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기밀 31건 유출 … ‘군피아’ 비리 있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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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현역 영관급 군 장교들이 무기 중개업체로부터 금품과 향응을 받고 차기호위함(FFX)·소형 무장헬기 등 2·3급 군사 기밀을 무더기 유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업체에 낙하산으로 취업한 ‘군피아(군 예비역+마피아)’들이 로비에 핵심 역할을 했다.

 서울 중앙지검 공안1부(부장 이현철)는 15일 국군기무사령부와 합동으로 수사해 무기 중개업체 K사의 이사 김모(51)씨와 부장 염모(41·예비역 해군 대위)씨를 군사기밀보호법 위반과 뇌물 공여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이 회사의 컨설턴트 정모(59·예비역 공군 중령)씨와 H사 방산사업본부 신모(48) 부장은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와 관련해 국방부검찰단은 뇌물 및 유흥주점에서 술 접대를 받고 3급 군사기밀을 K사에 넘긴 공군 본부 박모(46) 중령과 방위사업청 소속 육군 조모(45) 중령을 군사기밀보호법(업무상기밀누설) 위반과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또 방사청 계획운영부 소속 최모 대령은 비행실습용훈련기 구매계획 등 3급 군사기밀 2건을 자필로 메모해 2012~2013년 김 이사에게 전달한 뒤 시가 250만원의 기타를 선물받고 유흥주점에서 접대를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이사 등은 2010년 상반기부터 최근까지 박 중령 등으로부터 국방부 합동참모회의록에 포함된 육·해·공군의 방위력 개선 사업 문건 15건을 빼냈다. 박 중령은 이 문건들을 통째로 복사해 넘긴 것으로 드러났다. 유출 자료에는 GPS 교란 전파를 무력화시키는 장치인 항공기 항재밍(Anti-Jamming) 체계와 중장거리 유도 무기, 잠수함 성능개발, 해상 감시 레이더 등 31개 사업 관련 문건도 포함됐다. 이들 자료는 LIG넥스원 등 국내 방산업체 2곳과 미국·영국·독일·프랑스·이스라엘 등 10개국 방산업체 21곳, 해외업체의 국내 지사 2곳에 이미 유출된 것으로 조사됐다.

 K사 김 이사는 군 출신 임원들을 앞세워 현역 군인들을 상대로 로비를 했다고 한다. 회식할 때 쓰라며 체크카드를 건네기도 했다. 군인들에게 술 접대를 할 젊은 여성을 따로 채용하기도 했다.

정효식·이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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