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대통령후보 지명전|아이오와주서 스타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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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미 대륙 한가운데 자리잡고 있는 「아이오와」주민들은 요즈음「극심한 정치공해」에 시달리고 있다.
평화스럽게 농사를 짓고 살아오던 주민들은 하루에도 5∼6차례나 걸려오는 대통령후보측의「인사」를 받고 각 여론조사기관의 설문과 기자들의 취재공세에 넋을 잃고 있다. 전화를 사절하고 TV를 켜봤자 소용없다. 매시간 후보들이 TV화면에 나와 한 표를 부탁하는 정치광고가 홍수를 이루기 때문이다.
인구라야 주 수도 「데모인」의 19만을 포함, 주 전체가 2백90만에 불과하며 이중 1백50만 명 정도가 유권자인 조그만 농촌지대다.
그러나 「카터」와 「케네디」가 온 가족을 동원해서 「아이오와」 시골 구석구석을 누비고 공화당의 「리건」 「코널리」 「베이커」 등이 벌써 몇 주일 째 손바닥이 닳도록 악수공세를 계속중이다.
조용해 보이던 미국 대통령선거전이 「아이오와」에서 갑자기 열기를 내뿜고 있는 이유는 이곳이 미국 50개 주에서 가장 처음으로 전당대회에 나가는 대의원을 선출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경우는 전체 대의원 3천3백31명 중 1.5%인 50명을, 공화당은 전체 대의원 1천9백93명중 1.9%인 37명을 「아이오와」에서 선출한다.
전체선거에 미치는 영향력은 이렇게 적은 데다 예비선거는 오는 2월26일 「뉴햄프셔」주가최초로 실시하지만 예비선거제도가 없는 「아이오와」주로서는 21일의 당 대회가 실질적인 주 전당대회나 다름없다.
유권자 분포는 민주당 52만, 공화당 46만, 무소속 54만 정도. 워낙 시골지역이라 투표율은 극히 저조, 평균 10%를 넘지 못하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도 민주당 5만, 공화당 4만 정도가 투표장에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 날 날씨에 큰 영향을 받을 것 같다.
이 곳은 전통적으로 공화당이 강세를 보여 지난 12번의 대통령선거 중 8번은 공화당 후보가 승리했으며 「카터」대통령 자신도 지난 76년 선거 때 1만3천 표 차로 패배한 바 있다.
그러나 그 당시 완전히 무명 인이었던 「지미·카터」가 「아이오와」에서 예상외로 선전했다는 사실이 「카터」에겐 결정적이었다는 것이 정치「업저버」들의 견해다.
「퍼스트·레이디」「로절린」여사가 지금 「아이오와」농가를 찾아다니며 황소를 껴안고 귀족풍의 「케네디」상원의원이 돼지에게 「키스」를 퍼붓는 모습 등은 「아이오와」대회의 정치적 중요성을 단적으로 표현해주고 있다.
현재까지 「아이오와」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후보는 민주당에선 「카터」, 공화당에선 「리건」이라는 게 중론이다.
그러나 「카터」의 경우 소련군의 「아프가니스탄」침공에 대한 보복으로 대소농산물 판매금지 조치를 취함으로써 「아이오와」지역 농민들의 반발을 크게 샀기 때문에 「케네디」의 막바지 반격이 주효하면 대세가 뒤바뀔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래서 「카터」는 「아이오와」대회의 결과는 앞으로 자신의 선거전략에 큰 영향을 줄 뿐 아니라 대소농산물 수출금지 조치에 대한 미국 농민들의 반응을 「테스트」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판단하고 있다.
「카터」가 「계획적으로」 투표 전날인 20일 전국 「네트워크」를 가진 NBC-TV와의 회견에 응하고 「버글런드」농무장관을 「아이오와」에 파견해 농민들의 설득작업을 펴게 한 것도 모두가 「아이오와」대회의 중요성을 의식한 조치들이다.
「아이오와」대회는 「케네디」에게도 몹시 중요한 씨름 터다.
하늘을 찌를 듯 하던 몇 개월 전의 인기가 계속 하락, 지금은 「카터」의 절반밖에 안 되는 「케네디」로서는 「아이오와」에서의 첫 대결에서 「카터」를 눌러야만 앞으로의 선거양상을 뒤바꾸어 놓을 수 있는 전환점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케네디」와 별거중인 아내 「조앤」여사는 남편과 손을 잡고 유권자를 찾아다니며 『「채퍼퀴디크」 여비서 익사사건에 관해서 내 남편의 진술을 1백% 믿는다』는 등 과거 어느 때 보다 적극적인 선거운동을 펴고 있다. 공화당의 경우 아직 「리건」을 앞지르는 후보가 없을 도로 후보 난립현상을 보이고 있어 이번 「아이오와」대회 결과 여하에 따라서는 몇몇 군소 후보가 탈락의 운명을 맞게 될 가능성도 있다.
【워싱턴=김건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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