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졸업정원제」의 부당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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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과열과외를 해소하는 방안의 하나로서 블쑥「대학졸업정원제」의 검토설이 당국자에 의해 발설되어 주목을 끌고 있다.
김옥길문교부장관은 16일 출입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요즘 큰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과열과외수업의 성향으로 빚어진 각종 사회문제를 해소하는 문제는 국가적차원에서 좀더 종합적인 대책이 있어야하겠지만,우선 문교부로서는 대학의 입학정원을 규제하던 종래의 방식을 바꿔 졸업정원제의 실시를 검토중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김장관의 말을 빌것도 없이 과열과외를 없애는데는 문교부나 학교의 힘만으로는 어쩔수 없는 어려운요인이 많다. 전통적인 학벌중 나의 풍토,고학력의 고임금으로 직결되는 사회구조, 학부모들의 그릇된 자녀관,사회의 진운과는 동떨어진 교육관등이 교육내적인 요인에 겹쳐 과외문제를 한층 악화시켜온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대학의 좁은문, 대학간의 심한 질적격차,학교교육의 부실등 우리나라 교육제도가 안고있는 문제점들의 비중이 크다는 사실 또한 간과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그가 단기적인 처방으로 제시한 연차적인 대학시설의 확충과 입시제도의개선,특히 입학정원을 늘려나간다는 방침에는 이론이 있을 수 없다. 그것은 대학교육이 대중화되는 세계적추세로 보거나, 그동안 인위적인 대학정원억제의 부작용, 그리고 무엇보다 선진국에 비해 고등교육인구가 적은 점에 비추어 너무나 당연하기 매문이다.
하지만 「대학졸업정원제가 김장관이 말한대로 과열과외의 궁극적인 해소책이 될수 있는지는 좀 더 근본적으로 의문이다.
우선 김장관이 제기한 대학졸업정원제의 구상이 입학의 문호는 개방하되 엄격한 학점제와 졸업시험을 통해 대학생의 질적향상을 기한다는, 「프랑스」등 일부 선진국에서 실시되고있는 것과 같은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종래 우리나라 대학들이 채택해오던 입학정원제의 모순을 해소하여 병역이나 학비난등 개인사정때문에 해마다 탈락되는 상당수 학생의 자연결원만큼을 미리 뽑아 졸업때 결원을 채우겠다는 것인지는 썩 분명치 않다.
전자의 경우라면,대학의 수용시설과 교수확보라는 전시조건의 충족 여부를 차치하고서라도 우리나라 대학들의 현실에 비추어 극심한 혼란을 자초하는 것이 될 우려가 크다.
이 경♀, 소위 서울의 일류대학들만이 비대해지고 지방대학이나 군소대학들은 존립마저 위협받게될 것은 물론,이번에는 대학생들 마저 따로과외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사태를 빚고 말것이다.
어찌 이런제도의 도입을 찬성할수 있겠는가.
그러나 후자의 경우라면 현재의 시설과 교수 요원을 최대한 활용할 수있고 최소한 매년 입학정원의 3분의 1 정도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일석이조의 효과를 기대할 수는 있으나 이것 역시 과열과외시정의 수단으로서는 거의 아무런 실효가 없을것이다. 약3만명 정도의 대학입학정원이 늘어난데 대해서 그 10배나되는 재수생문제의 해결이나 과외가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는 이른바 고교평준화시책이 바로 극성과외의 해소라는 명분아래 착안되었다는 「아이러니」 를 잊지 앉고 있다.
고교평준화시책이 과외공부를 오히려 격화시켰을 뿐아니라 학생들의 학력을 하향평준화시켰다는 뼈아픈 반성론이 제기되고 있는데에, 대학졸업정원제가 단지 과열과외의 해소를 위한 수단으로서 발상된 것이라면, 그것은 대학교육의 질적저하마저 자초하는 본말전도를 재연하는 것임을 경고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과열과외의 폐단을 극소화하는 방안은 우리의 현실여건과 동떨어긴 대학졸업 정원제가 아니라,대학은 오직 학문을 하려는자의 진학처가 되고 그 나머지는 모두가 실질적인 직업교육을 받은 고등교육기관에 진학하는 기풍이 조장되는 제도를 확립하는데서부터 찾아야 할것이다. 이와함께 사회란 자유경쟁이 불가피하다는 원칙논에 입각해서 고교평준화시책의 백지화를 비룻하여 우리의 교육수요에 적정한 대학정부의 대폭 증원,대학입시제도의 개선등을 통해 달성할 수 밖에 없다는점을 새삼 인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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