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관계법령의 재정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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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교육의 질적 발전의 전제라 할 수 있는 활달하고 창의적인 학원질서확립과 민주적 교육제도운영을 위해, 그 현실적인 장애요인이 되고 있는 현행 교육관계법령에 대한 전면적인 손질이 가해져야 한다는데는 별 이론이 있을 수 없다.
최근 김옥길 문교가 학원의 정상적 발전을 저해할 우려가 있는 법조문과 제도상의 문제점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기 위한 교육관계법정비위를 문교부 내에 두었다고 밝힌 것은 따라서 이러한 필요성을 정부당국자가 처음으로 공식 확인한 주목할만한 발언이라 하겠다.
그러나 교육관계법 체계의 개편논의는 결코 최근의 시국과 관련해서만 제기된 새로운 문제는 아닌 것이다. 형식·비형식을 가릴 것 없이 종래 우리나라 안에서 행해지고 있던 모든 형태의 교육활동이 그 공통적이며, 궁극적 목표로 삼아야할 민주시민교육이라는 관점에서 볼때 너무도 이념상실적인 길을 가고 있었다는 반성이 제기된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의 일이기 때문이다.
교육이념설정에 있어서의 신화적 조항삽입으로 인한 혼란, 이른바 한국적 특수사정을 구실로 한 비본질적 규제의 타성화, 특정정권에 의한 정치적 자의의 개입 등이 우리 교육제도를 흉한 꼴로 왜곡시켜 왔다는 것은 이미 주지된 사실이다. 따라서 최근의 개헌논의와 더불어 교육제도상의 이같은 왜곡을 근본적으로 방지하기 위한 헌법차원에서의 고처를 요구하는 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한 교직단체가 그들 나름대로의 연구결과에 입각한 건의서를 제출한 것은 시의를 얻은 것이라 하겠다.
대한교련의 건의는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 확보가 교육발전을 위한 본질적 요청이라는 기본인식아래 이를 보장하기 위한 헌법상 규정을 요청한 것을 비롯, 교육재정의 안정적 확보와 교육행정조직의 근본적 개편, 사회교육의 제도화, 교육공무원의 자격요건 강화, 각급 학교 교실당 수용학생수의 감축조치 등 다방면에 걸치고 있다.
그러나 개혁의 기본은 역시 우리나라 교육제도의 근간을 규정한 교육법에 있다. 이 법은 1949년 제정 이후 무려 30여회의 땜질이 가해져 이제 와서는 헌 누더기처럼 얼룩진 것이 되고 말았다. 수많은 부가조항, 결조문이 있는가하면, 단서가 본문보다 더 긴 조항, 사문화한 조항, 상호 모순되는 조항, 시대의 진운에 뒤떨어진 조항 등이 혼재하여 문자 그대로 만신개이가 되고 만 것이다.
이리하여 조성된 우리나라 교육제도상의 혼란은 물론 그동안에 진행된 급격한 사회변동에 적응하기 위한 만부득이한 임기응변이었을 경우도 없지 않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국가백년대계로서의 교육의 본질적 지향에 대한 긴 안목에서의 배려와 성실성을 결했던 역대집권당국자의 자태가 교육을 지배했기 때문이었음을 뼈아프게 반성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현재 논의되고 있는 교육관계법령의 재정비에 있어서는 무엇보다도 민주발전이란 새시대의 요청에 맞추어 학원민주화에 장애가 되어온 모든 저해조항들의 제거가 1차적으로 고려되지 않으면 안된다.
또 국제적 경쟁시대를 맞고있는 교육의 질적 발전을 보강할 수 있도록 교육재원의 안정적 확보문제를 비롯해서 이미 사회적 요구로 대두하고 있는 사회교육체계의 제도화를 위한 고려들이 이번 기회에 충분히 반영되어 적절한 법적 근거를 얻어야 한다는데는 이론이 있을 수 없다.
요컨대 이번 교육관계법의 정비에 있어서는 단순히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서 당장 몸에 맞는 옷으로 갈아입는다는 발상에서가 아니라 문자그대로 백년지대계를 세운다는 장기적 안목에서 발상 자체의 일대 전환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이를 위해 우리는 대한민국 교육의 근본이념과 교육제도운영의 주변의 원칙 등을 규정한 헌법적 장전으로서의 교육기본법을 제정하고, 이에 상용한 학교교육법· 사회교육법· 구원신분법 등 기본법체계를 경비할 것을 제창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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