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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와 교감하는「오키스트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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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05면

풍부한 표현력과 큰「스케일」로써 음악의 우주를 창조하는 교향악은 무한한 위력을 갖고있다. 일찌기「피타고라스」는 수많은 천체운행의 음악적인「하머니」에서 소리없는 우주교향악을 생각했지만 오만가지 악기들이 오묘한 화음을 자아내는「오키스트러」는 이 지상의 가장 훌륭한 창조물일 것이다.
「베를린」방송교향악단은 세계의 어디서나 들을수있도록 전파를 통하여 연주를 물려준다. 이 음악의 전파가 저 까마득한 우주의 구석구석까지 전달된다고 볼 때「피타고라스」가 말한 소리없는 우주교향악에다 생명을 불어넣는 샘이다.
이「오키스트러」가 보내는 아름답기 그지없는 음악은 우주의 영과 교감하며「론도」(윤무)를 추는 모든 천체에 멋진반주를 하는 것이다. 이것은 결코 가공적인 이야기가 아니며 실제로 있는 현상이다.
「베를린」방송교예악단은 제2차대전 2년 뒤인 1947년에 태어나서 지상최대의 암흑시대인 20세기 후반에서 세계악과 싸우며 방송과 일반 연주회를 통하여 아름다운 음악을 우리 인류에 선사해 왔다.
이렇듯 높은 이념을 지닌 이 교향악단이 정작 우리나라를 찾아오다니 어떤 먼 우주에서 오는 음악사절과도 같이 느껴진다.
절묘한 음색, 푸짐한「델러커시」, 다양한 색채성, 그리고 뛰어난 조형미를 완벽한 「앙상블」과 날카로운 현대감각으로 훌륭하게 표현하는 이 교향악단은 일찌기「디스크」대상을 받았고 독일평론가협회에서 주는 평론가상도 받았다.
이 교향악단의 지휘대에는「뵘」「클렘페러」「카라얀」「마젤」「하이팅크」「셸」「오먼디」「숄티」등 세계적 거장들이 섰고 협연한 연주가는「박하우스」「기제킹」「리히테르」「루빈슈타인」「메뉴인」「오이스트라흐」「푸르니에」등 헤아릴수 없을 만큼 많다. 게다가 방송·연주회 이외에도「잘츠부르크」「빈」등 세계적인 음악제에도 참가하며 눈코 뜰새없이 활약하고 있다.
이 교향악단을 이끌고오는 수석지휘자「에리히·라인스도르프」는 1912년「빈」에서 태어나 26세에 이미 세계 삼대가극장의 하나인「메트러폴리턴」「오페라·하우스」의 상임지휘자가 된 천재다. 그는 동찰력이 강한 눈과 유독 큰 귀를 가졌는데 특히 그의 귀는 청음기보다 더 정확히 소리를 파악하는 절대음감을 갖고있다.
게다가 암보력이 비상하여 닥치는대로 방대한「스코어」도 모두 외는데 그야말로「미크로코스모스」가 아니라「코스모스」다.
「라인스도르프」는 괴팩하다고 할만큼 색다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으로서도 유명하다.
그는 우정과 인인애와 자비가 돈독하여 집에 많은 친구·음악계의 인사·「팬」들을 맞아들여 극진히 대접하기를즐기는데 반드시 여흥으로서 그가 선정한 역사적인 인물 몇사람중 누구를 지지하느냐고 묻고 만일 자기뜻에 맞는 사람에게는 개인상을 주는 일이다.
이런 일 이외에도 그는 지나친 고집으로 세계 여러나라「오키스트러」를 지휘하면서 많은「에피소드」를 남기고있다.
그리고 이번 이 교향악단의 공연이 색다른 것은「솔로이스트」를 데리고 오는 일이다.
1944년「폴란드」에서 태어나 1967년「뮌헨」국제「콩쿠르」에 입상하여「번스타인」「카라얀」「줄리니」「하이팅크」등 지휘자와 협연하여 세계각지에서 연주하고 있는「유스투스·프란츠」라는 젊은「피아니스트」다.
그는「피아노」의 시인이라는「쇼팽」의 뒤를잇는 연주가라고 할수 있어서 기대가 매우 크다. 또 한가지 이「베를린」방송교향악단에서 느낄수있는 것은 1백여명이나되는 단원들의 얼굴이 고대에서 현대까지의 많은작곡가·연주가들의 모습을 방불케 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현대라는 이 시간에서 까마득한 옛날로 거슬러 올라가 보다 넓은 음악의 세계를 더듬게 되리라고 믿는다. 이것은 우리가 이교향악단의 연주에서 덤으로 받는 하나의 행운이 될것이다.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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