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질」떨어뜨릴 우려|「대학졸업정원제」의 문제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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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옥길문교부장관이 16일 과열 과외진정책의 하나로 검토중이라고 밝힌「대학졸업정원제」는 교수와 시설의 뒷받침 없이는 오히려 교육의 질을 떨어뜨릴 우려가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문교부의 한 관계자는 졸업정원제의 기본적인 구상은 대학입학을 현재의 2배정도로 늘려주고 졸업은 현재의 입학정원수준(80학년도 대학정원 20만6천35명)으로 묶는 정도가될 것이라고 했다. 이는 ▲경제발전▲취업율▲고교졸업자와 대학졸업자간의 임금격차해소▲방송통신대학▲교육방송등 대학밖의 교육기회 확대와 산업구조변화등이 복합적으로 수반되어야 가능한 제도라고 설명했다.
또한 현재의 대입예비고사 제도의 개혁이 뒤따라야하는등 어려운 문제가 한 두가지가 아니라고 했다.
대학입학예비고사도 자격고사형태로 바꾸어 대학진학 적성만을 인정하는 형태로 전환되어야한다는 것이다.
대학졸업정원제의 발상은 미국대학교육형태에서 「힌트」를 얻은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경우 대학입학 적령인구(18∼21)의 66%가량이 일단 자유롭게 대학에 입학하고 있다.
그러나 1학년을 마치면 각자의 적성·학업성적·대학생활을 통한 체험등에 의해 입학생의 50%가량이 자연 도태되고 결국 대학4년을 마치고 학위를 받는 학생은 입학생의 30%정도밖에 안된다.
대학생활을 하다가 자신이 대학생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은 학생들은 취직하거나 자신의 적성이나 지식수준에 알맞은 분야로 곧 바로 진출할 수 있는「미국사회」이기 때문에 「졸업정원제」라기보다는 졸업생의 자연 조절이라고 하는 것이 옳다.
우리나라 현실에서 대학에 입학했다가 중도에서「제도」때문에 타의에 의해 탈락한다면 쉽게 물러나지 않을 것 같다는게 관계자들의 걱정이다.
또다른 형태의「극성」이 사회문제를 불러일으킨다는 우려다. 대학의 졸업시험에 붙기 위해 대학의 과외제도가 생겨날 우려가 있고 대학교수의 과외선생화로 대학의 질을 떨어뜨릴 염려마저 있다.
고려대 황정규교수(교육학)는 대학졸업정원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학문의 표준에 도달하면 학위를 주어야하는데『누구는 졸업시키고 누구는 졸업을 시키지 않는다』는 것은 대학교육의 본질을 훼손시킬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황교수는 중학무시험진학·고교평준화로 인해 생긴 병폐를 대학에 전가시키는 것이라고 했다.
서울대 차경수교수는 졸업정원제를 한다고해서 무한정 대학의 문을 넓힐 수는 없는 일이라고 했다. 때문에 현재의 정원보다 10∼20% 증원을 하는 선에서 검토를 할 수 있겠지만 그럴 바에는 차라리 대학정원은 대학의 자율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서울대사대 정원직학장은 졸업정원제보다는 점차 대학정원을 늘려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하고 현재의 대학시설·교수확보문제등 수용능력을 감안하면 정원을 크게 늘릴수 없는 처지라며 대학졸업정원제가 대학의 질저하를 래할 가능성도 많다고 했다.
외국에도 졸업정원제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는 없다. 대학이 스스로 조정할 뿐이다.
미국은 『대학입학은 쉽지만 졸업은 어렵다』는 말처럼 졸업자의 수는 능력에 따라 제한이 되고 있다. 영국은 모든 대학이 국왕의 인가를 받아 설립이 되지만 대학자체에서 정원을 조정하고 있고 대학에 진학하려면 1차로 GCE(General Certificate of Education) 「보통교육수료증서」시험을 거쳐 대학본고사를 치러야한다.
GCE합격자의 55%정도가 대학에 입학. 「전통적인 영국대학의 귀족성」을 고집한다는 편을 듣고 있다.
「프랑스」대학은 국가시험인「바칼로레아」에 합격한 사람이면 받아들이지만 예비교육기간(2년)동안 엄격한 시험을 실시, 입학자의 70%정도를 탈락시킨다.
대학시설의 연중무휴활용·교수의 「풀」제등으로 대학정원을 현재보다는 대폭 늘릴 수 있다고 보는 대학관계자들도 많지만 이것도 서울시내 대학을 대상으로 해야한다.
4년제 대학의 교수확보율은 평균 52%선인데 국립대학은 60%에 이르고있다.
서울대는 교수확보율이 78%로 상당히 높고 고려대의 시설확보율은 94%나 되는등 서울시내 종합대학등은 현재상태로도 50%이상 증원이 가능하지만 지방대학의 사정은 그렇지 못하다. 한 교육전문가는 문교부가 졸업정원제를 구상할 것이 아니라 이 기회에 대학정원을 대학자율에 맡기는 정책을 펴는 것이 바람직 하다고 주장했다. <김재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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