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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열과외와 교육제도개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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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과열과외를 진정시키기 위해 문교부가 다각적인 방안을 검토키로 전진적인 정책적 결정을 했다는 데는 원칙적으로 찬성한다.
과열된 과외가 상대적으로 학교 교육에 대한 열의를 식게 하고, 제 길을 찾지 못하는 교육비 지출을 강요함으로써 크게 사회문제로 등장한 것은 새삼스러운 얘기가 아니다.
이른바 고교평준화 이후 과외열풍이 각 가정을 몰아친 현상은 당연한 부작용의 귀결이었으며, 이제 그 폐해가 더 이상 방치될 수 없는 상태에 이른 이상, 과감한 시정책이 단행되어야 할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리고 그 시정책은 과열과외가 일어나게 된 근원부터 파헤쳐 보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된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요즘의 교육풍조는 과외공부를 몰아붙여 죄악시하고, 그러면서도 과외에 몰입하는 자기모순에 빠져 있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과외공부 자체는 절대로 삐뚤어진 교육이 아니다.
학교에서의 수업이 미흡할 때, 혹은 진도를 따라갈 수 없을 때, 그것을 보충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과외공부인 것이다.
그러면 왜 문제가 되는가.
한마디로 말해 전학생의 과외화로 학교교육은 뒷전으로 밀리기 때문이다.
본말이 전도된 교육이 극히 온당한 것처럼 받아들여진다면 그것이야말로 교육의 일대위기가 아닌가.
그 점은 누구나 알고 있고 안타까이 여기고 있다.
그럼에도 과중한 부담을 무릅쓰고 과외공부를 시켜야한다는 일종의 절박감을 학부모 그리고 학생자신이 느끼는 것은 학교교육을 불신하는데서 비롯된다.
학교교육이 상급학교에 진학하거나 사회에 진출하는데 더할 수 없이 만족할만한 것이라면 구태여 과외공부에 매달릴 필요는 없는 것이다.
학교교육에 허점이 있는 데다 이를 틈탄 교육상인들의 유혹이 교육을 학원 밖으로 끌어내는 것이 아닐까.
이처럼 교육의 궤도 이탈이 보편화한 것은 전적으로 중·고교 평준화가 뿌린 시행착오라고 지적할 수 있다.
중·고교 평준화는 학생의 입시지옥 및 학부모들의 무거운 과외비 부담을 덜고 교육부조리를 청소하며 교육의 기회균등을 이상으로 내세워 많은 반대여론을 묵살한 채 강행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결과는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확인하고 있을 뿐이다.
평준화정책이 교육의 획일성, 나아가서는 인문의 획일성을 강요했다고 하면 지나친 논리의 비약이라고 할 것인가.
개인의 특질에 따라 교과진도에 적응하는데 차이가 나기 마련인데도, 이를 무시한 평준화 작업이 학교교육을 학생과 동화되기 어렵게 하고 있는 것이다. 즉, 평준화가 지향했던 바 와는 정반대로 각급교 학생들의 전반적인 학력저하, 공·사학의 자율성 위축, 전 학생의 과외 화라는 바람직하지 못한 사태만을 초래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각급교서 제각기 오랜 세월 키워온 전통이나 교풍도 하루아침에 쓸어버려 교실 안에서 배우는 교과서적 인격을 형성하게 만들기도 했다.
교육이 반드시 교과서만 익혀주는 것으로 사명을 다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전인적 교육, 산 교육을 하려면 기계적인 교과서의 암기가 아니라 학원이라는 조직에서 생활해 나가는 가운데, 은근히 몸에 배어오는 분위기에 젖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상과 같이 교육 평준화가 득보다는 실이 더했다는 것을 뒤늦게나마 문교부가 인식하고 종합적인 개선책을 찾기로 했다는 것은 나라의 장래를 위해 대단히 반가운 일이다.
문교부는 오늘의 극성과외현상이 그 동안 누적된 복합요인에 의해 파생된 것이므로 교육적 측면뿐만이 아니라 경제·사회적으로 시야를 넓혀 종합대책을 찾기로 했다고 밝혔다고
한다.
당국의 구상으로는 연내에 과열과외 해소책을 찾는 상설전담기구를 설치하고 대학입시제도의 개선, 고교 평준화 시책의 재검토, 대학입학정원의 대폭 증원 등을 당면대책으로 꼽고 있는 것 같다.
이어 교육재정의 확대로 교원의 자질향상, 교육시설의 확충을 기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중·고교 평준화가 단순 명쾌한 정책적 판단아래 집행되었다고 해서 모든 제도를 일시에 또다시 그 이전으로 환원시키자면 거기엔 또 한번의 혼란이 불가피하게 일 것이다.
예기되는 혼란을 극소화하면서 교육의 정상화를 기하려면 단계적으로 제도를 고쳐나가는 것이 소망스럽다.
우선은 고교 평준화를 철회하고 고교입시를 부활시키는 것이 한가지 방법이다.
두뇌에 우열이 있는 것은 엄연한 진실인터에 이를 애써 묵살하고 고교까지 경쟁 없이 진학 시켜 놓고 대학입시라는 단 한번의 관문을 선정해놓은 교육제도가 무리를 유발한 것이다.
어떠한 수단을 동원하든 한번의 고비만 넘기면 된다는 역설적인 기회균등이 일찍이 볼 수 없었던 과열과외를 불러온 것이 아닌가.
또 하나의 대응책으로는 수도권의 대학입학정원을 늘리는 것이다.
수도권 대학 입학정원의 동결은 인구증가문제와 연관된 것 같으나, 인구분산은 지방의 교육기회 확대·중앙 집중적인 행정권의 지방이양 등 행정·산업정책면에서 다루어야 하며 대학정원제의 운영으로 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좁은 문을 통과하기 위한 입시경쟁만 격심하게 하여 과열과외의 한 원인이 되고 있다.
이상의 단기대책과 함께 장기적이고도 근원적인 방책으로는 교육투자를 대폭 확대해야한다.
관계기관이 조사한 우리 나라의 연간 교육비는 77년 기준, 1조 2천 7백 72억 원으로 GNP의 8·4%에 불과하며 그것도 학부모 부담이 63·4%이고 정부부담은 34·2%로, 공·사교육비의 대부분이 가계로부터 나오고있다.
교육의 내실은 고사하고 초·중교의 콩나물 교실을 해소하기에도 미흡한 것이다. 교육부문에 대한 정부 예산의 점진적인 증대로 교원의 대우를 올려놓아 학교교육보다는 과외지도에 열을 올리는 시류도 원상대로 돌려놓아야 한다.
교육투자는 늘리면 늘릴수록 나라의 현재나 장래를 밝게 해준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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