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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견만발… 「국전개혁 준비 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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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국전이란 이름부터 바꾸자』 『아니다. 국전의 전통을 그대로 살려야하며 금년 국전도 29회로 계승돼야 한다』-. 저마다의 각 가지 의견이 만발한 채 국전개혁이 진통을 겪고 있다.
30년 동안 나라가 맡아왔던 국전이 반관 반민 단체인 문예진흥원으로 정식 이관된 것은 지난해 11월20일. 공문 한 장으로 거의 백지위임을 받은 문예진흥원은 그동안 새로운 운영을 위한 시안을 마련, 「대한민국미술제 준비위원회」 1, 2차 모임을 지난 10일과 14일에 열었다. 준비위원회 위원으로 선정된 사람은 역대 국전운영위원장 이종우씨, 역대 국전심사위원장 박득순 씨외 7명, 예술원회원, 28회 국전운영위원과 미술협회, 건축가협회 이사장, 서울대·이대·홍대의 미대 학장 및 재야작가 대표인 김태·성재휴씨 등 43명에 이른다.
아직 국전의 법적 효력이 남아 있는 채(대통령령이 폐기되지 않았음) 전시회의 기본성격조차 마련하지 못한 상태에서 소집된 1, 2차 모임은 「대한민국미술제」라는 명칭에서부터 의견이 갈라졌다.
2차 모임에서 오간 얘기를 간추려 보면 『문예진흥원은 지원단체이므로 미술제를 끌어 갈 수 없다. 민간주도형이라면 확고한 재원을 정부로부터 지원 받아 새로운 법인체를 만들어 그 안에서 운영이나 규약을 결정하자. 그리고 미술 인들이 스스로 운영하자』(서세옥씨), 『역사계통 없는 국전은 있을 수 없다. 기관이 바뀌었지만 전통은 중히 여겨 29회 국전으로 계속해야 한다』(김기승씨), 『국전과 비슷한 체제로 비슷한 규약이라면 굳이 주최가 바뀌어야할 필요가 있겠는가. 민간으로 옮긴 이상 문예진훙원은 뒷바라지만 하고 모두 미술 인들이 해보고 싶다』(유경채씨) 『누가 주동하는지를 따지기 이전 발전을 위해 내용을 진지하게 검토해보자』(이대원씨), 『국전이란 이름 그대로 쓰되 그간의 문제점만을 고쳐보자』(박영규씨) 등. 이 날의 모임에서 특히 위원회는 문예진흥원이 제시한 시안에 큰 불만을 보였다.
▲구상·비구상을 통합해 연3회 개최(2회 공모전·1회 초대전) ▲수상내용은 각 부문 금·은·동상으로 개칭 ▲심사위원회는 1, 2부 각 12명이며 이 위원은 초대작가 중에서 한국문학예술진흥원장이 위촉한다는 것을 골격으로 한 시안 중 위원들을 자극한 것은 심사위원을 문예진흥원장이 임명토록 한다는 부분이다.
예술원회원과 미술계 원로로 구성된 초대작가들을 어떻게 문예진홍원장이 임명할 수 있느냐는 주장이다.
이날 모임은 결국 문예진흥원의 시안은 백지로 돌리고 『미술인끼리 해보자』는데 합의를 보아 7인 소위원회를 구성하게 됐다. 김원(미술제 준비위원회 부위원장), 김경승(예술원회원), 서세옥·이준·박서보·김태(이상 서양화가), 이경성(미술펑론가) 제씨로 구성된 소위원회는 15일 1차 모임을 갖고 대략의 골격을 세웠으며 박서보씨가 대표로 시안을 작성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시안은 준비위원회의 인준을 거쳐야 하고 문예진흥원의 시안과 절충해야 한다는 과정을 남겨놓고 있지만 지금까지 알려진 기본원칙은 다음과 같다. ▲국전을 통해 자란 작가들에게는 피해가 가지 않는 테두리 안에서 발족하되 근본적으로 국전과 다르며 명칭도 대한민국 현대미술전람회로 한다.
▲연 2회 열되 봄에는 공모전, 가을에는 초대전을 개최한다. 이 가을국전에도 시상제도를 두고 기성작가들을 고무시킨다. ▲재야작가들을 영입, 소외되는 미술 인이 없도록 하며 파벌의식을 없앤다 ▲당장은 시행되지 않더라도 사단법인체를 따로 발족시킨다는 것 등이다.
지금까지의 화단풍토로 보아 또 다른 파벌이 형성되지 않는다는 장담은 할 수 없다. 새로운 법인체구성에는 또 다른 예산이 증액돼야 하며 대한민국 연극제나 무용제가 문예진흥원 주최로 열리고 있는데 유독 미술제만 따로 열어야한다는 주장도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제안이다.
어쨌든 이번 주초 준비위원회가 소집돼 소위원회의 결정을 검토하게 돼 새로운 국전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이재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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