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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한 지배자, 매킬로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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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로리 매킬로이가 20일 브리티시오픈 최종라운드 1번 홀에서 티샷하고 있다. 매킬로이는 1라운드부터 4라운드 12번 홀(한국시간 21일 오전 1시 현재)까지 선두를 내주지 않았다. [호이레이크 AP=뉴시스]

‘차세대 황제’를 꿈꾸는 로리 매킬로이(25·북아일랜드)도 세계에서 가장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제143회 디 오픈 챔피언십 우승은 쉽지 않았다. 3년 전 “(바람 많은 링크스 골프코스에 적응하기 위해) 한해에 일주일만 게임 스타일을 바꿀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했던 이 청년은 리버풀에서 전 세계 골프 팬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21일(한국시간) 영국 호이레이크의 로열 리버풀 골프장(파72)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 대회장에는 초속 4~5m의 바람이 불었지만 매킬로이는 첫 홀부터 강공 드라이브 티샷으로 페어웨이를 공략했다. 두 번째 샷을 핀 3m 거리에 떨어뜨린 뒤 기분 좋은 버디를 기록했다. 매킬로이는 12번 홀까지 1언더파(버디 3개, 보기 2개)로 중간합계 17언더파를 기록해 단독 2위 세르히오 가르시아(34·스페인·13번홀까지 14언더파)에 3타 차로 앞섰다.(21일 오전 1시 현재)

우즈

 그러나 매킬로이는 1~3라운드와는 다르게 동반 경기자이자 ‘절친’인 리키 파울러(26·미국)와 가르시아로부터 강한 압박을 받았다. 매킬로이는 첫 홀 버디 이후 5, 6번 홀에서 연속해 보기를 하면서 1타를 잃었다. 가르시아는 10번 홀에서 이글을 낚으며 강하게 치고 올라왔고, 파울러는 12번 홀까지2타를 줄이면서 12언더파로 전혀 물러서지 않았다.

 파울러는 매킬로이를 잘 안다. 2007년 워커컵(미국과 영국의 아마추어 골프팀 대항전)에 나란히 출전하면서 친구가 됐다. 매킬로이는 그 대회 이후 프로로 전향했고 파울러는 2년 뒤에 프로가 됐다. 나이는 파울러가 5개월 빠르다. 파울러는 2012년 PGA 투어 웰스파고챔피언십에서 연장전 끝에 매킬로이를 물리치고 첫 승을 올린 적이 있다.

 매킬로이의 샷이 주춤하면서 2000년 우즈의 메이저 대회 최다 언더파(19언더파) 기록 경신은 녹록치 않아졌다. 2011년 US 오픈, 이듬해 PGA 챔피언십을 석권한 매킬로이는 디 오픈에서 정상에 오르면 커리어 그랜드슬램에 1승(마스터스)만을 남겨놓게 된다.

 매킬로이의 인기는 로열 리버풀에서 상한가를 기록했다. 지난 3월 허리 수술 이후 4개월의 공백을 딛고 15번째 메이저 대회 우승을 노렸던 우즈가 최종일 3타를 더 잃고 합계 6오버파 공동 69위로 몰락하면서 그 반사이익을 매킬로이가 보고 있다. 매킬로이는 최종 라운드를 앞둔 인터뷰에서 “현재 마음은 고요할 정도로 편안하다”고 했지만 4만5000여 명의 갤러리가 지켜보는 마지막 날의 압박감을 충분히 즐기지는 못했다.

 지난 5월 테니스 스타 캐롤라인 보즈니아키(24·덴마크)와 파혼을 선언했지만 매킬로이의 멘탈에는 아무 이상이 없었다. 현지 신문에 따르면 매킬로이는 새 여자친구가 이미 생겼다. 매킬로이는 지난주 여자친구가 자동차 접촉사고를 내는 바람에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한편 7명의 한국 선수 중 6명이 컷 탈락한 가운데 ‘탁구커플’ 안재형-자오즈민의 아들 안병훈(23)이 최종일 16번 홀까지 중간합계 4언더파로 선전했다.

리버풀=최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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