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통 겪는 「한·이 석유」|왜 예정된 공기 8개월 넘기고도 가동 못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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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우리나라와 「이란」의 합작 정유회사인 「한·이 석유」(대표 이승원)는 쌍룡 「그룹」전 회장 고 김성곤씨가 설립을 추진 때 세워졌다. 김 전 회장은 73년의 재1차 「오일·쇼크」 후 국제 원유 사정이 점차 악회된 것을 예견하고 원유를 국내에 안정적으로 들여오는 한편, 쌍룡 「시멘트」에 소요되는 「벙커」 C유를 자체 조달하기 위해 「이란」과 합작 정유회사설립을 추진했다.
당시 우리나라에는 지금과 마찬가지로 유공·호유·경인「에너지」·극동석유 등 4개 정유회사가 있었으나 점차 불어나는 석유화학공업의 원료수급을 위해 제5정유 설립의 필요성이 인정돼 정부도 75년 이 사업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76년1월6일 쌍용과 「이탄」국영석유회사(NIOC)간의 합작회사인 한국 「이란」석유 주식회사가 정식으로 설립됐다. 허가된 사업 내용은 유류 정제 및 판매업이고 출자는 쌍룡과 NIOC카 각각 50목%씩을 내기로 했다. 시설 용량은 저유부문이 하루 6만 「배릴」이고 윤활유 부문이 3전3백20 「배럴」이다.
원유는 「이란」이 15년간 계속 대주는 조건이다.
이같은 계획에 따라 76년 주 건설업자로 「이탈리아」의 「포스터·휠러」사가 선정돼 울주군 온산면의 대지 39만2천평에 정유공장을 짓는 공사가 시작됏고 78년 하반기에 국내 도급업자로 현대건설 등 6개사가 낙찰됐다.
분야별로는 정유 공장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상역 증류탑 등 주요 공정 시설 공사는 현대 건설이, 제품 저장 「탱크」시설은 현대 중공업이, 원유 저장 「탱크」건설은 조선공사가, 사무실 등 부대시설 공사는 경남기업, 전기시설 공사는 태화전기, 계전시설은 이성설비사가 맡았다.
이같은 공사 부담에 따라 모든 공사는 이듬해 6월30일까지 완공토록 계약됐다.
그러나 공사가 한강 진행 중이던 78년12월31일 낱 12시쯤 울주군 온산 현장에서 뜻밖의 사고가 일어났다. 정유 공장의 핵심인 증류탑을 세우는 공사를 하다가 「크레인」조작을 잘못으로 쓰러뜨린 것이다. 「크레인」도 증류탑과 함께 넘어졌다. 이것이 이른바 증류탑 도괴사건이다.
사고가 나자 「한·이 석유」는 즉시 일본 「히따마찌」에 증류 탑을 재발주 해8월에 다시 세웠다.
이 증류탑 도괴사고로 「파이프」연결 등 부근의 주위 공사를 못해 사고후 11개월 만인 79년 11월말에야 주변 공사를 원상 회복했다고 「한·이 석유」측이 밝히고 있다.
「한·이 석유」에 따르면 이 증류탑 도괴 사건을 계기로 현대 건설은 79년8월 설계변경과 공사비 증가를 요구했으며 이것이 잘 타협 안돼 공사가 지연되는 사태가 일어났다.
공사가 늦어지자 동자부가 개입, 양쪽에 대해 이유 여하간 공사부터 팔리 진행할 것을 강력히 종용했다.
동자부외 종용에 따라 현대는 이해 11월15일까지 공사를 모두 끝내기로 약속하고 이것이 기일 안에 지켜지면 「한·이 석유」는 현대가 공기를 단축한데 대한 사례로 상당액의 「보너스」를 지급하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이 기일도 지켜지지 않아 「한·이 석유」는 현대에 공사를 서둘러 정유부분만이라도 이듬해 2월15일까지 완공해 줄 것을 요청 약속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공사는 또 지연되었다.
이처럼 공사 막판에 진척이 늦어지자 동자부가 또다시 타협을 강력히 종용, 지난 2월29일 양쪽은 네 번째 약속을 맺었다. 내용은 현대가 정유 부문은 3월20일까지 윤활유 부문은 4월말까지 공사를 완료하기로 하고 이 약속이 지켜지면 「한·이 석유」는 현대에 5억6천만원을 준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석유」는 5억6천만원 중 3억원은 설계 변경 등에 따른 추가 공사비이고 2억6천만원은 공사를 빨리 끝내주는데 대한 「보너스」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 기일도 지켜지지 않아 「한·이 석유」는 현대에 공사를 서둘러 정유부문 만이라도 이런 와중에 지난 1월28일 같은 와중에 지난1월28일 재품저장 「탱크」부문에서 또 사고가 났다. 공장안 「보일러」용 「벙커」C 지장 「탱크」에 기름을 넣는데 높이 13m의 「탱크」에 4.4m 쯤 찼을 때부터 기름이 「탱크」밖으로 새어나갔던 것이다.
크게 놀란 「한·이석유」과 설계자 「인포스터·휠러」사, 현대 중공업 관계자들이 급히 조사한 결과 시공측 기능공들이 「탱크」의 외부에 보온 공사를 하면서 「드릴링」을 잘못해 저장 「탱크」철판을 뚫어놨기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현대 중공업은 구멍난 것이 발견된 뒤 지금까지 철야를 해가며 나머지 「탱크」의 보온시설을 모두 벗기고 구명이 났는지 여부를 하나하나 점검하고 수정작업을 하고 있다. 그러나 구멍의 크기가 작은데다 숫자가 40만여개나 돼 기술적으로 어려움이 많으며 빨라야 이달 말께나 끝난다는 것이 「한·이 석유」 측 설명이다.
「한·이 석유」관계자는 구멍이 난 부분을 완벽하게 보수하려면 사고부위를 절단하고 새로 철판을 붙여 땜질해야하지만 이처럼 완벽하게 하려면 6개월 정도 걸리므로 현재는 우선 구멍을 막는 임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공사가 제 기간에 끝나지 못함에 따라 「한·이 석유」의 공장건설비용이 1백45억5천3백만원 늘어났고, 당초의 국내 석유류 수급계획이 빗나가 막대한 양의 경유·「벙커」C유 등 제품을 외국으로부터 사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추가건설 비용을 전액 융자해 주기로 하고 국민투자 기금에서 20억2천만원, 산은 자금에서 21억원, 금융기관 차입 94억4천2백만원, 차관 기타 등 9억9천1백만원을 융자해 주기로 했다.
공장건설비가 늘어난데 대해 「한·이 석유」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공사 지연으로 그동안 자재와 인건비 및 이자가 발생한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밝히고 있으며 동자부도 국회에 낸 자료에서 「공기지연」으로 추가비용이 1백45억5친3백만원이 발생했다고 보고했다.
정유공장 완공을 거의 눈앞에 두자 최근엔 「이란」에서 공급하기로 한 원유 값이 또 문제가 되고 있다.
우리 나라에서 처음으로 짓는 산유국과의 합작 정유공장은 국내외의 요인 때문에 이토록 진통을 겪고 있는 것이다.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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