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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받이 산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대리산모를 위한 건강하고 혈통 좋은 처녀를 구함. 1연간의 생활비 외에 충분한 사례를 함. 일차면담을 요망…』 몇 해전부터 미국의 지방신문에는 가끔 이런 토막 광고가 나돌기 시작했다. 한마디로「씨받이」 산모를 구하겠다는 것이다.
외신을 보면 아예 「씨받이」산모를 주선하는 단체까지 있다고 한다.
하나, 「씨받이」 라면 우리 나라가 단연 원조다. 첩을 공인하게된 명분부터가 씨받이를 위해서였다.. 그래서 『시앗본다』 는 말까지 나왔다.
시앗보는 데에는 여러 가지가 있었다. 우선 가장 흔한 기생첩이 있다. 이건 양반어른의 노리개감을 위한 것이고 꼭 씨받이를 위한 것은 아니었다.
이런 천첩 외에 종첩이 있었다. 하녀나 하녀의 딸을 첩으로 삼는 것을 말했다.
홍길동의 어머니가 바로 종첩 이었다. 그녀도 꼭 씨받이를 위해 길동 의 아버지가 맞아들인 것은 아니었다.
정말로 씨받이를 위해서 맞는 것은 양첩 이라 했다. 잉처(잉처)라고도 했다. 아무리 대를 이을 아들이 없다해도 천한 여자의 몸을 빌어 낳을 수는 없다.
그래서 양첩은 반드시 양가집규수 라야 하고 또 맞아들일 때도 일정한 혼인식을 치러야한다.
그러나 아무리 양첩이 낳은 아들이라 해도 서자임에는 틀림없다. 그리고 출세에도 적서사이엔 큰 차별이 있었다.
『문무관 이품이상 사람의 양첩 자손은 정이품을, 천첩 자손은 정오품 을 넘어 설 수 없다…』이렇게 경국대전에는 못 박혀 있다. 홍길동이 분통을 터뜨린 것도 당연했다.
물론 첩의 자식이라도 임금자리에 오를 수는 있었다. 숙종의 첩인 최숙빈의 아들도 영조가 되었다.
그러나 영조는 왕위에 오른 다음에도 서출의 서러움을 이겨내기 어려웠다. 우선 그는 종가의 봉두손이 될 수도 없었던 것이다.
당시엔 정원에서 임관시킬 때 세 사람을 복수 추천하는 「삼망단자」제가 있었다.
그 중엔 흔히 서자들도 끼여있었다. 그러면 영조는 으례 서출후보자의 이름에 낙점 하면서『여아일명이라』했다고 한다. 너나 나나 같은 신세라는 뜻이다. 여기서 첩의 자식을 『일명』 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미국의『씨받이』는 우리네 첩과는 전혀 다르다. 우선 인공수정을 통해 아이만 낳아주면 그만이다. 애정의 오감도 전혀 없다.
그러니까 시앗본 본처가 질투를 느낄 여지도 없다. 도시 부부사이의 보다 행복한 가족생활을 위해 씨받이를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게 인륜에 어긋나지 않느냐는 물의도 자자하다. 당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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