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 잇는 강력사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강도·살인 등 강력사건이 새해 벽두부터 꼬리를 물고 일어나 환율인상·금리인상 등으로 가뜩이나 스산한 시민들의 마음을 한층 어둡게 만들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금년 14일까지 서울에서만 1백건 이상의 강력사건이 발생, 전년도 같은 기간의 40여건보다 무려 2배 이상의 증가를 보였고, 특히 지난 10, 11 양일 이틀사이에만도 7건의 강력사건이 발생했으나, 이에 대처해야 할 경찰의 수사체제는 장비와 인력부족 등으로 제대로 손을 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루평균 2·5건이란 놀라운 강력사건 발생율에 대해 경찰은 연말· 연시를 전후하여 유흥비· 귀향여비를 마련하려는 초범자들이 많고, 불경기로 인해 각종 건설공사가 줄어드는 바람에 뜨내기 인부들의 범행이 늘어난 것 등이 그 이유라고 분석하고 있다 한다.
여기에다 가석방으로 풀려난 주거부정 전과자들에 대한 소재수사가 어려워진 것도 경찰수사의 애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데, 요컨대 범죄다발의 사회여건에도 불구하고 경찰이 이의예방과 범인검거에 효율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70년대의 고도성장 「드라이브」가 전통적 가치관을 흔들리게 하고 사회계층간의 불균형을 한결 심화시킨 가운데 각종 범죄가 해마다 10%이상씩의 증가추세를 보여온 것은 주지하는 바와 같다. 특히 물질만능의 사회풍조를 반영하듯 재물을 노린 강력범죄가 크게 늘어났으며 범죄년령층의 연소화와 함께 그 수법도 광역화·기동화·흉악화 돼왔던 것이다.
73년 전국적으로 32만3천3백건이었던 범죄가 작년에는 56만3천4백건으로 2배이상 늘고, 78년에 비해서도 절도범이 약간 줄어든 반면 강력범은 16·7%나 증가한 것은 이러한 사정을 잘 드러낸 것이라 할 수 있다. 발생빈도 뿐 아니라 날로 흉포화·강력화되는 범죄추세에 대처할 경찰이 얼마나 어려운 여건하에 있는지 모르는바 아니다.
외근형사 1명이 연간 1백26건의 사건을 배당받고 있고 특히 서울의 경우 수사경찰 1명이 8만여명의 치안을 맡고있는 현실을 도외시하고 비난만 한다는 것은 공평을 결한 일이다.
그래서 우리는 기회있을 때마다 경찰의 인원 및 장비보강과 함께 수사요원들이 마음놓고 그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신분보장·처우개선 등 사기를 진작시키는 일련의 조치를 누차 촉구해 왔다.
수사경찰의 과중한 업무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치안본부는 올해 1천5백42명의 수사요원증원을 요청하고 수사비의 증액도 요청했으나 별다른 개선은 보지 못하고 말았다고 한다.
경찰이 요구하는 만큼 예산을 배정하기엔 국가재정이 어렵다는 점을 감안한다 해도 수사요원의 증원이 겨우 10%도 안되는 1백14명에 그쳤다는 것은 아쉬운 감이 없지 않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치안확보의 임무가 국가안보 못지 않게 중요한 정부의 원초적 책무이기 때문이다.
모든 여건이 구비되는 것 이상 바람직한 일은 없겠지만, 어려운 상황 하에서 일하는 사람이 어디 경찰뿐이겠는가. 삼엄한 비상계엄 하에서 강력사건이 크게 늘고 있다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중대한 도전이 아닐 수 없다. 시민의 안녕질서를 맡고있는 경찰은 맡은바 임무의 중대함을 새롭게 인식, 직분에 최선을 다해줄 것을 거듭 당부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