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호들의 비공개 작품|「프랑스」서 잇따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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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문호들이 생전에 출판을 거부했던 비공개 작품들이 금년부터 대량으로 햇빛을 보기 시작했다. 과거의 작가들이 미래의 작품으로 등장하는 새 문학 현상을 엿볼 수 있다.「에밀·졸라」편지들은「파리」8개 대학에서 특별연구「팀」에 의해 수년동안 1만2천통이 수집되었다. 이 가운데 문학·예술에 관련된 서한 4천통이 간추려져 총10권의 문집으로 출판되고있다.
「마르탱·뒤·가르」의 일기는 1957년 국립「파리」도서관에 보관되었으나 지난 3월 중순부터「가리마르」출판사가 판권을 획득, 정리작업이 한창이다.
그의 일기는 1919년부터 30년 동안에 걸친 2천5백「페이지」에 이르는 방대한 내면 생활로 구성되었으며 특히「앙드레·지드」와의「베일」뒤에 숨겨진 관계가 밝혀질 것으로 기대된다.「주앙도」의「나치」점령기의 일기가 서점가에 나온 것은 40년대의 암흑시대에 대한「프랑스」인들의 끊임없는 반성의 결과다.
「가리마르」 출판사가『아라공·트리오레」수첩』을 내놓은 것은 금세기 문학의 흐름을 집약했다는 평가를 받았다.「루이·아라공」은「사르트르」와 함께 아직 생존한 거장이지만 친소적 사회주의 편향으로 인해 소외된 형편이다. 그럼에도 금세기 초「앙드레·브르통」 「폴·에뤼아르」와 함께 초 현실주의운동을 주도했던 유일한 생존작가다.
또 그의 부인「엘자·트리오레」는「러시아」혁명직후 자살한 천재시인「마야코프스키」의 여동생으로 수작을 다수 남긴 여류작가였다.「아라공」과「트리오레」의 일기는 초현실주의∼「나치」점령기의 저항문학에서「아라공」의 사회주의적「리얼리즘」과「사르트르」와「카뮈」의 실존주의로 분파하는 서구문학의 흐름을 보여준다.「엘자·트리오레」는「카뮈」「장·콕토」「마르탱·뒤·가르」「막스·자콥」과의 왕복서한도 담겨있다.
현재「파리」의「두세」문학도서관에 보관중인 상징파 시인「말라르메」의 유작은 10년후에나 공개될 예정이며「폴·모랑」과「자크·샤르돈」의 왕복서한도 2천년대에나 출판될 예정이다.
「두새」도서관에「모리아크」「카뮈」「지드」「주앙도」「르네·샤르」등의 일기·서한 원본들이 유족들에 의해 기증되었다. 그러나 기증된 후 일정기간동안 윤리적 소유권을 저자가 갖는다는「앙드레·말로」법에 따라 많은 유작들이 묶여있는 형편.
저자들이 그들의 사후20년∼1백년 후에 공개를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말라르메」나 「폴·모랑」의 경우,「말로」법의 준수로 공개할 수 없는 것이다. 각 출판사들이 경쟁적으로 유작들의 공개를 서두르는 것은 장사속 뿐만 아니라 과거를 깊이 이해하려는 독자들의 열성과 호기심 때문일 것이다.<파리=주원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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