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기고 싶은 이야기들<2789>|<제68화>개헌?사|사십오신개헌|개헌준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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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정부와 자유당의 개헌준비는 우선 내각의 정비로부터 시작됐다.
백두진총리의 사표를 수리한 이승만박사는 국무총리제틀 헌법에서 삭제할 때까지 변영태외무장관을 국무총리서리에 임명했다.
신임 변총리에 대한 국회의 인준은 변총리가 비교적 양심적인 학자출신으로 알려져「이미지」가 좋았고, 또 백총리의 퇴진으로 자유당내 족청계가 완전히 게거됐다는 만족감과 그가 마지막 총리가 될지도 모른다는 동정심에서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이박사가 총리만 바꿨지, 백한성내무·조용정법무장관을 그대로 유입시켰기 때문에 불만의 씨앗을 완전히 제거하지는 못했다. 그 결과 이박사는 변총리와 다론 국무위원에 대한 신임을 분리해 묻기로 했다.
예상대로 변총리는, 6월28일 재석1백90명중 1백57명의 찬성을 얻어 무난히 임명동의를 받았다.
파란은 닷새후 열린 국무원 신임안 표결에서 나타났다. 국회본희의 표결은 가98, 부74, 기권10으로 가가 재적과반수 1백2표에 미달해 전국무위원은 총사직하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다.
특히 자유당 국회의원이 1백36명이나 됐으면서도 98표밖에 얻지 못한 것은 이박사와 자유당 지도부에 큰「쇼크」를 안겨주었다.
자유당의원들의 이같은 반발은 제2인자로서 발만을 굳힌 이기붕의「리더십」에 정면도전한 것으로 풀이됐으며 당내불만이 표면화한 계기를 만들었다. 이의장을 중심으로 한 주류가 국회부의장과 상임위원장을 모두 독점한대 대해 불만을 품은 이갑성·배은포계가 청년단출신의 조경규(함안)를「보스」로 비주류를 형성했던 것이다. 국무원 신임 문제를 떠나 개혁이란 중대과업을 앞두고 있는 자유당으로서는 어떤 식은로든 비주류를 무마해야만할 형편이었다. 그래서 이기붕은 우선 생활이 궁한 비주류 의원들에게 세비를 담보로 50만환씩 융자해주고 이박사에게 몇몇 장관을 바꾸자고 간청했다.
사정이 이렇게되자 변총리는 국회가 국무총리만 인준하고 국무원을 불신임한 것은 위헌이라며 문밖 출입을 안하고 집에만 있었다. 자유당 주류강경파들은 국무원 신임안 부결이 위헌이니 무효로 돌리고 경부의 새로운 각료 명단을 접수하는 것으로 그치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정국이 혼미하자 이박사가 단안을 내렸다. 그는 특별담화를 발표, 『위헌이라는 이론이 없지 않으나 국회의 결의를 존중해 다시 신임을 묻겠으니 통과시켜주기 바란다』며 상공장관만 갈아치우고 다시 국무원 신임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그러면서 이박사는 백영성 내무문제에 관해 적당한 시기에 바꾸겠다는 언질을 자유당 고위층에게 주었다. 이로써 자유당은 대충 무마가 됐으나 야당은 변총리도 국무원의 일원인 만큼 재임명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우겼다. 7월8일 국회본회의 표결에서 새 국무원 신임동 의안은 재석1백92명중 가1백38표로서 통과되었다.
그러나 자유당은 이번 표결에서 또다시 암호투표수법을 썼다. 1차 신임안 투표에서 참패 당해 2차투표에서 마저 부결되면 체면이 말이 아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가까스로 체면은 유지했으나 두번에 걸친 암호투표는 자유당 내에 상호불신감과 지도부에대한 반감을 조장해 갔다. 날로 통제가 어렵게 될 것으로 판단한 자유당 지도부 내에서는 앞으로 모든 표결을 공개투표를 하도록 국회법을 고치자는 주장도 나왔으나 2차투표에서 자유당 총의석보다 2표가 더 많이 나온 사실에 유의해 보류됐다. 일단 국무원 신임 문제를 해결한 자유당과 정부는 곧 개헌운동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7월9일 처음으로 정부·국회관계자들이 모여 헌법개경초안위원회를 구성했는데 그 명단은 다음과 같다.
△자유당대표=이기붕(국회의장) 임철호(조직부장·원외) 윤만석(법사위원장) 장경근 한희석 한동석 △정부대표=백영성내부장관·조용정법무장관·박일경법제처제1국장.
초안위원회는 곧 작업에 들어갔는데 이기붕의장은 건강이 좋지않아 거의 실무작업을 돌보지 않았으며 육사출신인 임철호 윤만석 장경근과 박일경이 주로 초안을 만들었다.
얼마 시간이 걸리지 않아 초안위원회는 △초대대통령에 관해 3선 제한조항 철폐 △국민투표제 채택 △삼의원의 직체변경 △대법관·대사·공사·기타 고급공무원의 임명에 대한 참의원의 인준권 부여 △국무총리제 및 국무원의 연대책임제 폐지와 국무위원에 대한 민의원의 개별적 불신임권 부여 △군법회의의 환법적 근거 명시 △경제조항의 개경 △국민에게 헌법개정제의권 부여등을 골자로 개정안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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