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충격·기업부담 무릅쓴 고육책|환율·금리 대폭 인상의 문제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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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사회·정치적 상황으로 봐서는 가장 경제의 안정이 요구되는 때인데 가장 충격적인 경제조치를 취했다. 물가충격과 기업부담이란 부작용을 무릅쓰고 육지책이다. 이번 환율 및 금리의 인상조치로 어림잡아 물가에 15%내외의 상승효과를 가져오고 전체 기업이 떠맡게되는 추가자금부담은 무려 1조원으로 추산된다. 시기적으로 적당하지 않을뿐더러 기대하는 효과조차 불확실한데도, 그래서 득보다 실이 많을지도 모른다는 논란이 많은데도 정부가 환율과 금리를 대폭 인상한 것은 어쩔 수 없는 「딜레머」에 빠졌기 때문이다.
정부의 희망은 더 좋은 때를 기다렸다가 했으면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상황은 그렇게 되도록 내버려두지 않았다.
수출 「네고」는 거의 중단상태로 되고 시중에선 암「달러」가 자취를 감추는 등 환투기가 만연하는 단계로까지 발전했다.
작년9월부터 간헐적으로, 그리고 12월중순 이후는 줄기차게 환율인상 「루머」가 퍼져 전 업계는 비상이 걸려왔다.
일단 환투기가 일어나고「네고」를 기피하는 사태에 이르면 현재 우리나라와 같은 상황에서는 속수무책이 된다.
그렇지 않아도 작년이래 급격히 악화된 국제수지문제는 환율조정을 불가피한 방향으로 몰고갔다.
수출둔화· 수입격증으로 인해 작년의 국제수지적자는 4O억「달러」에 달했고 올해는 50∼60억「달러」로 확대될 전망이어서 대책을 서두르지 않으면 대외균형은 파국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정부가 환율조정구상을 하기 시작한 것은 작년 5월부터이지만 방침을 확고히 정한 것은 작년 연말이다.
최규하 대통령은 12월24일 신현확 총리·이한빈 부총리·김원기 재무장관· 신병현 한은총재· 이경직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이 참석한 회의에서 환율 및 금리인상 건의를 받았다.
최 대통령은 경치·사회적으로 불안을 가중시킬 우려가 있다는 점을 들어 신중히 다룰 것을 지시하는 한면 경제과학심의회와 KDI(한국개발연구원)로 하여금 득실을 분석해서 보고하도록 맡겼다.
경과심의회와 KDI는 지난9일 대통령에게 현 경제여건으로 보아 금리 및 환율인상은 해야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율과 폭에 대해선 달랐지만 처방은 일치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소문이 이미 퍼진 환율·금리조성을 더 이상 누를 수 없다고 판단, 11일 청와대에서 최 대통령 주재로 장장 5시간에 걸친 마지막 대책회의를 열고 최종방안을 확징, 단행한 것이다.
연말에 작성된 재무부안이나 KDI안은 환율을 30% 올려 6백30원으로 하고 금리(대출기준금리)는 27∼27·5%선으로 현행 보다 9%인상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그러나 막바지에서 물가충격을 되도록 줄여야 한다는 고위층의 뜻을 반영, 환율인상폭을 5백80원으로 낮추었다.
환율과 함께 금리를 대폭 상향조정한 것은 환율인상으로 파급될 물가상승효과를 줄이고 금리를 현실화시켜야 할 필요성 때문이다.
이번 환율이나 금리의 인상은 「타이밍」이 극히 안 좋다는 점에서 시비의 여지가 많다.
첫째 국내정치·사회적으로 안정화가 필요하고, 둘째 세계경제의 침체로 각 국의 수입수요가 떨어져가고 있는 때이며, 세째 기업은 추가자금부담을 견디기 어려울 만큼 경기가 나쁘고, 네째 「오일」가격인상으로 물가가 워낙 불안한 실정이기 때문이다.
금리의 인상은 장기적으로 긴축효과를 나타내 물가를 안정시킨다는 주장도 있긴하나 적어도 단기적으론 기업의 금융부담을 늘려 「코스트·푸시」로 작용하게 마련이다.
「타이밍」이 나쁜데도 불구하고 정부가 환율 및 금리를 올리지 않으면 안되는 불가피론은 다음과 같다.
첫째 지난 74년12월7일 환율을 조정한 뒤 국내물가의 고등으로 원화의 대외가치는 크게 떨어졌다.
「달러」에 대해 원화는 구매력 평가기준으로 「달러」당 6백48원50전(KDI산출)이므로 약 34% 고 평가되어 있다는 분석이 나와 있다.
환율의 왜곡을 방치하면 경제질서는 더욱 비뚤어지기 때문에 이를 정상화시켜야 한다. 환율인상은 현실화 및 정상화란 측면에서 더 큰 의미가 있다.
둘째 국제수지문제가 매우 심각하다. 작년에 40억「달러」의 적자, 올해는 50억∼60억 「달러」의 적자가 예상된다.
기본대책은 수출을 늘려야 하는데 그러자면 수출가격 경쟁력을 높여주어야 한다.
세째 경제조정능력을 보여 대외적으로 신인도를 높여야 한다.
그래야 올해 필요한 60억「달러」이상의 외자차입을 쉽게 할 수 있다.
이러한 지반론에는 그 나름의 논리를 세우고 있으나 시기선택의 문제, 그리고 조치의 효과에 대해 누구도 자신을 못한다는데 문제점이 있다.
오히려 물가압력과 기업부담증가의 역작용이 분명하게 예견되고 있다.
환율을 10% 올릴 경우 물가는 4∼5% (한은분석5·44%)영향을 받게되고 금리도 단기적으론 1%를 올릴 경우 0·2∼3%의「코스트·푸시」효과를 가져오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따라서 금리·환율조치로 15%내외 물가상승압력을 받게 된다.
KDI는 환율을 30% 올릴 경우 올해 물가는 32%로 전망되는데 금융긴축으로 4%를 「다운」 시켜 28%가 될 것이라고 보았다.
기업부담의 측면에선 어떠한가.
환율이 2O% 올라감으로써 수출산업은 전체적으로1조7천억원의 돈을 더 번다는 조계산이 나온다.
실제는 외국 「바이어」들이 「마진」 나눠먹기 및 가격깎기 요구로 수출가득액은 줄어들 것이다.
그런데 부담증가는 금리의 인상으로 약 6천억원·차관 원리금상환부담 증가에서 약5천억원 등 1조1천억원으로 어림하고 있다.
정부는 기업의 추가자금부담은 선별해서1년정도 지원해주기로 했지만 1년후에는 누적된 채 기업이 짊어져야 한다.
국제수지 개선면에서는 올해 수입억제 약3억「달러」,수출증대 3억「달러」해서 6억「달러」로 잡고 있다.
하지만 환율을 올렸다고해서 그대로 수출증대효과로 반영되기엔 사정은 너무 나쁘다.
미국 등 주요 시장의 수입수요가 증가율 0∼2%에 그칠만큼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운용의 정상화는 누구도 반대할 수 없다. 그러나 정책엔 「타이밍」이 있는 법이다. 실기하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결과가 된다.
환율인상은 작년 7월 수출금융확대조치 대신 그 이전에 했어야한다는 얘기들을 많이 하고있다.
환율·금리의 인상이 가져온 파고를 어떻게 극복하는가가 태산같기만 하다.
당장 나타난 것은 환율인상으로 1천6백24「달러」였던 작년도의1인당 국민소득은 1천2백99「달러」로 줄어들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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