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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쓸한 정초선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김성준은 78년9월30일 태국의 「보라싱」에게 3회 극적 KO승으로 왕자를 차지한 이래 1년3개월3일만에 맥없이 「타이틀」을 내주고말았다. 김성준의 참패는 황금기를맞은 한국「프로·복싱」에 충격파를 던져주었고 특히 대망의 80년대의 서막을 알리는 경신년 연초에 잃은 「타이틀」이라는점에서 분노를 자아내게 하고 있다.
김성준은 검은 과거를 씻고 한국이 3체급「타이틀」 보유국이 되는데 첫주자가 되기도 했으며 한국「복서」에겐 마의 벽이라는 3차방어전까지 처음으로 뛰어넘기도 했었다.
그러나 김성준은 경기때마다 마치 살얼음판위를 걷는 위태로움과 무기력한 졸전으로 개운치않은 뒷맛을 남기곤했었다.
그는 「멜린데스」(도미니카)와 두번에 걸친 방어전, 그리고 「시오니·카루포」(필리핀)에게도 고전했던 양상이 마침내 이번 4차방어전에서 여실이 드러나고 말았다.
그는 흔히 근성의「복서」라고 말해왔다. 그러나 「나까지마」에게는 이 근성조차 보이지 못했던것은 무엇때문이었을까.
그는 이번 4차방어전에서도 한계체중(48.9kg)에서 10kg이나 「오버」, 무리한 감량으로 「페이스」를 잃고 무기력한 경기로 일관하지 않을수 없었다.
결국 연습태만에서 오는 체중조절을 이번에도 하지못한 어리석음을 또 되풀이, 사필귀정의 쓴맛을 당하고 「팬」들에게 분노마저 일으키게 한 것이다. 김성준은 「나까지마」보다 4cm나 키도크고 팔길이도 길면서도 시종 선제타를 얻어맞고 발걸음도 답답하게 무디었으며 손이 나오지 못했다. 그러므로 이제까지 「프로」생활 7년동안 3차례 해외원정(일본)에서 모두 패배, 국내에서의 「타이틀·매치」등에서 「홈링」의 잇점이 크게 작용해 왔다는 것이 입증 되었다.
이번 「타이틀·매치」에서 김성준은 「개런티」로 8만「달러」를 받았다. 또 심판진 구성에서도 김성준측은 「챔피언」이면서도 한국권투위원회 조익성사무국장이 「저지」로 결정되었으나 「비자」지연이유로 참석치못해 결정적인 불리속에 「공」이 울렸던것도 개운치않은 일이다. 「챔피언」이된 「나까지마」는 45일이내(2월17일)에 WBC지명전으로 「파나마」의 「일라리오·사파다」(WBC1위)와 l차방어전을 벌이며 이 대전의 승자는 60일이내(4월17일)에 서울에서 한국선수와 방어전을 갖도록 「옵션」(이면약정)이 되어있다. 한국선수로는 김성준(WBA2위)이 가장 유력하며 이외에 김태식·김치복등도 후보로 떠오르고있다.[이민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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