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터리 씨앗·묘목이 나돌고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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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파종기와 식수철을 맞아 전국 곳곳에 불량씨앗과 묘목이 나돌고 있다.
일부 종묘업자들은 해마다 종묘관리법을 무시, 엉터리 씨앗을 팔아 많은 농민들은 비싼 값에 이를 샀다가 큰 피해를 보고있다.
또 묘목상등 가운데는 재래종 묘목을 신품종이라고 속여 파는 사례도 많아 이를 모르고 산 과수업자들은 7년이상 정성들여 가꾸었다가 뒤늦게 속은 것을 알고 베어내는등 소동을 빚고있다.
시·군이나 조합에서 공급한 것까지도 불량품이 있다.
그나마 일부지방에서는 묘목이 품귀현상을 빚어 값마저 껑충 뛰어 2중으로 피해를 주고 있다.

<불량씨앗>
○…제주지방에는 지난 3∼4년간 반입이 뜸했던 탱자나무 씨앗이 올들어 대량반입되고 있으나 불량씨앗이 많아 밀감나무 재배업자들이 골탕먹고 있다. 탱자나무는 밀감나무 접목용으로 쓰여지는데 영·호남지방에서 소매상을 통해 공급하고있다.
그러나 내륙의 종묘업자들은 탱자나무 씨앗을 그늘에서 천천히 말리지 않고 볕에서 급히 말려 이를 심었을 경우 싹이 트지 않고 있다.
더구나 제주지방의 일부종묘소매장들은 이같은 내륙지방 업자들의 실정을 알고도 팔아 시험을 해보지 않고 실수요자들에게 그대로 팔아넘기고 있다.
양묘업자 김영민씨(38·제주시삼도동)는 『탱자씨앗 20말을 시중 종묘상에서 구입, 파종했으나 65% 정도나 싹이 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강원도 강릉시 송정·월호평동과 명주군 연곡·사천·옥계면등 「비닐·하우스」채소단지 농민들은 3월중순부터 배추·무우·호박·양파등 봄채소를 파종했으나 발아율이 나빠 다시 씨앗을 구입, 재파종하고 있다.
농민 이순식씨(38)의 경우 지난달 20일 뜨내기종묘상으로부터 씨앗을 구입, 2백평의 「비닐·하우스」에 배추와 호박씨앗을 파종했으나 지금까지 발아가 안돼 씨앗구입에 다시 나섰다. 이씨는 『씨앗까지도 속여 파는 악덕상혼은 당국이 철저히 응징해야한다』고 분개했다.
○…충북 충주시 충의동시장주변과 중원군의 장날이면 도로변에 씨앗행상들이 줄을 잇고있다.
이 행상들은 농민들이 모르는 영어 또는 일본어로 인쇄된 포장지에 배추·당근·호박·상치씨앗을 담아 팔고 있으나 이 씨앗들은 대부분이 불량품.
농민들은 「수입품」이라는 말에 속아 싯가보다 2∼3배 비싼 가격에 이를 샀다가 발아가 안돼 피해를 보는등 2중으로 손해를 보고 있다.
더구나 이들 상인들은 뜨내기들이어서 한번 팔고 나면 다시 돌아오지 않아 농민들은 제대로 항의조차 못하고 있다.
이영훈씨(42·중원군 앙성면 용포리)는 고추씨 40㎖를 이들 노점상들로부터 싯가보다 2배나 비싼 4천5백원에 구입했으나 발아가 안돼 시중 종묘장에서 다시 구입, 파종했다.
○…호남평야를 끼고있는 김제·정읍지방에는 종묘상 등록이 없는 농약상인들이 씨앗을 팔고 있는가 하면 종묘상에서도 농수산부에 등록되지 않고 있는 씨앗을 팔고있다.
전북도는 지난달30일 이리·김제·정읍지역의 종묘상에 대해 집중단속을 벌여 14개 종묘업자를 적발, 관할경찰에 고발했다.
적발된 종묘상들은 ▲시·군에 등록하지 않고 종묘를 판 농약상 ▲농수산부에 등록되지 않은 씨앗을 판 종묘상 ▲발아 시험기를 두고도 쓰지않거나 아예 발아시험기를 두지 않은 종묘상들이었다.
전북도는 이같은 결과에 따라 나머지 전 시·군의 종묘상에 대해서도 단속을 확대, 이기회에 불량씨앗을 팔아 농민을 속이는 업자들을 뿌리뽑기로 했다.

<불량묘목>
○…사과의 주산단지인 경북지방에는 불량사과나무묘목이 나돌아 과수업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일부 묘목상들은 재래종사과묘목을 신품종이라고 속여 한그루에 4백∼5백원짜리 묘목을 1천5백원씩 받고 팔고있다.
월성군 안강읍 안강리 이태원씨(52)는 지난달 중순 대구에서 사과나무 신품종인 「후지」묘목 1백그루를 모두 10만원에 구입했으나 전문가들에 감정한 결과 모두 재래종인 축(축)이었다.
○…충북 충주원예조합에서는 7년전 충주·중원·음성·제천지방의 사과나무 과수업자들에게 「후지」묘목을 공급, 재배토록 했으나 결실기인 지난해 「인도」 또는 저질 사과나무로 밝혀져 과수농가마다 나무를 모두 잘라냈다.
과수업자 김춘영씨(48)는 『조합을 믿고 7년동안 정성들여 가꾼 것이 어처구니없게도 재래종이라니 전문가가 아닌 농민들은 누굴믿고 구입해야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안동지방에서는 만생종사과인 국광(국광)의 묘목이 품귀현상을 빚어 한그루에 1백∼1백50원하던 것이 3백원이상으로 뛰었으나 구하기가 힘든 실정. 이때문에 일부 묘목업자들은 판매가 금지된 1년생 묘목을 마구 팔아 이를 사들인 과수업자들은 묘목이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해 말라죽는등 피해를 보고 있다. 제주도에서도 묘목품귀현상을 틈탄 바가지상혼은 마찬가지.
제주묘목상들은 2년생 감나무 한그루에 1천5백∼2천원씩 받고 팔고 있으나 이는 일본이나 내륙지방에서 고작 3백∼4백원에 구입해온 것으로 5배이상 가격에 팔고있는 실정.
특히 밀감나무의 경우 지난4∼5년간 육묘량이 많지 않아 올들어 품귀현상이 심해지자 부르는게 값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5백∼6백원 하던 4년생 밀감나무 묘목값이 3천∼3천5백원으로 껑충 뛰었다.
○…시·군에서 주민들에게 권장한 밤나무에도 불량묘목이 섞여있다.
강원도 속초시 장사동 어재복씨(48)는 지난해 속초시의 주선으로 밤나무 1천그루를 심었으나 불량묘목이 많아 혹한을 견디지 못하고 그동안 30%가 말라죽었다.
이같은 관급 묘목의 불량상태는 가로수에서도 드러났다.
고성군은 지난해 토성면 용촌리에서 간성까지의 도로변에 은수원사시나무를 가로수로 심었으나 말라죽어 모두 뽑아버리는 소동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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