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적치료, 항암제 발달 … 유방암 3기 환자 48% 10년 넘게 생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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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모(60·서울 서대문구)씨는 1997년 유방암 진단을 받고 절제수술을 받았다. 수술 중 조직을 떼어 병리검사를 해 보니 겨드랑이 림프절(작은 공 모양 면역기관)에 이미 전이돼 있었고, 암세포 성장에 관여하는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 검사에서 양성으로 나와 최종적으로 유방암 3기 진단을 받았다.

 박씨는 수술 뒤 항암제·방사선 치료와 함께 항호르몬 치료를 받았다. 2년 뒤 암세포가 간으로 전이돼 다시 항암 치료를 받았고 암 크기가 감소했다. 2001·2010년에 병세가 악화돼 재차 치료를 받았다. 지난해 10월 다시 간에서 암이 진행돼 지금까지 항암 치료를 받고 있다. 박씨는 유방암 3기 판정을 받은 뒤 그동안 수차례 재발해 항암 치료를 받고 건강하게 살고 있다.

 중앙암등록사업본부에 따르면 유방암의 5년 생존율(2007~2011년)은 91.3%로 93~99년의 77.9%보다 13.4%포인트 늘었다. 5년 장기생존율에서 유방암은 갑상샘암·전립샘암에 이어 3위다. 병기(病期)별(1~4기)로 구분할 때 3~4기의 생존율도 높다. 연세암병원이 2002년에 유방암 진단을 받은 환자 339명을 10년 이상 추적 관찰했더니 3기 환자의 48.8%, 4기 환자의 25%가 생존했다. 비슷한 시기에 진단받은 위암 3기의 10년 생존율은 34.7%, 대장암은 44.8%였다. 흔히 ‘진행 암’으로 부르는 3~4기 유방암의 장기생존율이 이처럼 높은 이유는 치료법이 획기적으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토모세러피 같은 첨단 방사선 장비를 이용한 치료 기법이 발전했고, 새로운 항암제가 여럿 나왔다. 또 ‘허셉틴’ 같은 우수한 표적치료제가 개발됐다.

 장기 생존율을 더 높이려면 몇 가지 숙제를 풀어야 한다. 우선 조기 발견율을 높이는 것이다. 2006~2009년 연세암병원에서 유방암 1기 진단을 받은 환자는 26.6%다. 2기(29%)보다 낮다. 3기는 9.3%인데, 95~99년(13.1%)보다 줄긴 했지만 여전히 10명 중 한 명꼴이다. 조기에 발견할수록 최소의 치료로 최고의 효과를 낼 수 있다.

 유전체 진단기술 개발이 중요하다. 현재 한국의 유방암 치료법은 미국과 큰 차이가 난다. 최근 미국의 항암 치료 방식이 변하고 있다. 병리학적 소견과 유전체 분석 결과를 토대로 어떤 항암제를 쓸지 결정한다. 반면 한국은 아직 병리학적 소견만 참고한다. 이럴 경우 불필요하게 치료받는 환자가 생긴다. 미국·일본·영국·이스라엘 등은 항암 치료 여부를 선별하는 검사법을 활용한다. 여기서 재발 가능성이 낮다고 나오면 항암제 치료를 안 해도 된다. 검사비가 비싸다. 400만원에 달한다. 국내에는 상용화돼 있지 않다. 항암 치료를 하지 않으면 고통을 줄이고 고가의 치료비를 지출하지 않아도 된다. 이러한 유전체 검사법이 한국에 들어오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릴 것으로 추정된다. 수술비보다 검사비가 더 비싸 배보다 배꼽이 더 클 것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국내에서 유전자와 호르몬 수용체 검사를 통해 유방암 재발 가능성을 예측하는 한국형 진단키트 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유방암 환자의 장기생존율 향상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정현철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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