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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 문화권의 개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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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작년부터 준비해오던 백제문화권 개발사업이 금년에는7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본격화된다. 이는 오는 88년까지 10개년 사업의 일환으로 79∼83년 사이의 1단계 5개년 사업의 윤곽이 점차 확연해진 셈이다.
문공부가 밝힌 1단계 문화재 부문사업은 7대 사적지에 대한 집중적인 조사 정화이다.
즉 공주의 공산성과 송산리고분군, 부여의 부소산성과 정림사터 능산리고분군 및 익산의 미륵사지와 왕궁탑일대 등 모두 각기 구획을 이룰만한 크기의 중요한 유적들이다.
그러나 이들 백제의 사적들은 적어도 1천5백년 이전의 유적들이요, 특히 나라의 패망과 더불어 점차 땅속에 묻혀버렸다는 점을 주시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현재 노출되어있는 유물·유적은 극히 적은 부분에 지나지 않는 것이요, 삼국중 가장 찬란했던 문화의 자취가 대부분 무관심 속에 매장된 채 빛을 못보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는 공주 무령왕능 발견의 감격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거니와 그같이 아무도 모르게 매장돼있는 백제문화에 대하여 주의 깊고 매우 세심한 작업으로 관찰하면서 본디 모습을 발현하지 않으면 안된다.
문화재관리국은 과거 경주종합개발에서 빚었던 시행착오를 이제는 시인하고 있는 것 같다. 따라서 이번 백제문화권개발에 있어서는 선조사 후개발을 우선적으로 약속하느니 만큼 마음 든든한바 없지 않다.
유적·유구의 분포상황을 미처 파악하지도 않고 교통망부터 계획한다든가, 조사단의 능력을 고려하지 않고 우선 파놓고 보자는 발굴방식 등은 결코 문화재 보호를 위해 바람직한 처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백제문화권 개발에 있어서는 종래 관 주도형의 일방적 사업추진 방법을 지양해, 당해 지방의 전문적인 민간연구단체의 협조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겠다고 한다. 이것 역시 문화재 사업에 아직 없었던 진취적 처사라고 평가할 수 있다. 정부가 정책사업을 신속히 추진하는데는 이른바 관 주도형이 적합할지 모르나, 지방에 흩어져 있는 문화재를 보호하고 빛내는 일이야말로 현지인의 참여 없이는 매우 곤란한 일이다.
그러므로 이번 기회를 통하여 자기고장 문화재의 보호, 개발을 스스로 맡아 하는 풍토를 조성하는 것은 여간 뜻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당해 지방의 대학들은 물론 부여에 있어 백제사적연구회처럼 자치적으로 조사활동을 벌이고 「세미나」를 여는 등 스스로 개발의 주역이 되고자하는 자세는 우리 국민이 다같이 본받을 만한 일이라 하겠다.
아직은 백제문화권의 종합개발계획이 나와 있지 않으며, 단지 문화재부문에 대한 것만 윤곽을 그려 보여 준데 지나지 않는다. 물론 그런 종합계획은 선조사, 즉 정밀한 조사를 베푼 연후에 얻어낼 수 있는 결론이 될 것이므로 2단계 사업으로나 확정되리라 생각한다.
다만 여기서 당부하고 싶은 것은 지난 20년간의 문화재 사업처럼 지나치게 정책사업화 하거나 호국이라는 특정목표에 치중하지 말고, 옛 문화의 양태를 거시적으로 파악하는데 주안을 두기 바란다. 그래서 옛 삼국 중 가장 미궁 속에 묻혀있는 백제문화에 대한 정당한 해명이 올바르게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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