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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효 없는 장식·선심조항 많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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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국민저항권을 개헌절차조항에 넣어 장기집권 막아야
공화·신민 양당의 개헌시안은 그동안 각계에서 활발히 논의되고 건의된 내용들을 경쟁적으로 채택한 것 같은 인상을 준다. 다가올 선거를 의식해서이건 다른 이유에서건 국산의 의사를 가급적 많이 반영하려 노력한 것은 그 자체가 하나의 민주적 정치발전임에 틀림없다. 양당의 시안은 대체적으로 유신헌법하의 경험을 토대로 문제되었던 점들을 시정하고 제3공화국헌법으로 복귀한 것이 기조를 이루고 있다.
먼저 양안의 총강규정은 유신헌법의 내용을 그대로 두고 약간의 수정이 가해졌는데 제1조에 국호·국가형태· 국민주권은 규정됐으나 우리 헌법질서의 기본원리인 자유민주주의적 기본질서가 명확하게 나와 있지 않고 법치주의의 원리도 명문화되어있지 않다.
그 대신 침략전쟁의 부류이나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및 외국인의 법적 지위같이 총강에 꼭 규정하지 않아도 될 사항을 기계적으로 답습한 인상을 풍긴다.
영토에 관한 제3조의 규정은 남북대화, 국토통일 문제와 관련하여 미묘하고 중대한 법적 쟁점을 제기하고 있다. 이규정을 그대로 존치하는 경우 최소한 헌법의 적용범위를 제2항으로 신실하거나 부칙에 명기했어야 옳은 일이다. 공화당안이 국민의 헌법수호권리와 공직자의 헌법준수의무, 재외국민의 보호 및 국군의 국토방위사명을 규정한 것은 시대적 감각을 살린 것이지만 그 같은 규정의 법적 효력을 뒷받침하는 조치가 없다면 무의미한 규정이 될 소지가 있다. 또 이규정을 꼭 총강에 넣을 것 인가도 재고해봄직하다.
양당이 다같이 정당조항을 총강에 포함시켜 좋으나 궂으나 정당이 정치의 핵심체임을 강조한 것은 좋다고 본다. 욕심을 부린다면 그 내용에 정당의 자금출처 공개조항 같은 것을 첨부하고 싶다.
일찍이 「스펭글러」가 민주주의를 가리켜 『자본가들이 그들의 지배를 은폐하기 위해 만든 교활한 발명품』이라고 말한 것을 상기하고자한다. 정치자금의 규제 없이는 민주주의를 부조리로부터 방어할 수가 없다.
양안은 또 정당해산의 결정과 위헌심사 등 헌법재판권을 대법원의 권한으로 하고 있다. 사법부가 이 권한을 갖는데는 원칙적으로 반대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사법권의 독립이 항상 문제되고있는 터에 고도의 정치적 성격을 띤 헌법재판을 떠맡으면 사법부가 독립은커녕 정치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제 기능을 못할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정당에 관한 재판을 기존질서에 맡긴 것은 납득이 안 간다. 헌법재판소를 별도로 두어 국가권력의 남용을 견제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해야하지 않을까.
공화·신민 양당의 안이 기본권의 법률유보를 대폭 삭제하고 구속적부심을 부활한 것은 환영하나 기본권의 보강수단이 미흡하게 언급된 것은 아쉽다. 예컨대 공화당안 중 언론의 책임을 강조한「피해보상청구권」은 민법·헌법 등으로 능히 다룰 수 있는 문제인데 헌법에 이를 규정함으로써 집권자에 의해 오용 입법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신민당안이 노동3권 중 단체행동권을 유보한 것도 마찬가지 연각에서 볼 수 있다.
공화당안 중 행복추구권은 너무 추상적인 것으로 불필요한 대 국민용인 것 같고 직접 효력규정이 시급한 환경권을 같은「레벨」에 놓고있는 것은 무성의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환경권만은 「프로그램」적 성격이 돼서는 안되겠다.
대통령의 계엄선포권은 선포시 기간을 정하게 하든지 요건을 좀더 세분화해 과거의 경험으로 봐 확대 적용되는 병폐가 없도록 했으면 좋겠다.
양당이 모두 지나쳐버린 국민저항권은 개헌절차조항에 넣었으면 한다. 대통령의 임기·중임조항을 고치면 자동적으로 국민들은 저항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하면 될 것이다.
물론 저항권 자체가 남용될 우려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장기집권의 원인이 지금까지 어디에 있었나를 살펴보면 해답이 나오리라 본다.
대통령후보의 정당추천제를 양당이 고집하고 있는 것도 불필요하다고 본다. 더욱이 국회의원선거에서 무소속출마를 허용한다면 논리적 모순이 생긴다.
신민당이 국정감사권을 전면 부활시키고자 하는 것이나 공화당이 중앙관서에만 국한시킨 것은 각기 취지를 이해하면서도 우리의 현실을 감안할 때 부작용을 상정하지 않을 수 없다.
국회가 국정감사권을 갖되 국회 밖으로 나오지 말고 국회 안에서만 대상자를 출두시켜 하는 것은 어떨까.
국회의원선거제도에 있어 양안은 원칙만 확정했는데 선거법이 항상 지나치게 국회의원들간의 「흥정」대상이었던 점을 감안할 때 선거구의 수, 국회의원 정원정도는 헌법에 명기하는 것이 좋겠다.
양안이 헌법개정 발의권을 국회에만 부여하는 취지를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면 발의정족수를 재적「과반수」에서 「3분의1」정도로 낮췄으면 한다. 의결은 재적 3분의2로 해도 좋으나 발의조차 지나치게 엄격히 규제하는 것은 「쥐와 독」의 논리에 해당한다고 본다. 통치구조에 관한 개헌가능성 제한에 편집하다보면 불과 몇 년 전까지는 심각하게 보지 않았던 환경권문제 등 기본권의 변화요인에 대처할 힘을 잃게될 수도 있다. 그래서 대통령의 중임 등 특정조항에 관해서만 꼭 국민투표까지 가게하고 나머지는 국회 선에서 마무리할 수 있게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공화당이 대통령 유고시 후임자선출문제를 명기한 것은 신민당안보다 진일보한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전시에 대통령을 선거하지 않고 국회에서 뽑게 한 것은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가 있으므로 삭제했으면 한다. 「전시」의 개념을 두고 엉뚱한 발상이 없으리란 법은 어디 있는가. 공화당안중「국군의 의무」등은 시리에 편승한 선심조항이며 가급적 직접적 효력이 없는 장식용 조항은 없었으면 한다.
끝으로 민주주의의 요체인 정치적 자유권은 언론·출판·결사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대 전제 위에서 이 조항의 유보는 없었으면 하고 위헌심사는 재판의 전제가 됐을 때 뿐 아니라 평소에도 가능할 수 있게끔 추상적 규범제도가 채택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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