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는 피차 맞붙기를 꺼린다|페르시아만 원유 지대에 불은 붙을 것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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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직접 대결 회피가 소 전략
『「이란」이 미 인질을 석방하지 않으면 미국은 무력을 사용해서라도 해결하겠다』 『「이란」에 외국군이 무력 개입을 하면 소련은 가만히 있지 않겠다』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은 응징 받아야 한다.』
미소간의 입씨름이 오가는 가운데 두 나라 관계가 냉각되고「페르시아」만을 중심으로 한 인도양 일대에 양국의 해군력이 증가되고 소련군의 「이란」 국경 이동설이 나돌면서 이 지역에 군사적인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미소 세력권의 접점치고 이해가 엇갈리지 않는 곳은 없지만 「페르시아」만 일대가 서방 세계에 대한 석유 수송로의 숨통을 죄고 있으며 소련의 전통적인 남진 정책의 궁극적 목표 지점이라는 데서 양국 모두 물러설 기미가 없다.
미국은 최악의 경우 무력을 사용해서라도 인질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이미 여러 차례 밝혀 왔다. 또 「이란」에 대해서 뿐 아니라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한 뒤「카터·독트린」을 발표하여「페르시아」만을 어느 세력이 지배하려 들 경우 군사력으로 이를 저지하겠다고 소련에 대해 경고 해 왔다.
소련 역시 「이란」의 정정이 불안해지면서 1921년에 성립된 「이란」· 소련의 강화조약을 내세워 「이란」에 외국군이 진주할 경우 이에 간섭할 권리가 있다고 맞서고 있다.
이에 더하여 최근에는 미국이 해병대 1천8백 명을 포함한 항모2척 등 26척의 함대를 인도양에 진입시켜 무력 시위를 벌인데 이어 소련 역시 처음으로 해병대4백 명을 태운 상륙 전용 함정과 장비를 보내 인도양 함대를 28척으로 증강시켜 미국을 견제하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미소의 무력대결의 계기를 상정한다면 미국이 인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이란」에 군사 조치를 취할 경우 소련의 개입 가능성을 들 수 있다. 이는 미소의 직접적인 무력 충돌에 의한 대전으로의 확전이라는 위험성을 뜻하는 것이기도 하다.
석유 공급 끊기면 서방 반발
물론 이런 상황은 미소 두 나라가 극력 피하려고 한다는 소박한 논리면에서 부정적인 것으로 통용되고 있다. 그러나 만의 하나 소련이 이 지역에 무력 개입을 할 수 있는 구실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이를 데면 소련은「이란」의 국내 정정을 틈타 친소 정권을 세워 조약 관계를 수립하고 이에 따라 개인을 정당화 할 수 있다.
21년의「이란」·소련간의 조약을 세워 개입하는 것은 「이란」이 이미 실핵를 주장하고 서방측에서도 인정하지 않고 있어 이 조약의 원용은 실현성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것도 하나의 가정일 뿐 지금까지 소련 전략 전문가들이 종합한 소련 군사 행동의 기본 원칙에 비추어 보면 실현 가능성이 적은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소련군 행동의 원칙은 다음과 같이 세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미국과의 직접적인 군사 대결은 피한다. 바꾸어 말해 미국이 직접 군사력을 투입할 가능성이 없는 경우에만 거사 행동을 일으킨다는 이야기다.
▲반드시 승산이 있을 경우에만 군사력을 사용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는 무기 제공 등 간접 지원에 머무른다. 이는 이미 여러 곳의 국지적인 분쟁에서 드러난 사실이다 .
▲직접 군사 행동에 나설 경우「기습」 적인 형태를 취한다. 그러나 현재의 미국의 군사적 대응 태세로 보아 소련이 「페르시아」만 지역에서 「기습」적 효과를 거두기는 어려운 형편이다.
그렇다고 미국이「이란」에 대해 무력 개입을 쉽사리 단행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란」 에 대한 최소한의 초보적인 군사 조치인 기뢰 부설 등 해상 봉쇄에도 여러 가지 난점이 따른다.
첫째 해상봉쇄를 단행했을 경우의 실핵성의 문제다. 해상을 봉쇄하여「이란」이 필요로 하는 모든 물자의 공급로를 차단할 경우 소련이「이란」과의 접경 지대를 이용하여 육로로 긴급 물자를 제공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되면「이란」의 친소화를 초래하여 결국 「페르시아」만의 세력 균형이 깨질 우려가 있다.
둘째 「아랍」권에서의 미국에 대한 반발이 커질 가능성을 배제 할 수 없다. 미국에 동조하던 온건 「아랍」국가와의 관계까지 소원해지면 이들 국가들을 통해 소련의 팽창주의를 막으려는 미국의 전략이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셋째 「이란」산 석유의 공급 중단 사태다. 「이란」은 이미 미국의 무력 행사가 있거나 서방 국가들이 미국의 정책에 동조할 경우 석유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또 「페르시아」만 일대는 중동 석유의 중요한 윤송로이기 대문에 해상봉쇄에 따른 다른 나라 석유 수송에도 장애를 일으켜 이 지역 석유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미 동맹국들로부터도 비난받을 우려도 배제 할 수 없다.
식량 금윤는 숨은 카드
네째 미국이 군사 행동의 구실로 삼은 인질 보호의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란」은 군사 보복의 경우 인질의 생명을 책임질 수 없다고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 등으로 미루어 미국이 무한정 인질 문제를 끌지는 못하겠지만 빠른 시일 안에 군사 조치를 취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인질이 석방되지 않으면 5월중에 해상 봉쇄를 단행하겠다는「최후통첩」을 보냈다는 보도가 흘러나오고 있지만 미국에는 아직도 그에 앞선 식량·의약품 금윤라는 마지막 「카드」가 남아 있다. 관측통들은 미국의 군사 조치를 가름하는 고비는 6월에 구성될「이란」의회의 태도에 달려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란」은 인질 문제를 새 의회에서 다루겠다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6윌 이전에 군사 조치를 단행할 가능성이 있다면 인질들의 생명에 위해를 가하거나 「스파이」혐의로 재판에 회부할 경우일 것으로 관측통들은 내다보고 있다.
미국이 지금까지 단계적으로 「이란」제재 조치를 강화해 오면서, 기회 있을 때마다 군사 조치가 임박한 것 같은 보도를 흘리면서 이를 보류해 온 것은 막상 행동에 나서게 될 경우 이를 정당화 할 수 있는 구실들을 차근차근 마련하는 과정으로 이해돼야 할 것 같다.

<김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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