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이란」단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한때 호전될 듯이 보이던 미·「이란」관계가 다시 파국적인 양상으로 급전했다.「카터」미국 대통령은「호메이니」옹이 인질들의 혁평 인수를 거부한 직후 대「이란」단교와 금수를 선언하고 해안봉쇄 등의 무력시위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외교관계 단절이나 외교관 추방은 국제관계상 최악의 상태이며 간혹 개전의 직전 단계이기도 했다는 점에서 이번의 미국의 조치는 무언가 심상찮은 징후를 느끼게 한다.
그 동안 양국 사이에는 일종의 중도적인 타협 기운이 태동하여 5개월을 끈 인질사태에 종지부를 찍을 듯한 기색이 감돌았었다.
「카터」미국 대통령은「호메이니」옹에게 밀서를 보내 미국 측에도 적잖은 잘못이 있었음을 시인했고,「바니-사드르」대통령도 그에 보조를 맞춰 인질의 정부인수를 시사했던 것이다.
그러나「호메이니」옹은 이 마지막타협의 혈로마저 일방적으로 단절하여 사태를 다시 원점으로 되돌려 놓았다.
「호메이니」옹의 이러한 자세는 사태의 원만한 해결이 그의 회교혁명을 진정시킬까보아 취해진 역으로 풀이된다.「호메이니」옹이 바라는 것은 일종의 회교도판 영구혁명이요「이슬람」문화혁명이지 기존의 국제질서 속에서의 국가적 안정이나 근대화는 아닌 것이다.
「팔레비」송환요구를 구실 삼아 초대국 미국에 대해 초토 전술적인 성전을 선포한 것이나, 사태의 외교적인 해결을 끝내 방해하려는 것 등이 결국엔 그에 의해 반 산업문명·반 서구·반 세속화의 회교혁명을 강화하겠다는 뜻이다.
「호메이니」옹의 생각이 그러하다면 미국의 태도가 경화되면 될수록「호메이니」의 입장은 더욱 유리하게 될 것이며, 반대로 미국의 태도가 연화되면 그것은 또 그런 대로 그의 자만심만 만족시켜 줄 것이다.
미국의 강경 선언이나 온건 선회, 그 어느 쪽 반응에 대해서도 그가 시종 강경 대응으로만 일관하고 있는 까닭은 바로 그런 사태 판단 때문일 것으로 추측되는 것이다.
미국은 이점에서 인질이야 어찌되든 무력응징을 가하느냐, 아니면 인질을 위해 굴욕을 감수하느냐의 최종적인 선택으로 밀려가고 있는데 이 양자의 선택이 다 최선이 아니라는 점에 미국의 고민이 있는 것이다.「카터」대통령의 이번의 조치도 전 우방들이 동일보조를 취해주지 않는 한 큰 효력을 발휘하긴 어려울 것이며, 무력행위도 소련에「이란」접근의 호기만 줄 것이란 점에서 그 역시 위험을 안고 있다.
「호메이니」옹이 그처럼 타협 없는 고압적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도 미국의 그런 약점을 간파한 때문일 것이며, 미국에 동조하는 어떤 나라에 대해서도 석유공급을 중단하겠다고 한「고트브자데」외상의 선언도 그런 점을 충분히 계산한 발언이었다 하겠다.
제3자의 입장에서 우리는 이 사태가 양국간의 지역분쟁으로 비화하여 소련에 어부지리를 주는 일이 없기만 바랄 뿐이나, 미국은 차제에 이 사태를 교훈 삼아 제3세계 국가들의 민족주의와 어떻게 좋은 관계를 유지할 것인가에 관해 좀더 근본적인 장기대책을 수립해야할 것이라 생각된다. 그리고「이란」의 회교혁명 정부도 서방문명에 대한 감정적인 적개심에서 탈피하여 보다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대외인식에 도달하기 바란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