이번 여름에 직업을 구하려는 청소년의 25%는 일자리를 찾지 못할 것 같습니다』고 말한다.
하여튼 불경기 덕분에 올여름 미국 젊은이들의 여름방학은 즐겁지만은 않은 방학이 될 것 같다.

<외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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