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외수업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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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프랑스에는 귀족의 칭호를 쓰고 있는 가족이 4만이나 된다.
물론 그 중에서 진짜는 4백 가족정도 뿐이다.
지스카르데스탱은 대통령이 되자「엘리제」궁내에서는 귀족의 칭호를 쓰지 못하도록 했다. 그 대신이라 할까, 타이틀 없는 신흥귀족이 늘었다.
우리 나라에도 5백 명 가까운 신흥귀족이 있다. 타이틀은 과외선생님.
그들 앞에서는 장관부인도, 장군부인도 쩔쩔매고 허리조차 굽힌다.
부호부인들은 보따리를 싸들고 명절이면 제일 먼저 과외 교사 댁에 찾아든다.
같은 과외교사 중에서도 세도가 높은 분은 1년에 수 천만 원씩 벌어들인다. 그게 모두 무세.
따지고 보면 자식 잘 되기를 바라는 부모로서는 돈이 문제가 아니다. 비싼 수업료를 받는 쪽에도 할말이 많다.
「소크라테스」는 제자들로부터 수업료를 받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제자인「아리스티포스」는 엄청난 수업료를 받았다.
그의 이유는 분명했다.
『나는 내가 호사하려고 돈을 받는 게 아니다. 돈 쓰는 법을 있는 사람들에게 가르치려고 받아주는 것이다….』
과외수업비가 너무 비싸다면 안 하면 그만이다. 있는 사람에게는 한 달에 1백 만원이든 5백 만원이든 별로 문제가 안 된다.
그 대신 헌법이 마련한 민주교육의 정신은 결딴이 날 것이다.
그러나 그건 과외교수가 신경 쓸 일은 아니다.
그밖에도 과외교사가 할말은 많다. 아무리 팔자가 늘어졌다지만 사모님들 치마폭에 싸여 보따리장사 한다는 게 비위 틀리는 일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만약에 어엿한 정규교사로서도 넉넉한 봉급을 받을 수만 있다면 굳이 무직자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단벌 신사라도 선생님이라고 깍듯이 공대를 받기만 했더라도 훈장노릇을 걷어치우지는 않았을 것이다.
최근 들어 과외교사에게 세금을 물게 하겠다고 당국이 으름장을 놓고 있다.
쥐꼬리만한 월급을 받고도 세금들을 꼬박이 물고 있는 판에 몇 천만원 수입을 올리는 신흥귀족들이 한문도 안 문다면 말도 안 된다.
이게 도리다. 그러나 모든 게 도리대로 되는 세상도 아니다. 과외교사가 꼬리를 감추는 길은 얼마든지 있다. 그를 감싸주는 치마폭들도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학부모들의 고발을 받는다는 것도 큰 문제다. 상호부신의 풍조만을 더하게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과외선생이 무는 세금만큼 더 수업료가 비싸질 것도 염려된다.
이리치나 저리치나 우리네 신전귀족의 세도에는 요동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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