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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공예·건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공예와 건축, 즉 실용예술은 인간생활의 변천에 가장 민감한 변화를 보이는 것이다. 그러한 견지에서 80년대의 한국의 공예와 건축을 조망할 때 무엇보다도 고려에 넣어야 할 것은 80년대의 한국인들의 생활상이다.
다시 말해서 근대화를 촉진하고 있는 오늘의 한국사회에서는 무엇보다도 기계화와 합리화가 당면의 목표로 되기 때문에 공예와 건축도 당연히 기계화의 과정을 계속하리라는 것이다.
우선 공예에 관해서 생각하면 생활양식의 변화는 많은 생활의 도구, 즉 공예의 변천과 변모를 촉진했다. 다량생산이라는 현대공예의 방향은 같은 질, 같은 형태, 같은 빛깔의 공예를 싼값으로 대중에게 공급해야 했다. 여기에서 획일적으로 기계화된 공예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이와같은 기계공예는 수공예를 바탕으로 하는 전통공예를 거부하는 수가 많기 때문에 필연적인 현상으로서 전통공예의 향수와 그의 회복운동이 일어나는 것이다. 그와같은 현상의 대표적인 것이 이른바 민예 운동이다.
민예란 말할것도 없이 무명작가에 의해서 만들어진 대중적인 공예인데 그것은 개인적인 가능성에 충실한 것이기 때문에 공예의 본질에 가장 접근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민예를 중심으로 하는 이같은 전통공예의 회복운동은 한국의 현대공예가 기계화를 촉진하면 촉진할수록 더욱 그 열기가 더해질 것이다. 따라서 제일 먼저 활발한 움직임을 보일 것은 도자기공예로서 우리의 위대한 유산 즉, 고려청자와 이조백자가 갖고있는 조형적인 성과를 오늘의 생활에 알맞는 생활도자기로 창조하려는 움직임이 80년대의 도예계에 반드시 일어날 것이다.
둘째로는 목공예의 부흥운동이다. 오늘날 세계적인 평가를 얻고 있는 조선조의 목공예는 그의 초시공간적인 조형가치 때문에 높이 평가되거니와 그와같은 전통에 입각한 새로운 목공예가들이 80년대 공예에서 가장 민족적이고 세계적인 작품을 창조할 것이다.
금속공예와 염직공예도 도예·목공예와 마찬가지로 전통에 바탕을 두면서 오늘의 생활에 적응할 수 있은 새로운 공간예술로서의 공예를 창조해 나갈 것이다.
건축예술은 솔직이 말해 70년대에 와서 「아파트」 건축, 또는 획일적이며 합리주의적인 방향으로 일관되는 바람에 별로 볼만한 것이 없다.
몇몇 건축가에 의해 약간의 개성이 담긴 건축이 전국에 세워졌으나 그의 존재는 한국현대건축 전반에 비해서는 매우 작은 것이다.
더구나 서울을 중심으로 하여 세워진 세종문화회관이나 기타 지방에 세워진 박물관 건축 같은 것도 부분적으로는 한국의 전통적인 건축양식을 수정적으로 받아들였으나 우리가 바라고 있는 민족적인 건축양식은 아니다.
「아파트」 건축은 80년대 건축활동의 가장 큰 해독이 될 것인데 무기적이고 획일적인 「아파트」 건축은 인정을 메마르게 하고 인간생활의 감정을 삭막하게 할 것이다.
사각공간, 그것도 「시멘트」로 만들어진 상자 속에서 이루어지는 인간생활의 동질성은 결국에는 동질적인 인간형을 만들고 무미건조한 현대문명을 만들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80년대 건축을 전망하면 중진국을 치닫고 있는 한국의 실정에 따라 당분간 기계화와 획일화가 계속 되리라는 것이다.
그 반동으로서의 이질화와 단독주택의 환원은 80년대의 후반에 가서야 이루어질 전망이다.
따라서 80년대의 건축상으로서 바람직한 것은 획일화에서 탈피하여 유기적이고 민족적인 풍토양식의 건축이 이 땅에 세워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전통과 창조에 통달한 재질있는 건축가들이 나타나야 한다.
예술의 역사는 다수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늘 소수의 천재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80년대의 공예와 건축은 지금 그의 실력을 기르고 있는 재질있는 공예가와 건축가에 의해서 실현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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