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경제교육] 정인태 아웃백 스테이크 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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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4면

나는 어릴 적부터 불우한 이웃을 돌아보라는 교훈을 자주 들었다. 우리가 자랄 때는 나라 전체가 넉넉하지 못해 배고픈 이웃도, 걸인도 많던 시절이었다.

아버지의 사업이 어려워져 집안이 기울었을 때에도 부모님은 변함없이 "어려운 이웃을 돌아볼 줄 아는 사람만이 돈을 벌 자격이 있다. 사회를 통해 번 것은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 네가 잘 살고 싶으면 그만큼 남에게 베풀어야 한다"고 가르쳤다.

부모님은 가끔 나를 고아원에 데려갔는데 그 아이들에게 사탕과 과자를 나한테 사준 것보다 더욱 풍성하게 주셨던 기억이 난다. 나는 물론 그 시절에는 부모님의 깊은 뜻을 이해하지 못했다.

내가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것은 대학 1학년 여름방학 때다. 중국집에서 음식을 배달하는 일이었다. 첫 월급을 타서 어머님께 드렸더니 일부를 떼어 건네며 과자와 사탕.빵 등을 사오라고 하셨다. 그리고 나를 데리고 보육원에 가셨다.

어머니는 수고해 번 돈의 일부를 자신보다 못한 사람을 위해 쓰라는 가르침과 함께 그 일을 한 뒤의 벅찬 감동을 스스로 느끼도록 실천으로 가르쳤다.

그리고 반드시 물질만으로 남을 돕는 것도, 부자만이 가난한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것도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셨다. 즉 정성만 있으면 작은 일로도 어려운 이웃과 사회에 보탬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일깨워주셨다.

이런 가르침은 내가 사회생활을 하는 데 나와 가족은 물론 회사와 동료들에게도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우리 회사는 새 매장을 열 때마다 반드시 이웃 사회단체를 돕는 행사를 기획한다.

아울러 여러 사회복지기관과 병원.보육원 등을 찾아 다니며 물질뿐만 아니라 음식, 직원들의 봉사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돕는 행사를 꾸준히 하고 있다.

그리고 부모님이 가르친 대로 이런 행사에는 반드시 내 아이들도 참석시킨다. 아이들에게 용돈을 준 뒤 어떻게 썼는지를 점검하면서 아이들이 용돈의 일부를 불우이웃돕기 같은 데 냈는지 묻는다.

아이들도 처음에는 잘 이해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TV방송에서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모집하면 으레 '아빠, 우리는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요?'라고 먼저 묻는다.

내가 부모님에게 받은 가르침은 '베푼 만큼 잘 살게 된다'는 상당히 철학적인 교훈인데, 주변을 둘러보면 정말 이 말이 맞는 것 같다. 물론 큰 부자는 하늘이 내린다고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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