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렁이던 바다가 돌풍일며 갈라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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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연초록색으로 출렁이던 바다에 돌풍이 일면서 바위와 모래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15일 하오4시30분부터 1시간5분동안 전남진도군고군면회동리와 의신면모도사이 2.8㎞의 바다(수심10m)가 휘어진 활처럼 갈라져 섬과 뭍이 땅으로 이어졌다.
이 장관을 구경하러 몰려든 3만2천여명의 관광객과 현지 주민들은 환성을 올렸다.
이 바다는 16일 하오5시30분부터 1시간30분동안 폭60m로 더 크게 또 한번 완전히 갈라진다.
바다가 갈라지자 관광객을 사이에 두고 진도민속놀이의 자랑인 소포마으 농악대·진도들노래·강강술래·진도만가(만가)등 각「팀」이 그 독특한 솜씨를 자랑, 축제분위기를 한층 돋웠다.
이 장관을 보러왔던 재일교포 조영정씨(60·일본아주항공대표)는 즉석에서 용왕제에 쓸 황소를 내놓기도 했다.
예부터 계속돼오던 이현상이 최근 몇년사이 세계적으로 알려진 것은 전혀 우연의 일이었다. 전 주한「프랑스」대사였던 「피에르·랑디」씨(62)가 지난 74년4월 진도개 생태를 알아보기 위해 진도에 찾아갔다가 우연히 바다가 갈라지는 현장을 목격하고 그자리에 꿇어 엎드러『오!주여, 감사합니다. 저는 이곳에 와서 「모세」가 홍해에서 본 기적을 실지로 볼수있었읍니다』고 기도를 했고 후에 본국에 귀국후 이 이야기를 퍼뜨린것이 외신을 타고 전세계에 알려지게 됐다.
현지주민들 사이에는 이 현상을 두고 옛부터 숱한 전설이 내려오고 있다.
주민들의 말에 따르면 그 옛날 진도에는 호랑이가 많아 해마다 많은 사람과 가축이 희생됐었다. 주민들은 호환(호환)을 피해 모도로 피난했으나 한노파만은 진도를 떠날 수 없다고 홀로 남았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노파는 모도에 피난 보낸 아들·며느리·손자등 육친을 만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져 모도를 바라보면서 기도를 했다.
노파가 15일째 기도를 하던날 회동리와 모도사이 바다한복판에서 홀연히 용왕이 나타나 바닷물을 양쪽으로 밀어내고 돌을 모아 바닷사이에 다리를 만들어줘 노파는 그리던 육친들을 만났다. 그이후 이곳 주민사이에는 이 할머니를 뽕할머니, 그리고 기도를 했다는 회동리바닷가 바위를 뽕바위로 일컬어 오고 있다.
국립천문대 민인기박사는 이 현상을 『지형상 요인과 달과 태양의 위치가 1년중 가장 강하게 지구에 인력을 미치게 하고, 지구가운데서도 전남진도지방이 더욱 강하게 작용돼 썰물(간조)때 바닷물이 제일 많이 빠지고, 여기에다 해저지형이 산의 지봉처럼 특수한 해구(해구)를 이루고 있어 바다가 갈라지는 것처럼 보인다』고 그원리를 설명했다.

<여천사도∼대추도|2차례 바다갈라져>
전남려천군화정면사도와 대추도사이 1.5㎞의 바다가 15일 하오1시54분부터 4시45분까지 2시간51분동안 폭4m로 갈라져 두섬주민 3백여명이 바다한가운데 길에서 만났다.
주민들에 따르면 이 바다는 매년 음력2월과 8월에 각각 2회씩 1년에4번 갈라진다는것.
주민들은 이날 바다가 갈라지자 농악을 울리며 잔치를 벌이고 조개, 해태등을 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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