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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소리 떨어지자 방청석서 울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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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사형을 구형합니다』 -. 검찰관이 논고에 이어 구형을 하자 피고인들의 표정은 굳어 졌다. 그리고 방청석의 가족석에서는 울음소리가 터졌다.
검찰관이 논고 문을 읽어 내려가자 김재규를 비롯한 전 피고인들의 표정은 자주 달라졌다. 피고인들이 법정에서 부인한 부분들을 검찰관이 증거를 대며 사실이라고 주장하자 피고인들은 안절부절 하기도 했다.
검찰관 김창렬 중령이 『 김재규 피고인에게 사형을 구형합니다』 라고 하자 김 피고인은 조용히 머리를 떨구었으며 가족들은 울음을 터뜨렸다.
피고인들은 낮 12시40분부터 박선호 피고인을 선두로 공판정에 들어왔다. 나머지 피고인들은 건강한 모습으로 고개를 수그린 채 법정에 들어왔다.
김재규 피고인은 이미 모든 것을 초윌한 듯 좌우를 둘러보며 태연하게 법정에 들어왔다.
구형공판은 하오1시에 열릴 예정이었으나 재판부 사정으로 30분 연장됐다가 또 15분이 연장돼 하오1시45분 열렸다.
하오 1시50분 검찰관이『의견개진에 앞서 각하의 서거에 대해 애도를 표하고 명복을 빈다』며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논고를 시작하자 법정은 물을 끼얹은 듯 숙연해졌다.
피고인들은 검찰관의 논고를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들으려는 듯 귀를 모으고 경청하는 자세를 취했다.
피고인 가족들도 방청석에 앉아 검찰관의 논고를 주의 깊게 들었으며 유성옥 피고인의 부인 서명숙씨(26)는 한마디도 빠뜨리지 않고 들으려는 듯 몸을 빼 앞줄의자에 얼굴을 대고 논고를 들었다.
검찰관이 김재규 피고인에 대해 『국가요직에 있으면서, 국가원수 측근으로서 내란을 기도한 범인에게 무슨 정상이 참작되겠느냐』며『국가와 민족을 위해 민주회복을 하려고 범행했다는 피고인의 말은 이미 거짓으로 밝혀졌다』고 준엄하게 논고했으나 김재규 피고인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 논고를 들었다.
박선호피고인의 처남 변웅근씨 (31) 는 검찰관의 논고를 담담히 받아들였다.
지금까지 법정에 매일 나와 재판 과정을 지켜보던 박흥주 피고인의부인 김묘춘씨 (38) 는 이날 몸이 아파 나오지 않았고 대신 박 피고인의 아버지 박간정씨(63)가 나왔는데 박씨는 그래도 혹시나 하는 긴장된 표정으로 아들의 재판을 지켜봤다.
이보다 앞서 17일 공판에서는 증인으로 손금자 (가명·여) 정혜선 (가명· 여) 김병수(국군서울지구병원장)김용남 (겸비원) 윤병서 (정보부장비서) 이정우 (군수사관)임상봉 (동) 정갑술 (동) 지장현 (육군과학수사연구소직원)정상우(동)씨 등 모두17명의 증언을 들었다.
식당관리인 남효주 사무관은『그날의 만찬석 분위기는 좋은 편이 아니었다』고 말하고 변호인이『당신이 어떻게 아느냐』고 따지자 『평상시 대통령은 기분이 좋으면 차에서 내릴 때 김 부장에게 별일이 없느냐 면서 웃었으나 그날은 웃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증인들의 증언 중 유성옥 피고인은 피고인석에서 일어나 『총 쏘는 위치가 다르다』도 말했다.
김계원 피고인의 변호사 이병용씨는 검찰이 제시한 증거가운데▲증언석에서 모의했다는 부분▲만찬회에서 김재규 피고인이 김계원 피고인을 툭 쳤다는 부분▲김계원 피고인이 살해하는 것을 주시했다는 부분을 부인한다고 말했다.
육군과학수사연구소 직원 정상우씨는 『주방과 대기실에서 피살된 피해자들이 누구 총에 맞아 치명상을 입었는지는 알 수없다』 고 증언했다.
하오 공판에서 김재규 피고인이 몸을 가누지 못해 휴게실로 나가 쉬고 있는 동안 김 피고인의 변호인인 안동일 변호사는 재판부에 김 피고인의 외부의사 진단허가신청서를 냈다.
중앙 정보부 경비원 김용남씨에 대한 증인신문이 끝난 뒤 피고인들은 재판부에서 질문권을 얻어 자신들에게 불리한 증언부분을 따졌다.
이기주· 김태원· 유성옥 피고인이 차례로 일어나 동료였던 김용남 증인의 증언에 대해 『무엇인가 착각하고있다』 면서 항변했는데 특히 유성옥 피고인은 『주방에서 「꼼짝말라」고 했던 것은 박흥주 대령이었는데 어떻게 내가 했다고 하느냐』며 따졌다.
이에 대해 김용남씨는 『내 기억으로는 유성옥인 것 같다. 확실치는 않다』고 말꼬리를 흐렸다.
이병남 변호인은 하오6시5분쯤 현장검증조서의 사진설명이 사실과 다르게 기재되어 있다고 『이것은 수사관들이 사건을 사실대로 수사하려는 것이 아니고 수사관들의 의도대로 사건을 유도하려는 것이 아니냐』며 증언에 나선 합동수사본부 수사관 6명의 증인을 추궁했다.
수사관등 증인들은 이에 대해 『피고인들의 진술대로 기술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결심 공판에서의 피고인들. 모든 신문이 끝나고 구형을 기다리면서 모두 초조하고 굳은 표정들이었다. 김재규 피고인은 수염도 깎지 않고 병색이 완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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