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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ssia 포커스] 절 없어도 마음속에 사원 세우고 수행 정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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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면

최근 모스크바 시민이 된 칼미크인 아유카. [블라디미르 스타헤에브]

모스크바엔 교회와 사원으로 가득하다. 정교회와 가톨릭 사원들, 성공회와 루터교 교회들, 이슬람교 모스크와 유대교 시나고그가 있다. 그런데 불교도를 위한 절은 없다.

칼미크인 아유카(25)는 2006년 러시아 불교 중심지 가운데 하나인 칼미키야 공화국의 수도 엘리스타에서 모스크바로 왔다. 그는 모스크바에서 절을 찾지는 못했지만, 마음 속에 절을 세우고 불교 가르침을 스스로 깨우치는 일을 계속하고 있다. 아유카는 부모와 함께 모스크바로 이사했다. 부모님은 칼미키야에서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고 살던 집도 뒤로한 채 일말의 후회도 없이 두 아들과 함께 모스크바로 왔다. 두 아들의 진학 때문이다. 그와 그의 형은 각각 대학 법학부와 경제학부에 들어갔다.

아유카는 “어머니는 영어 교사였고 아버지는 엔지니어였어요. 전에 부모님은 엘리스타에서 직장에 다녔지만, 나와 형이 대학에 들어가야 할 때가 되자 모든 걸 버리고 모스크바에서 우리 형제 뒷바라지를 해주기로 결정했어요. 친구들은 단신으로 모스크바에 왔지만, 부모님은 당분간 아들들과 함께 있으며 물질적 도움을 주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하셨죠. 어머니는 지금 모스크바의 한 학교에서 영어 교사로 근무하고 아버지는 소규모 자영업을 하는데 나와 형이 아버지 일을 도와드려요”라고 말했다.

아유카의 고향 엘리스타는 모스크바와 비교하면 굉장히 작다. 아유카는 처음엔 모스크바의 모든 것에 놀랐지만 곧 익숙해졌다. 아유카 가족은 원룸과 아파트를 자주 옮겨 다녔다. 부모는 생활전선에서 무진 애를 썼다. 아유카는 학교 친구들이 모스크바 정착하는 걸 도와줬다고 생각한다. 그는 “덕분에 모스크바에 적응하여 정착할 수 있게 됐죠. 친구들은 우리 형제가 분석직으로 일하는 베팅업체에서 일자리를 얻는 것도 도와줬어요”라고 말했다.

아유카는 “모스크바에 다양한 민족과 종교의 친구들이 있다”고 말했다. 학교 동기들 중 칼미크인은 다섯 명뿐이고 나머지 많은 친구는 러시아인들이다. 그중 러시아 다른 지역에서 온 불교 신자 친구들도 있다. 아유카의 모스크바 친구들은 불교에 관심을 보이지만 친숙한 사람은 많지 않다. 그래도 관심을 보이는 사람에게 참을성 있게 설명한다.

모스크바 불교센터에서 예불 중인 아유카.

아유카는 절이 없어도 불교 전통들을 계속 지킨다. 부랴트에서 온 지인들과 함께 축일을 기념하고 기도와 명상을 한다. 2012년 가을에는 모스크바에 총카파(Tsongkhapa) 센터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 뒤로 이곳을 자주 방문하며 다른 불교 신자들과 함께 전통 의식에 참가하고 있다.

2013년 여름에는 특별 수행에 참가하기 위해 바이칼 호수에 다녀왔다. 피정은 누구나 참가할 수 있고 무료다. 교통비와 약간의 숙박비만 있으면 된다. 그는 “수행의 주된 목적은 자기 완성이죠. 불교의 길에서 본질은 자기 완성에 있어요. 더 선량하고 자비롭기 위해 항상 정진하는 것이죠. 우리는 이에 관해 많은 얘기를 했어요. 강연이 끝난뒤 참가자들은 각자 수행을 하고 명상도 했어요.”

아유카는 모스크바에서 8년간 살면서 호기심으로라도 정교회 사원에 들어가 본 적이 없다. 그런데 불교 강연장을 찾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정교 신자들을 꽤 많이 만날 수 있었다. 아유카는 신심이 깊은 사람에게 마음 속에 사원이 있다면 외부 사원은 없어도 된다고 말했다. 그 반대는 어떤지 확실치 않다.

칼미키야 공화국은 러시아 남동부에 위치한 러시아 영토의 완전한 일부다. 소련 붕괴 이후 칼미키야는 러시아연방 소속 공화국이 되었다. 2000년대에 칼미크 원주민들은 경제적으로 낙후한 러시아 남부의 다른 주민들과 마찬가지로 모스크바로 이주하기 시작했다. 공식 자료에 따르면 현재 모스크바에 살고 있는 칼미크인은 약 3000명이다.

칼미크인들이 모스크바로 이주하면서 모국어와 전통 음식, 종교(겔룩파 티베트 불교)도 함께 들여왔다. 칼미크인들이 전통적으로 종사했던 목축과 사냥은 칼미키야의 초원에 두고 왔다. 모스크바에서 칼미크인들은 꽤 좋은 직업을 갖고 있다. 칼미크인들 중에는 교사와 경제학자들도 있고, 심지어 국제체스연맹 회장도 있다. 그가 바로 키르산 일륨지노프로 칼미키야 공화국 초대 대통령을 역임했다.

마리나 오브라스코바

본 기사는 [러시스카야 가제타(Rossyskaya Gazeta), 러시아]가 제작·발간합니다. 중앙일보는 배포만 담당합니다. 따라서 이 기사의 내용에 대한 모든 책임은 [러시스카야 가제타]에 있습니다.

또한 Russia포커스 웹사이트(http://russiafocus.co.kr)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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