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내성·돌연변이 없는 치료제, 만성 B형간염 진행 막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2면

민소매 사이로 보이는 타투(문신), 코·귀를 장식한 피어싱 … 노출의 계절 여름철의 패션 아이템이다. 하지만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피부에 손을 댔다면 B형간염을 조심해야 한다.

우리나라 간암환자 10명 중 6~7명이 B형간염을 앓다가 간암으로 진전됐다. 28일 ‘세계 간염의 날’을 맞아 서울대의대 김윤준(내과)교수에게서 B형간염의 궁금증을 풀었다.

서울대 의대 김윤준(내과) 교수는 만성 B형간염을 방치했다간 간암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항바이러스 치료제로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 출처 = 김현진 기자]

- 간염은 왜 생기나.

“간염은 바이러스성(A·B·C·D·E형)·알코올성·독성 및 약물유발성·자가면역성 간염과 비알코올성 지방간염 등 크게 다섯 가지로 분류된다. 이중 바이러스성 간염은 매년 세계 15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주범이다. 바이러스가 이동해 감염되는데, 유형마다 감염 경로가 다르다.

A형간염은 오염된 어패류·물을 섭취했을 때, B·C형간염은 혈액·체액을 통해 감염된다. 이들 바이러스성 간염 중에서도 만성 B형간염은 현재로서는 완치가 안 된다. 대신 백신은 있다. 효과적인 바이러스억제제가 개발돼 만성 B형간염의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할 수 있다. B형간염을 방치했다가는 간경변·간암 등으로 병이 진전될 수 있다.”

- 국내에는 B형간염이 가장 흔한데.

“그렇다. 우리나라 만성 간염환자 중 65%는 B형간염이다. C형·알코올성 간염, 비알코올성 지방간염(각 10% 안팎) 등 다른 간염과 차이가 크다. 이들 B형간염 환자의 95%는 ‘수직 감염’됐다. 수직 감염은 출산과정에서 아기가 B형간염 바이러스를 엄마에게서 옮겨 받는 것을 말한다. 아기가 양수를 벗어나 엄마의 산도(자궁경부·질 등)를 지날 때 혈액·체액을 통해 B형간염 바이러스가 옮겨지기 때문이다.

신생아가 B형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것은 성인이 감염되는 것보다 훨씬 위험하다. 태아는 모체에게서 받는 모든 것을 잘 받아들이려 하기 때문에 B형간염 바이러스에도 별도의 면역력을 갖추지 않게 된다. B형간염 바이러스를 갖고 태어난 아기의 95%는 B형간염이 ‘만성화’된다. 5세 이하(50~60%), 성인(5% 미만)보다 만성화할 확률이 높다.”

- B형간염의 급성·만성 차이는.

“B형간염 바이러스가 6개월 이내 사멸하면 ‘급성’이다. 반면 ‘만성’은 바이러스가 죽지 않고 오랫동안 살아남아 간 세포를 공격한다. 길게는 수십 년간 이어진다. 간 세포를 계속 공격하면 간 조직이 섬유화되고 간 경변증이 발생할 수 있다. 심하면 간암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만성질환이 더 심각하다. 현존 의료기술로 B형간염의 급성환자는 완치 가능하다. 하지만 만성환자는 완치되지 못한다. 한 가지 희소식은 현재 서울대의대의 임상시험이 긍정적이라는 점이다. 다수의 완치제가 개발 중이다.”

- B형간염을 예방하려면.

“성인의 B형간염 감염 경로는 에이즈 바이러스(HIV)와 비슷하다. 따라서 B형간염을 막으려면 혈액을 포함해 타인의 체액에 노출되는 것부터 막아야 한다. 비위생적인 시설에서 타투 시술을 받거나 B형간염 환자와 면도기·칫솔·주사기 등을 같이 쓰는 행위도 삼간다. B형간염 산모가 임신했다면 출산 시 아기가 바이러스를 물려 받지 않도록 임신 도중 항바이러스제를 처방받을 수 있다.

과거 1~2세대 B형간염 바이러스 약제들은 오래 복용하면 내성 바이러스가 생겨났다. 이에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하고 돌연변이 생성을 막는 3세대 약제 ‘바라크루드(한국BMS제약)’가 주목 받고 있다. 경구투여용 항바이러스 전문의약품이다. ‘만성 B형간염 진료 가이드라인(2011년 대한간학회)’에 따르면 바라크루드는 항바이러스 효과가 강력하고 내성 문제에서도 안전해 의사들이 참고해야 할 약물로 권고된 바 있다. 장기간 복용해도 바이러스를 잘 억제하면서 내성·돌연변이가 거의 생기지 않는다. 산모의 B형간염 감염 여부와 관계 없이 태어난 직후 모든 신생아에게 B형간염 예방접종을 실시해야 한다.”

- B형간염인지 알고 싶다면.

“병원 소화기내과에서 B형간염 항원 검사를 받으면 된다. 채혈하는 방식인데, 1~2일이면 결과가 나온다. B형간염의 여러 항원 중 HBsAg라는 항원은 B형간염 여부를 알려주는 지표다. 혈액 내 해당 항원이 발견되면 한 번 더 피를 뽑아 HBV(B형간염 바이러스) DNA라는 B형간염 바이러스의 증식 활성도를 측정한다.”

정심교 기자 simkyo@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