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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형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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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현실과 여망 조화시켜야
바야흐로 개헌논의의 계절이다.
그 중에서도 정부형태, 대통령의 선출방식, 국회의원 선거제도 등 권력구조에 관한 논란이 무성하다.
대통령의 선거방식에서도 간선제가 고개를 들어 논란이 됐었다.
정부형태에 대해서는 대통령중심제가 여론의 대세를 이루는 가운데 헌법학자 등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의원내각제와 두 제도의 혼합형태가 제기되고 있다.
물론 대통령 중심제라고 해도 말하는 사람마다 똑같은 것이 아니고 각인 각설이다.
이름만 대통령 중심제요, 의원내각제지 실제는 두 제도의 순수한 형태를 주장하는 사람보다는 두 제도의 갖가지 혼합형식을 염두에 두고 있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공화당 개헌특위가 검토하는 「대통령중심제」만 보더라도 장관을 국회의 동의를 얻어 국무총리가 임명토록 하는가하면 국회에 내각전체 및 개별장관에 대한 불신임 결의권을 주도록 되어있어 실제로는 의원내각제적인 성격이 상당히 짙은 「반대통령제」에 불과하다.
정부 내에도 국가의 계속성과 국가보위를 확고히 하면서 동시에 정치권력의 남용을 막자는 최대통령의 개헌기본원칙을 충족시키는 제도는 두 제도의 혼합형태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많다.
때문에 현시점에서는 시작부터 어떤 제도라고 미리 못박지 않고 실제로 우리의 형편과 국민의 민주여망에 부응할 제도를 모색해야 되지 않을까.
정부의 한 고위당국자는 『4·19후에 의원내각제라야 한다는 풍조가 있었듯이 지금은 대통령중심제에, 직선대통령이라야 한다는 풍조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정부의 다른 고위관리는 『여·야당의 얼굴이란 사람들과 그 주변 인물들이 대통령중심제를 기정사실로 몰고 가려고 하는데 대한민국이 그 사람들만 사는 곳이냐』고 불평한 적이 있다.
사실 정치세력 중에는 비교적 국민들에게 인기와 뿌리를 지닌 지도자를 가진 세력은 대통령중심제에 가까운 것을 선호하고 그렇지 못한 세력은 다른 제도를 바라는 경향이다.
66개국서 의원 내각제
공화·신민양당이 대통령중심제란 방향을 정해가고 있는 것도 양당의 주류가 모두 국민 앞에 내세울 만하다고 생각하는 인물이 있기 때문이다.
그 세력들이 제나름의 승산을 계산하고 있다는 사실도 무시할 수 없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정부와 여권일각에서 제기되는 이원적 정부제 주장의 배경은 주목할만하다.
이원적 정부 제는 제도자체가 지닌 장단점을 일단 제쳐놓으면 힘들이지 않고 집권하고 싶은 사람이 구상하는 게 아닌가하고 경계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의원내각제는 형식적인 원수와 실질적인 내각의 이원구조지만 이원적 정부 제는 「프랑스」 「핀란드」 및 「바이마르」 헌법시대의 독일처럼 실질적인 원수와 실질적인 내각의 이원구조란 차이를 지니고있다.
김철수 교수의 「현대헌법론」에는 이원적 정부 제를 『의원내각제의 요소와 대통령제의 요소를 결합해 대통령 및 정부를 함께 행정담당자로 함으로써 두 제도를 절충하려는 것』이라고 되어있다. 영어로는 Double Executive.
다른 말로 하면 의원내각제 요소를 가미한 대통령중심제라고 할 수 있는데 일부에서 거론하는 대통령 간선을 쉽게 하는 제도라 할 수 있다.
이런 오해를 피하기 위해 김 교수와 양호민(조선일보논설위원) 장을병(성균대 정치학교수)씨 등 6명은 대통령권한을 대폭 축소한 헌법시안을 조문화해 놓고도 이를 구태여 권력분산형(분권형)대통령제라고 표현하고 있다.
그에 비해 대통령이 국가원수이며 행정수반인 대통령중심제는 이원구조다.
미국에서 시작된 대통령중심제는 지난 7O년 현재 39개국에서 채택됐다(일본 대서방민, 서수교수).
미국은 이 제도 하에서 민주주의의 꽂을 피웠으나 다른 나라에서는 대부분 독재화의 길을 걸어 「뢰벤슈타인」의 말처럼 『입헌민주주의에 대한 죽음의 「키스」로 화했다』(문홍주 교수).
반면 대통령제는 대통령의 임기동안 정부의 안정을 유지하기 좋은 장점을 지니고있다.
66개국에서 채택되고 있는 의원내각제는 경험상 보다 민주적이고 책임감을 지닌 정부를 낳았다. 그러나 정부의 존립이 의회의 신임에 의존하기 때문에 불안정해 지기가 쉽다. 양당 제와 중립적 직업관료제도의 전통이 없는 나라에서는 그러한 단점은 더욱 두드러진다(한태연 의원) .
비민주 억제하는 제도를
이원적 정부 제를 포함한 혼합형 제도는 「프랑스」 제5공화국과 「핀란드」처럼 비교적 성공을 거둔 나라도 있으나 「바이마르」독일처럼 정국불안과 독재화로 치달은 경우도 있다(김철수 교수).
우리나라는 오랜 대통령중심제와 잠시의 의원내각제를 두루 겪었다.
결과는 모두 실패에 가까웠다.
그러나 이런 불행한 결과는 제도의 문제점보다는 민주정치 훈련이 부족했던 우리의 정치문화에 더 책임이 있다는 의견들이다.
30여 년 간의 헌정경험으로 우리의 정치문화에는 권위주의·정치과잉·조급성 등 민주정치에 배치되는 요소가 있었다는 것을 알게도 됐다.
헌법에 이러한 성향을 억제하는 제도적 장치가 결여되면 또다시 독재화나 불안정의 길을 반복하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어떤 제도를 택하게 되든 이러한 역성향을 억제하는 제도적 장치의 발견이 문제인 것 같다.

<성병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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