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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모바일 인수 눈앞 … 손정의 '통신제국 꿈' 보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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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올해 목표는 이동통신 가입자를 10억 명으로 늘리는 것이다.”

 ‘제2의 스티브 잡스’ ‘도전의 아이콘’이라고 불리는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은 올해 초 니혼게이자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목표를 밝혔다. 끊임없는 도전과 지칠 줄 모르는 승부욕으로 세계를 놀라게 하는 손 회장이 세계 ‘통신제국’의 꿈을 이룰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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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2일 닛케이·니혼게이자이·로이터 등 외신은 “소프트뱅크가 최대주주인 미국 통신사 스프린트넥스텔이 미국 4위의 이동통신사 T모바일을 인수하기 위해 T모바일 모회사인 도이치텔레콤과 대략적인 합의를 이뤘다”고 보도했다.

 500억 달러(약 51조원) 규모로 알려진 이번 인수합병이 성사될 경우 소프트뱅크는 일본·미국에서 총 1억 5000만여 명의 가입자를 확보한 세계 2위의 이동통신사로 올라서게 된다. 현재 세계 1위는 중국 국영 차이나모바일(7억 명)이다.

 재일교포 3세인 손 회장은 1981년 소프트웨어 유통회사인 소프트뱅크를 설립해 기업가 인생을 시작했다. 그가 19세에 세웠다는 ‘50년 인생계획’에 따르면 올해로 57세인 그는 ‘사업 완성’ 단계의 마지막 3년을 남겨두고 있다. ▶20대에 이름을 떨쳐 ▶30대에 1000억엔의 운영 자금을 마련하고 ▶40대에 승부를 걸며 ▶50대에 사업을 완성해 ▶60대에 차세대에게 자리를 물려주겠다는 게 애초 그의 계획이다. 통신은 소프트웨어 유통업과 포털(야후)을 잇는 손 회장의 마지막 승부처다.

 손 회장이 글로벌 통신제국을 꿈꾸는 데는 통신을 기반으로한 사물인터넷·로봇 시장을 내다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세계 최초의 감정로봇’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공개한 소프트뱅크의 감정로봇 페퍼는 이동통신망을 활용하는 로봇이다. 이통사는 휴대폰처럼 로봇 요금제로 수익을 낼 수 있다. 내년 2월 200만원대의 저렴한 가격으로 출시될 페퍼는 소프트뱅크가 단말기값을 받지 않는 ‘공짜폰’ 전략으로 일본 이동통신 시장을 뒤흔든 전략의 후속편이 될 가능성이 높이다. 손 회장은 2001년 야후와 함께 초고속인터넷망 ADSL 사업을 시작할 때도 저렴한 가격정책으로 재미를 본 ‘가격 파괴주의자’다.

 손 회장이 미국 시장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점점 쪼그라드는 일본 시장에 머무를 수 없다는 생존전략이기도 하다. 현재 일본은 저출산과 고령화 등의 영향으로 가입자가 늘지 않는 상태다. 또 2013년 실적 기준으로 소프트뱅크가 부동의 1위였던 NTT도코모를 처음으로 앞서며 ‘일본 1위 통신사’ 타이틀도 거머쥔 만큼 ‘도전의 승부사’ 손 회장에게는 새로운 도전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아직 4세대 이동통신(LTE) 망이 충분히 보급되지 않은 미국은 매력적이다. 통신기술이 14년 만에 세대교체기(3G→4G)를 맞이한 시점이나,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 상장으로 투자금의 3000배 수익을 거둔 손 회장의 주머니 사정도 소프트뱅크의 미국 시장 진출에 호기로 작용하고 있다.

손 회장은 올해 들어 미국 내 인맥을 총동원하며 T모바일 인수에 매달리고 있다. 현재의 4강 체제(버라이즌·AT&T·스프린트·T모바일)를 유지하고 싶어하는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를 설득하기 위해서다. 그는 최근 “미국의 LTE는 너무 느리고 세계 최악”이라며 “스프린트와 T모바일이 합병하면 더 싸고, 더 빠른 무선인터넷 LTE를 공급하겠다”고 공언했다.

 지난달 18일에는 콜린 파월 전 미국 국무부 장관과 리더십을 주제로 도쿄에서 대담을 갖고 친분을 과시하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 T모바일 인수조건으로 “중국 화웨이의 통신장비를 쓰지 않겠다”고 미 당국에 약속했던 손 회장인 만큼, 이번에도 FCC에 미국의 통신업계를 뒤흔들만한 카드를 제시할 가능성이 크다.

 “나는 1등을 하고 싶다”며 미국 시장에 도전한 손정의 회장의 T모바일 인수 성공 여부는 올 여름 안에 결론이 난다.

박수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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