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제와 화합으로 국가적 시련을 극복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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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계엄령이 전국일원으로 확대되었다. 최규하 대통령은 18일 하오 특별성명을 내고 『계엄하에서 학생소요가 진정되기는커녕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현실 정치문제에 깊이 간여하면서 교외소요로 과열폭력화되어 감으로써 극심한 사회범란을 야기, 국력의 소모를 가져오고 있고 질서회복에 앞장서야 할 지도급 정치인이 정부의 안정유지노력을 외면, 오히려 사회불안을 선동 자극하여 소요사태는 더욱 심각해져 국기마저 근본적으로 흔들리게 할 우려마저 없지 않다』고 말하고, 『정부는 국가를 보위하고 국민의 생존권을 수호하며 안정속에 성장과 발전을 바라고 있는 대다수 국민의 염원에 부응하여 일대단안을 내리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라고 계엄령확대실시의 불가피성을 설명했다.
최 대통령은 『이번 조치로 국민의 일상생활과 경제활동에는 아무런 지장도 없을 것』이라고 밝히고 『79년 12월 21일자 본인의 대통령 취임사를 비롯하여 기회 있을 때마다 누차 설명한 바 있는 정치발전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으며 이를 계속해서 착실히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최 대통령은 이어『국민 모두가 이해와 협조로 소이를 버리고 대동단결하여 이 비상시국을 극복하면서 지속적인 국가발전과 민주사회의 건설을 위해 다같이 매진할 것』을 당부했다.
이번 조치의 불가피성을 역설한 최 대통령의 특별담화로 미루어 볼진대 지금 우리 국민이 제일 경계해야 할 것은 「내부붕괴」라고 아니할 수 없다.
국민 누구나 알다시피 우리나라는 지금 역사적 변화기에 있다. 이 같은 전환기에서는 각 이해집단이나 세력간의 갈등이 심화하고 가치의 척도도 각 집단의 형성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이게 마련이다.
이런 때일수록 상호결합보다는 상호배반의 현상이 두드러지고 그러한 현상은 각 이해집단간에서는 물론이고 개인간에도 나타나게 된다.
특히 어느 한 집단의 도에 지나친 집단의사표시 행위 때문에 정상적인 사회질서·정상적인 사회활동이 방해되고, 이것이 사회 전분야에 확대될 경우 내부붕괴의 우려는 피할 수 없게 된다.
어느 한 집단의 일방적인 의사표시가 마침내 다른 집단의 반작용을 유발시켜 사회전체를 불안하게 만든 경우는 역사적으로 여러번 보아 왔고 딴 나라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일이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계엄령의 확대시행은 그 목적이 사회질서, 사회활동의 정상화를 위한 불가피한 수단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금 이 시국이 중대한 국면을 맞고 있다는 것은 객관적 사실이다.
이러한 때일수록 국민 각자가 조석으로 되씹어야 할 것은 구두선만의 민주화가 아니라 체질화된 민주의식, 체질화된 민주적 행동양식이다. 이점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두말할나위 없이 민주화, 민주의식이란 개인간, 집단간의 상호이해를 바탕으로 한 조화된 사회활동의 「룰」을 확립하는 것이다.
상호이해를 바탕으로 한 조화가 깨질 때 사회의 불균형은 확산된다. 모든 사람이나 모든 집단이 제각기 개인이나 자기가 소속된 집단의 주장만을 내세우게 되면 그것이 사회불안을 전반적으로 가속화시킨다는 것을 우리는 다시 한번 경험한 셈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 국민들이 해야할 일은 무엇인가. 우선 그것은 자기주장이나 소속집단의 이해에만 얽매이지 않을 일이다. 다시 말해 모든 문제를 보다 거시적으로 파악하고 시야를 넓히지 않으면 안 된다.
자기가 처한 입장이 아니라 세계적 동향 가운데서 한국이 어떠한 진로를 택해야할지를 국민 모두가 진지하게 생각할 때다.
세계의 정치·세계의 경제·세계의 문화를 거시적으로 살피고 그러한 세계적 동향속에서 우리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이 선택되어야겠다는 것이다.
그러려면 세계속의 한국의 좌표가 과연 무엇인지가 먼저 설정되어야겠고, 한국사회 전체가 당면한 국민적 과제에 대한 성실한 반성이 있어야 한다.
경제적으로도 어느 때보다 어려운 국면에 처해 있고, 군사적으로도 북괴와 대치하고 있다는 그 엄연한 현실에 아무런 변화가 없다.
이런 가운데서 정치적으로는 국민 모두가 한결같이 바라는바 민주발전을 이룩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수행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내외여건을 충분히 감안하면서 국민적인 여망에 마라 민주화를 추진할 수 있는 길은 사회내 각 이질집단간의 원만한 관계정립에서 찾아지지 않으면 안 된다.
아직 늦은 것은 아니다. 지금이라도 사회 각 세력은 아집과 독선에 매달리지 말고, 어떤 규범에 따라 행동을 해야만 국가 전체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공헌할 수 있는지를 깊이 추구해야 할 것이다. 냉정하고 이성적인 현실판단에 의거해서 문제를 풀어나가는 것이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임을 재삼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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